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 새벽, 한류 스타 1세대인 박용하가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해 많은 이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그의 죽음에 국내 팬들은 물론,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많은 팬들 역시 적지 않은 충격에 빠져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의 월드컵 탈락 소식에 이어 찾아온 또 하나의 비보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용하의 자살 소식을 접한 많은 연예인 동료들의 표정에서 크나큰 슬픔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속에는 당황한 듯한 기색도 역력했다. 개인적인 아픔은 있었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유명 연예인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자주 벌어져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체 무엇이 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소중한 목숨을 포기하게끔 몰아갔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경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원인 중 하나는 '우울증'이다. 대중들 앞에서는 화려해야 하고 빛나야 하지만, 뒤돌아보면 자신이 처한 현실이 괴롭고 힘들게 느껴지고 항상 커다란 부담감에 짓눌려 있다고 한다.
'팬'이라는 탈을 쓴 일부 돼먹지 못한 인간들의 악성 댓글로 인해 스스로가 죄책감이나 자괴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생활과는 달리 실제로는 생활고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 또한 그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원인이라고 한다.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을 서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중 앞에 나서서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또 그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하는 '유명인'이라는 점은 같다. 본인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늘 대중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여러가지 아픔과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 스포츠 스타의 자살 소식은 아직까지 크게 이슈화 되거나 보고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들 역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 연예인과 마찬가지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일거수일투족이 대중 앞에 노출 된 그들이 느끼는 고통은 일반 대중들과는 아마 조금 다를 것처럼 예상된다.
그런 만큼 프로야구를 비롯한 국내 스포츠계에서도 선수들의 심리 치료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MLB, NBA 등의 미국 프로 스포츠에서는 이미 꽤 오래 전부터 각 팀별로 전담 심리치료사를 두어 선수들의 신체적인 건강만이 아닌 정신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관리하는 것을 팀 관리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선수들의 성적 부진의 이유는 단순히 신체적인 컨디션 저하가 전부가 아니다. 심리적인 압박으로 인한 슬럼프는 그 기간도 길고 벗어나기도 어렵다. 그런 경우에는 팀이 먼저 나서서 선수를 챙겨야 한다.
지난해 11월 독일의 축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로베르트 엔케는 4년 전 선천성 심장병으로 떠난 딸을 그리워하다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해 세계 축구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프로 구단이라면 소속된 선수의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괴로움까지 알고 있어야 하며, 이에 대한 심리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선수 개인적인 차원에서 동료나 가족과의 대화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문제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일부 연예인들은 녹녹지 않은 현실에 더해 일부 '키보드 워리어'들의 악의적인 댓글 때문에 심한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TV를 통해 눈에 보이는 피상적인 모습과 이미지만으로 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혹은 근거 없는 소문을 듣고 해당 연예인의 미니홈피 혹은 팬 카페에 사람으로서는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되는 비난을 퍼붓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그러한 것은 운동선수들도 피해 갈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 한 후, 한 유명 축구 카툰작가는 그의 카툰에서 모 선수에게 당분간 인터넷을 끊을 것을 권유했다. 인터넷에서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들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걱정해서였다.
프로야구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패배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하거나, 실책을 범하기라도 하면 구단 게시판은 물론이고 해당 선수의 미니홈피까지 온갖 욕설로 도배가 되곤 한다. 이제는 그러한 일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더 비참하고 가슴이 쓰리다.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실수나 잘못을 한 선수는 사람이 아닌 동물로 둔갑한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선수를 기용한 감독을 비롯해 구단직원, 단장, 구단주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지어는 선수의 가족들까지 인질이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김남일의 부인인 김보민 아나운서의 미니홈피가 초토화된 사건이 있지 않았던가.
아무리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선수들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더 이상 참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차 하기 어렵다. 악성 댓글에 대해 반박이라도 할라치면, '공인의 신분으로 팬에게 욕을 했다'는 이유로 무개념의 수준 이하 인간으로 낙인찍히곤 한다. 그들이 오죽하면 그랬을까. 그렇다고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 땅에서 '유명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이다.
운동선수, 특히 프로 스포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닌 심리적인 안정이다. 처음부터 기본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가 된 이들이기에 심리적인 안정만 찾을 수 있다면 실력을 발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몇 년간 연예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비극적인 일이 스포츠계로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구단은 물론 팬들도 함께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지금처럼 방관한다면, 언제 우리 스포츠계에도 그러한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장담 할 수 없을 것이다.
// T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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