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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계속되는 ‘퇴장 러시’, 스트라이크존 이대로 괜찮은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10.

또 다시 그라운드에서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된 문제로 선수와 감독이 퇴장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9일 벌어진 퇴장 사태의 주인공은 한화의 한대화 감독. 어지간해선 감정 표현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애를 쓰던 한 감독이 이번에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심판과 거의 몸 싸움을 방불케 하는 격한 말 다툼 끝에 퇴장 명령을 받고 말았습니다. 벌써 올 시즌 8호 퇴장입니다.

 

전날에는 상대팀의 이병규가 볼 판정과 관련해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 명령(시즌 7)을 받았었죠. 거기에 대해 박종훈 감독이 강하게 어필하는 바람에, 하마터면 개인 시즌 두 번째 퇴장을 당할 뻔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9일 문학구장에서도 삼성 신명철이 찬스 상황에서 주심이 삼진을 선언하자 강하게 반발하다가 험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주심의 성격이 호전적이었거나, 코칭스태프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한대화 감독에 앞서 시즌 8호 퇴장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2010시즌 퇴장 일지>

1 3 30일 삼성 강봉규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2 5 13일 롯데 이용훈 빈볼

3 5 20일 롯데 가르시아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4 5 22 LG 박종훈 감독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5 5 22 LG 김영직 수석코치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6 5 26 KIA 박경태 빈볼

7 6  8 LG 이병규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8 6  9일 한화 한대화 감독 스트라이크 판정 항의

 

올 시즌은 개막 이후 벌써 8번의 퇴장 사태가 있었습니다. 그 중 빈볼로 퇴장 당한 이용훈과 박경태를 제외한 나머지 6번은 모두 스트라이크존과 관련된 항의로 인한 퇴장이었습니다. 개막 3번째 경기만에 지난해 심판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뽑은 페어플레이상수상자인 강봉규가 퇴장을 당하더니, 5월 말부터는 20일 사이에 무려 5번의 퇴장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볼 판정에 대한 항의로 인한 퇴장이 단 2번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회수지요.

 

웃긴 것은 최근의 연이은 퇴장 사태가 어떤 내용의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강봉규의 퇴장은 본보기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어떤 스포츠이건 룰이 개정된 이후에는 그것을 일시적으로 강하게 적용하여 바뀐 룰의 확실한 적용 의지를 나타내기 마련인데요. 강봉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 첫 희생자가 되었던 것이죠. 그리고 그 효과는 꽤나 좋은 편이었습니다. 이후 50일 동안이나 퇴장 당하는 선수나 감독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5월 중순쯤에 일부 언론으로부터 선수와 감독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여 스트라이크 존이 작년과 비슷한 크기로 회귀하고 있다. 확대니 뭐니 하더니 결국 달라진 것 없이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5일이 채 되지 않아 가르시아의 퇴장 사태가 발생했고, 이후 상황은 위와 같습니다.

 

, 심판들이 자신들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처음과는 달리 지난해 수준의 스트라이크 존으로 회귀해 버렸기에 4월과 5월 중순까지는 큰 잡음이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저런 기사가 나오자 스스로 찔끔한 심판들이 그 때부터 다시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여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것조차 일관성 없이 들쭉날쭉하자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불만도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죠. 최근 들어 러시처럼 계속되고 있는 퇴장 사태가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공교로운 면이 있습니다.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는 지난해 갑자기 불어 닥친 타고투저의 열풍을 어느 정도 잠재우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5.09점으로 작년의 5.16점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 타고투저의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라이크 존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과, 실질적으로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이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의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헌데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가 평균득점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죠. 좌우로 공 반 개씩이 넓어졌다면, 그 차이는 확연하게 와 닿는 수준의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나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은 후자의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결국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이 오락가락 한다는 뜻입니다.

 

어느덧 이 문제는 일부 심판들의 빈정대는 듯한 태도까지 겹치며 심판들의 자질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라운드의 포청천이 되어야 할 심판들은 선수-코칭스태프-팬들의 공공의 적이 되어 비난만 받고 있지요. 수백, 수천 경기에 출장한 심판들이라면 더더욱 그 권위를 인정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심판들 중에는 선수들에게 존경받는 이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KBO가 져야 합니다. 주먹구구식 탁상공론으로 현장의 의견을 무시한 채 규정을 개정해 놓고는 그 책임을 몽땅 심판들에게 미루고 있는 그들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죠. 개정된 규칙이 올바르게 적용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 주지 않은 상황 속에서 그것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현장에 떠넘기고 자신들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애당초 현장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기에 달라진 존을 바라보는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시선은 고울 리가 없습니다. 처음부터 불만과 선입견에 휩싸여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죠. 결국 그러한 냉랭한 시선 속에 심판은 혼자서 모든 책임을 지고 내쳐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게다가 심판들 스스로도 달라진 존에 대한 완벽한 적응과 이해가 없어, 심판마다 다르고, 또 같은 심판이라도 때에 따라 달라지곤 하니 항의와 퇴장이 반복될 수밖에요. 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 채 팬들로부터 비난만 받고 있는 심판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연민까지 느끼게 됩니다.

 

심판들도 사람입니다. 그들 역시 홈 플레이트를 기준으로 한 판정을 수십 년 동안 해온 사람들이지요. 그런 그들에게 홈 플레이트의 크기를 바꾸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의 눈대중으로 공 반 개 만큼씩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적용하라고 요구해봤자, 그게 그렇게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규정이 바뀌고, 시즌 전에 준비를 했다 하더라도 실전에서의 결과는 지금처럼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의 이런 사태는 이미 시즌 전부터 계속해서 지적되며 예상되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이 이럴진대,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후반기에는 훨씬 심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래서야 선수-코칭스태프-심판-팬 모두가 지칠 뿐이지요. 그라운드 위에서의 말 다툼만큼 시합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없으니까요.

 

지금처럼 뒷짐 지고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KBO가 하루 빨리 직접 나서서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또 다시 한 차례 욕 먹을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스트라이크 존을 지난해 수준으로 되돌리든, 아니면 굳이 지금의 규정을 유지하겠다면 각 구단과의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심판들 조차도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그들 스스로가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세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반드시 KBO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지만, 적어도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당시 내세웠던 모토 가운데 하나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문구였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판정에 불만을 품고 눈을 부라리며 대들고,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할 감독들까지 욕설이 포함된 말 다툼을 벌이면서, 조정자의 역할을 해야 할 심판의 권위는 무너지고 그라운드 속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이래서야 대체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제대로 된 권위를 찾아보기 어렵고, 잘못된 방식으로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 때문에 권위라는 말만 들어도 본능적인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현 시대. 적어도 다이아몬드의 그라운드 속에서만큼은 확고하고 올바른 권위 속에 모두가 존중하고 또한 존중 받는 문화가 형성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지금 이대로는 정말 곤란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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