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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술이 문제? 정수근이란 사람 자체가 문제!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14.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거둔 첫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모든 야구팬들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최악의 소식이 들려오고 말았네요.

 

전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소속의 선수이자, 야구 해설위원으로서의 복귀를 신고한 정수근(34)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냈습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또 한 번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술이 문제라구요? 과연 그럴까요? 모두가 술을 먹어서 정신이 오락가락 하고 이성을 잃은 채 자신감 과대증상이 나타나면 음주운전을 하나요? 아니죠! 그런 사람은 극히 일부분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일부분의 사람들은 술이 문제라며 핑계 삼고 있을 뿐, 정작 문제의 본질은 그 사람의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술이 문제가 아니라 정수근이란 인간 자체가 문제라는 말입니다. 그가 술과 관련하여 일으킨 사건이 벌써 몇 번째입니까. 언론을 통해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오른손만으로는 모자라 왼손까지 꼽아야 할 정도로 많습니다. 어쩌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랄지 모르지요. 유명인으로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걸고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자세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음주운전은 습관입니다. 운전을 하는 분들이나 주위에서 그런 경우를 자주 본 적 있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주위만 둘러봐도 맥주 한 잔 정도는 음주 측정에 안 걸리니까 괜찮아라고 말하는 예비 살인자들이 제법 있지요. 결국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는 거죠. 아무리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고 하지만, 그걸 술 탓으로 돌려버리면 그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단순한 음주운전 적발도 아니고 음주운전 사고입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그대로 운전대를 잡는 사람이라면, 그 어떠한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술이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그 술을 끊었어야지요.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술을 멀리하지 못했다면, 그건 사람으로서의 됨됨이 자체를 의심해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개인적으로 넌 과거에도 이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거야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건 그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무시한 채, 미래를 함부로 단정짓는 것이니까요. 때문에 과거의 잘못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그에 대한 충분한 대가를 치른 후라면 용서해 주고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정수근이 그라운드로의 복귀를 노크할 때, 롯데 구단과 KBO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대해서는 비판을 했지만, 정수근의 복귀 시도 자체에 대해서는 별 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래서였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팬의 잘못을 정수근이 혼자서 뒤집어 쓰고 쓸쓸한 은퇴의 길을 선택했을 때, 심정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주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일말의 동정심도 느끼지 못합니다. 폭행 시비 등은 쌍방이 잘못을 하더라도 유명인이 일방적으로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칩시다. 그러나 음주운전은 다르죠.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조건적인 운전자의 잘못입니다. 여기에는 어떠한 이견도, 타협의 여지도 없습니다.

 

또한, 사람의 인내에는 누구나 한계라는 것이 있는 법이죠.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팬들은 몇 번의 배반을 당하면서도 해설자로서의 그의 복귀를 반겼습니다. 아니, 반기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하고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정수근은 그 팬들의 심장에 다시 한 번 비수를 꽃아 넣는군요.

 

더 이상은 정수근이란 이름 세 글자가 야구팬들을 뒤흔들어 놓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가 저지른 일 때문에 야구팬들이 부끄러움이나 분노를 느끼는 일도 없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야구인 정수근은 이제 없습니다. 2010 6 13, 야구선수 정수근은 제 마음과 기억 속에서 죽었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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