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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정말 류현진은 ‘운이 없는 투수’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21.

올 시즌 류현진은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등판한 1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안정감을 뽐내고 있으며, 더욱이 시즌 방어율을 1점대로 유지하면서 괴물이란 별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환상적인 피칭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지요. 가장 놀라운 것은 평균 7.69이닝에 달하는 그의 엄청난 이닝소화 능력입니다.

 

이런 류현진에 대해 팬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가 류현진은 승운이 없는 투수다라는 것인데요. 이것은 최근 한화의 타선이 매우 약한 편이고, 불펜도 크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정말로 류현진이 승운이 없는 투수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더불어 선발투수의 방어율에 따른 적정 수준의 승수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난 후 “진짜?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돼?”라고 놀라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야구라는 스포츠가 지니는 특성이 아주 독특하거든요.(^^)

 

'타선 지원'으로 살펴본 류현진의 승운

 

2006 : 4.86 / 3.95
2007 : 4.67 / 4.27
2008 : 5.13 / 4.49
2009 : 5.18 / 5.16
2010 : 4.15 / 5.09

 

위는 류현진이 데뷔한 2006년 이후, 류현진이 받은 득점 지원(앞)과 리그 전체의 경기당 평균득점(뒤)을 비교한 것입니다올 시즌의 류현진은 거의 리그 평균과 비교해 1점 가까이 부족한 득점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평균 수준의 지원만 받았더라면 지금쯤 더 많은 승수를 거두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2006년의 류현진은 반대로 평균보다 1점 가까이 많은 득점지원을 받았으며, 2007년과 2008년에도 상당히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작년에도 리그 평균과 비슷한 수준은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까지의 한화 타선은 김태균과 이범호가 버틴 다이너마이트 타선이었으니까요.

 

데뷔 이후 지금까지의 통산 성적을 고려했을 때, 류현진은 ‘리그 평균보다 더 많은 득점지원을 받아온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타선의 지원을 평균 이상으로 받은 선수라는 뜻이지요. 어떤 분들은 점수가 많이 날 때는 너무 많이 나고, 안 날 때는 너무 적게 난다며 저 평균이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하지만 어떤 통계치든 100개 이상의 표본이 존재하면 그 통계에 대한 신뢰도는 99%가 넘어갑니다. 또한, 득점지원에 대한 많고 적음의 편차 문제는 모든 투수들이 똑같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지요. 100경기 이상 등판해서 리그 전체 평균보다 많은 지원을 받았다면, ‘불운을 논할 수는 없을 겁니다.

 

'불펜 지원'으로 살펴본 류현진의 승운

 

이번에는 불펜 지원과 관련해서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이후 류현진은 97경기에 등판해 666이닝을 소화했습니다. 경기당 평균 6.86이닝 정도 되지요.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과 비교해 0.5~0.6이닝 정도 많이 던지고 있지만, 어쨌든 류현진이 등판하는 시합에서도 불펜이 평균 2이닝 이상은 책임진다는 뜻입니다.

 

97경기 가운데 류현진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간 적은 총 53, 그리고 류현진은 그 중 한 번을 제외한 나머지 5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겼습니다, 즉 지난 3년 반이란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불펜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려버린 경우가 딱 한 번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같은 기간 동안 봉중근과 장원삼은 무려 11번이나 불펜이 자신들의 승을 날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70회 이상 선발 등판한 10명의 평균은 6.3, 다른 8명의 투수가 모두 최소 5번 이상 아픔을 겪었던 것에 비해, 류현진과 김광현(2)만이 유독 그런 경험이 적습니다.

 

물론, 류현진이 다른 투수들에 비해 좀 더 많은 이닝을 책임져줬기에 불펜이 승을 날릴 기회조차 좀 더 적었던 것도 이유가 되지요. 하지만 이닝 차이에 비하면, 놀랍다 싶을 정도로 한화 불펜은 류현진의 승리를 확실하게 지켜주었습니다. 이만하면 리그 평균에 비하면 류현진은 불펜 덕분에 3~4승 이상을 더 챙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 워낙 돋보적인 꾸준함을 장착한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도 패한 경기가 14번으로 단연 최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퀄리티스타트(QS)가 승리의 보증수표일 수는 없으나, QS를 기록하고도 패한다면 그건 불운의 증표가 될 수 있지요. 류현진은 불펜 덕분에 더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었지만, QS를 달성하고도 패한 경기가 많기에, 일반적인 평균치에 비해 승도 많고 패도 많이 기록하는 다소 독특한 승패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로섬이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레벨의 다른 투수들과의 비교

