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지난 이야기다. 20일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한국군의 사격훈련이 예상되었던 그날, 군과 정부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행여나 있을지도 모를 북한의 보복성 도발을 우려하며 가슴 졸이던 바로 그 때, 야구팬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발발하고 말았다.
해상 사격 훈련 당시 우리군은 연평도 인근 북한의 기습공격에 대비해 만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연평도 인근이 아닌 제2, 제3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보고 게릴라성 공격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군의 해상사격 훈련은 별 탈 없이 끝났으며,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게릴라 공격은 지금까지도 없다. 그러나 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북한이 아닌 넥센 히어로즈의 게릴라성 공격에 놀라야 했고, 넥센 팬들은 많은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그 사건은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넥센과 롯데 간에 벌어진 1:2 트레이드(고원준=이정훈+박정준)였다. 넥센의 기습 트레이드에 대해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전략전술을 보면 진정 게릴라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기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사실 올 겨울에 넥센발 트레이드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로 많은 이들에게 인지 되고 있었다. 팀 내 투-타 고과 1위인 손승락과 강정호의 트레이드는 서울의 모 팀, 그리고 지방의 모 팀과 합의를 마쳤으며 발표와 KBO의 승인만 남았다는 소문까지 나돌았었다. 하지만 그 소문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허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강정호와 손승락에게 쏠려 있는 동안 넥센은 조용히 게릴라 작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원준의 트레이드가 그렇게 놀랍지만은 않다. 시즌이 끝나고 넥센이 선수 장사를 한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 봤던 ‘바겐세일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트레이드의 과정과 결과다.
해당 트레이드는 “문제없음”이라는 판결과 더불어 KBO의 승인이 떨어졌고, 이제 그 누구도 더 이상의 이의를 제기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우선 종결되었다. 당사자인 선수들만 배신감, 놀람 등 그들의 감정 따위는 돈이 필요한 넥센, 그리고 선수가 필요한 롯데에게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는 것이다.
죽은 자식 거기를 만져봤자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이번 일로 모든 것이 끝일까?”라는 의문에 “마지막이다”라고 답하는 사람들은 넥센 히어로즈의 임직원들뿐일 것이다. 그들의 선수 세일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 끝을 모르게 달려가고 있다. 오직 돈만 필요할 뿐, 팀의 우승이나 한국야구의 발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히어로즈 구단의 운영진들은 이번 트레이드에 현금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선수판매가 아닌 전력보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들이 팬들의 신임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라는 것을.
창단 당시부터 히어로즈는 팬들에게 믿음 따위는 주지 못했다. 네이밍 마케팅 이라는 생소한 운영방식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에서부터 많은 이들은 코웃음을 쳤다. 가입금은 분납, 그마저도 본인들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으면 못 내겠다며 에스크로 통장을 들고 나타났던 구단주의 모습을 기억 하는가? 그런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본인들이 지향했던 네이밍 마케팅의 파트너에게마저 버림 받고, 가난한 구단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그리고 나서 그들이 자행해온 것은 선수 내다팔기다. 장원삼을 필두로 이택근, 이현승, 마일영을 팔아 치웠다. 그들과 맞바꾼 것은 선수 4명과 현금 58억원이었다. 하지만 그 58억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다. 그들이 실제로 벌어들인 돈은 그 금액의 2배에서 3배일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모든 진실은 넥센만이 알고 있을 테니, 여기에서는 굳이 확대 해석하지 않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시즌 중 황재균을 롯데에 내어주었고, 이번엔 고원준마저 넘겨주었다. 이 두 트레이드에서 그들이 받아온 것이 선수 4명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을까? 공식 발표상의 액수는 0원이다. 이게 과연 믿어지는가? 이걸 확실히 믿을 수 있을만한 논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댓글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많은 이들은 넥센의 선수장사가 부족한 운영자금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말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넥센 측 주장대로라면 그들은 더 이상 운영자금에 쫓길 필요가 없다. 그 주장을 뒤로 하더라도 트레이드 머니와 스폰서 지원금을 통해 운영자금이 꽤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단에 대한 지원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들은 선수를 팔아서 얻을 수 있는 부의 창출이 목적이지, 처음부터 야구단의 안정적인 운영은 안중에도 없었다.
넥센을 보면 인정하지 않으려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HR(Human Resource), 즉 인적자원의 활용이다. 이장석 대표가 안면 팔림을 무릅쓰고 에스크로 통장을 들고 나타나서 신인 우선 지명권과 관련된 주장을 한 이유가 무엇일까? 어쩌면 이미 그 당시부터 젊고 유망한 선수를 빠른 시간 안에 키워서 팔겠다는 경영이론이 세워져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넥센의 인적자원 활용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짧은 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선수는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키운 뒤 팔아버리지만, 팀 성적 혹은 선수단 내부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선수들은 매몰차게 걷어 차버린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전설적인 ‘대도’ 전준호였다. 작년 가을, 넥센은 언론과 야구팬들의 관심이 포스트시즌 경기에 집중 될 때 슬그머니 전준호를 방출했다.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번명했지만, 불혹의 전준호가 갈 팀이 많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넥센의 입장에선 상품가치가 없어 내다팔 수 없는 그를 더 이상 안고 갈 이유가 없었다.
비슷한 경우는 올해도 있었다. 현대시절부터 팀의 모든 굳은 일을 도맡아 했던 신철인, 부활의 찬가를 부르던 ‘조라이더’ 조용준을 비롯해 ‘비운의 에이스’ 이정호 등 나열하기 버거울 정도로 많다. 일단 또 하나의 예로 이정호의 방출을 생각해 보자.
해외리그로의 진출을 노리는 이정호 개인의 목표를 위해 넥센은 미련 없이 그를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주는 쿨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정호가 만약 이보근이나 오재영 정도의 모습만 보여줬더라도 그토록 쿨하게 떠나 보낼 수 있었을까? 혹시 크지도 않은 그의 연봉을 줄이려고 방법을 찾던 중 운 좋게 생긴 ‘럭키’였던 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히어로즈 구단의 수뇌부튼 야구단이 아닌 오직 그들의 금전적 이익만을 위해 뛰고 있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지금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사람의 본 직업은 HR과 관련한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장석 대표와 동종(?) 업계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그에게 야구단 다음의 사업 아이템은 HR쪽으로 전념할 것을 적극 권장하는 바다. 지금처럼 한다면 분명히 대성공을 거둘 것이다. 또 다른 사업 아이템으로 자체 육성형 헤드헌팅 사업도 꽤나 괜찮을 듯 한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하나 둘씩 부하직원이 늘 때마다 상사들이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잘해라. 아랫사람들이 바로 위선임인 네 행동을 따라 할 것이다. 그러니 너부터 모범을 보이고 네가 하기 싫은 일은 그들에게 가르치지도 시키지 말아라.”
프로야구 8개 구단 중에 막내라고 할 수 있는 넥센 히어로즈. 최근의 야구열기와 각 기업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을 놓고 볼 때,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새로운 동생들이 태어날 것 같은 분위기다. 동생들이 태어나서 형이 성장해간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그들이 “아, 막내 형처럼 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여 히어로즈가 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는 건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된다.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지금은 삼성맨이 된 장원삼과 이제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현승이 현 소속팀의 자존심을 걸고 맞대결을 펼쳤다. 그 싸움을 넋 놓고 바라봐야만 했던 넥센 팬들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다. 이런 현실을 만들어 낸 넥센의 수뇌부들이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하겠다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 ‘넥센 팬’ Thope[사진=넥센 히어로즈, 조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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