 

그렇다면 이제 다른 투수들과의 비료를 해보도록 하죠. “QS를 기록하고도 패하는 경기가 많으니 류현진은 운이 없다거나 “1점대 방어율을 기록 중인데도 13경기에서 8승만 거뒀으니 운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비교할 대상이 있어 그 평균과 비교를 해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것이지요. 지금부터는 류현진과 비슷한 성적을 낸 다른 선수들의 승률은 어떤지, 그리고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의 적정 승률은 얼마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럼 우선 조정방어율이라는 것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조정방어율(ERA+)은 파크팩터(구장효과)를 적용한 리그 전체의 평균 방어율(alERA)에 비해 선수 개개인의 방어율(ERA)이 얼마나 더 뛰어난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alERA / ERA) X 100]의 공식을 통해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리그 전체 평균 방어율이 4.50인데, A라는 선수의 방어율이 3.00이라면그 선수의 조정방어율은 [(4.50 / 3.00) X 100 = 150]이 되는 거죠. 보통 120만 넘어가면 1~2선발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140 이상이면 에이스급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조정 방어율은 리그 전체 평균에 대한 상대적인 뛰어남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리그의 수준이나 상황과 관계없이 이 선수가 소속 리그에서 얼마나 압도적인가를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줍니다. 류현진의 통산 조정 방어율은 151이며, 이는 규격 외 제품인 선동열(305)과 주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정명원(158)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기록입니다.

 

2000년대 이후 연속된 몇 년간의 성적에서 류현진과 비교할 수 있는 선수는 KIA와 두산에서 활약했던 리오스 뿐입니다. 그럼 둘의 성적을 한 번 비교해 보시죠. 승과 패 뒤의 괄호 속에 표시된 확률은 선발등판 대비 승률(/선발등판 회수)’선발등판 대비 패전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류현진(2006~2010년 현재)
125선발 등판, ERA 2.85, ERA+ 151, 평균 6.92이닝, 70(56.0%) 36(28.8%)

리오스
(
2004~2007년)
130선발 등판, ERA 2.81, ERA+ 147, 평균 6.88이닝, 66(50.8%) 41(31.5%)

 

표시된 기간의 리오스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의 류현진과 비교될 수 있을만한 좋은 기록을 남겼습니다. 방어율이나 투구이닝에서 전혀 부족하지 않으며, 조정방어율도 큰 차이는 없지요. 하지만 리오스의 선발등판 대비 승률이 50%를 간신히 넘겼던 것에 비해 류현진은 56%나 됩니다. 리오스가 2007년에 22승을 했던 것 때문에 승운이 좋은 투수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평균으로는 저 정도밖에 안 됩니다.

 

단 두 명의 비교로 결론을 낼 수는 없지요. 그럼 좀 더 많은 표본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는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이번에는 표본이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비교를 해보도록 하지요. 앞서 조정방어율을 살펴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조정방어율이 비슷하다면, 리그의 차이를 무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최근 20년 동안 한국에서 류현진이 보여준 것만큼의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준 바 있는 6명의 기록입니다. 류현진의 그것과 비교하여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선발등판 대비 승률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로저 클레멘스(1986~1999년)
444선발 등판, ERA 2.98, ERA+ 151, 평균 7.27이닝, 231(52.0%) 125(28.2%)

그렉 매덕스
(
1992~2005년)
466선발 등판, ERA 2.80, ERA+ 152, 평균 6.94이닝, 243(52.1%) 125(26.8%)

랜디 존슨
(
1990~2004년)
447선발 등판, ERA 2.98, ERA+ 151, 평균 7.08이닝, 236(52.8%) 115(25.7%)

페드로 마르티네즈
(
1994~2005년)
349선발 등판, ERA 2.72, ERA+ 167, 평균 6.85이닝, 187(53.6%) 78(22.3%)

요한 산타나
(
2004~2010년 현재)
207선발 등판, ERA 2.88, ERA+ 152, 평균 6.87이닝, 104(50.2%) 51(24.6%)

크리스 카펜터
(
2005~2010년 현재)
112선발 등판, ERA 2.77, ERA+ 153, 평균 6.95이닝, 61(54.4%) 20(17.9%)

 

제가 제 주장에 유리한 선수들만 고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위 선수들의 명단만 봐도 알 수 있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연속된 4년 이상의 기록으로 150이상의 조정방어율을 기록한 선수는 위의 6명이 전부이니까요. , 해당 기간 동안 류현진 급으로 메이저리그를 압도한 투수 6인방입니다. 하나 같이 류현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조정방어율을 기록하도록 최전성기를 기준으로 활동 기간을 설정했구요, 그 결과 공교롭게도 방어율과 평균 투구이닝에 있어서도 모두 비슷한 결과를 나타내 보이더군요.

 

헌데 저 중 류현진보다 높은 선발등판 대비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단연 압도적인 조정방어율을 기록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 조차도 선발등판 했을 때 승리를 거둘 확률이 53.6%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알 수 있지요. 2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평균 7이닝을 소화하는 투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평균적인 승수는 30경기 기준으로 약 16승 정도라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말입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 방어율 상위 20걸을 모두 살펴보면, 그들의 평균 방어율은 2.88입니다. 류현진의 그것과 비슷하죠. 헌데 그들은 총 632경기에 등판해 293(46.5%)을 챙겼습니다. 무려 600경기가 넘게 등판한 20명 투수의 평균적인 선발등판 대비 승률이 그 정도라는 뜻입니다. 그들의 평균 투구이닝이 7이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위에 언급된 선수들보다 승률이 낮은 것이지요어쨌든, 2점대 방어율로 얻을 수 있는 승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살펴보는 데는 도움이 되셨을 것 같네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지난 3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1점대 방어율은 총 10번 나왔습니다. 그들은 합계 300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경기당 평균 7.48이닝을 소화했고, 1.77의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헌데 그들의 승패 기록은 고작(?) 177 64패에 불과합니다. 선발등판 대비 승률은 59.0%, 패전 비율은 21.3%입니다.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다고 해도 승률이 60%에 미치지 못한다는 다소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 이상의 패전을 기록하게 되지요.

 

1점대 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에게 기대할 수 있는 선발등판 대비 승률 6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 받으신 분도 계실 것 같네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이게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성이니까요. 1점대 후반의 방어율을 기록한 선수가 30회 등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승수는 18승이 정상입니다. 류현진이 올 시즌 13번 등판해 60%에 해당하는 8승을 거뒀다면 그건 평균’인 겁니다.

 

20승은 투수가 자신의 능력만으로 거둘 수 있는 수치가 아닙니다. 타선과 불펜의 확실한 지원, 평균 이상의 지원을 얻어야만 거둘 수 있는 것이죠. 최대 35회의 선발등판이 가능한 메이저리그라면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20승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25~30회가 고작인 우리나라에서는 20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하늘이 내린 운이 따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아니면 1점대 극초반이나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던지 해야하죠.

 

류현진이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는데도 20승 페이스가 아니라고 실망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스포츠니까요.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조차도 해당 경기에서 승리를 챙길 확률이 60%가 되지 않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입니다.

 

최근 50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200승 이상을 거둔 42명의 투수들 가운데 선발 등판 대비 승률 50%이상인 선수는 페드로 마르티네즈(50.9%)와 로저 클레멘스(50.1%), 단 두 명뿐입니다. 승수는 작지만 류현진의 승률은 56%나 되지요. 결코 승운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그의 선발등판 대비 승률이 높다고 하여 운이 좋다고 표현할 수도 없지요. 위의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류현진은 더 많은 패전율을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승-패와 관련된 류현진의 승운은 '제로섬'입니다.(참고로 2007년 이후 김광현의 선발등판 대비 승률은 52.7%, 봉중근은 38.9%, 윤석민은 42.3%, 손민한은 44.2%입니다.)

 

류현진은 통산 성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타선과 불펜의 지원을 얻어 평균적인 수준보다 더 많은 승수를 거두고 있지만, 그 꾸준함에 비하면 더 많은 패전을 기록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류현진이 지금처럼 1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시즌을 마치고 26경기에서 16승을 거둔다면, ‘딱 적당한 승수를 챙겼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까지 류현진의 승운과 관계하여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준을 하여 좀 길게 글을 풀어봤는데요. 만족하실 만한 충분한 답이 되셨나 모르겠네요. 류현진이 승운이 없기 때문에좋은 투수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지요. 그는 그 피칭 자체로 충분히 빛이 나고,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새로이 써나가는 위대한 주역입니다. 그 정도 레벨의 놀라운 투수에게 굳이 운이 없는이란 수식어가 꼭 필요하긴 할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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