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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류현진, 보라스와의 계약은 아직 시기상조!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8.

며칠 전 <스포츠 춘추>의 박동희 기자가 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의 유명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 손을 잡았다는 말을 하는 바람에 한국 야구계가 발칵 뒤집어 졌었죠. 이후 류현진이 직접 만난 적은 있지만, 절대로 계약은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일단 보라스가 류현진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정식으로 접촉을 시도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박동희 기자가 6천만~1억불이 가능하다고 밝혔을 정도로 류현진의 시장 가치가 높은 것 또한 사실이죠. 물론 저 몸값은 포스팅 낙찰액수와 연봉이 합친 액수로, 1억불까지는 몰라도 5년 기준으로 최소 5천만 달러 이상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류현진이 향후 미국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보라스 같이 능력 있고 힘 있는 에이전트와 손을 잡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합당한 대우와 좋은 조건 속에 안정적인 미국 생활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설픈 한국계 에이전트와 손을 잡았다간 3년 안에 쪽박차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십상이지요. 유능한 에이전트의 존재는 류현진의 실력만큼이나 타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계약 시점이 지금이라면, 그건 좀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보라스가 손을 내민다 하더라도 지금은 류현진 측에서 무조건 거절을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게 류현진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리고 한국 야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올해나 내년 안에 류현진이 보라스와 손을 잡는다면, 그건 정말 나쁜 선례를 남기며 한국 야구의 근간을 뒤흔들게 되는 사건으로 번질 지도 모릅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스캇 보라스는 에이전트로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 인간적이지는 않습니다. 그의 방식은 인정이나 의리과는 아~~~주 거리가 멀죠. 보라스는 철저한 돈의 논리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적용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프로의 세계, 그것도 어마어마한 액수가 오가는 메이저리그이기에 그런 방식이 통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백억이 오가는 상황에서 인정이나 의리 같은 걸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런 환경 속에서 보라스의 방식은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을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많은 돈을 챙기는 것을 지상과제로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2010시즌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선수는 괴물 타자로 일찍부터 유명세를 탔던 브라이스 하퍼입니다. 이 친구는 현재 만 17세의 나이임에도 대학생 신분으로 드래프트에 참가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본 후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이죠.

 

모든 것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계약금을 받아내기 위한 보라스의 조언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같은 나이라 하더라도 고교 선수보다는 대학 리그에서 검증된 선수가 더 높은 평가를 받기 마련이니까요. 그의 고교 중퇴는 더 많은 계약금을 받아내기 위한 보라스의 얄팍한 술수였던 겁니다. 또한, 하퍼는 이번에 만족할만한 액수의 계약금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1년을 더 다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만족할만한 액수보라스가 원하는 액수라는 뜻이지요.

 

이처럼 돈을 위해서라면 정상적인 루트를 벗어나 고등학생을 중퇴시키기도 하는 것이 보라스의 방식입니다. 중남미 선수들의 나이를 밥 먹듯이 속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 뛰어난 협상력을 무기 삼아 메이저리그 연봉 시장의 상한선 자체를 파괴해버린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상도의같은 것은 보라스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류현진은 올해로 프로 5년차를 맞았습니다. 해외 진출 자격은 7년이 지나야 얻을 수 있지요.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류현진이 해외로 진출하고 싶다 해도 구단이 승낙하지 않으면 그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상식적인 선에서는 그렇다는 뜻입니다.

 

물론 보라스는 그 상식을 인정할 리가 없지요. 확신컨대, 지금 보라스가 끼어들면 류현진은 무조건 2012시즌이 종료된 후 메이저리그로 떠납니다. 한화 구단의 의사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론을 이용하든, 아니면 법적인 수단을 강구하든 보라스는 어떻게든 류현진의 해외 진출을 성공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과거에 몇 번 있었던 해외 진출 문제를 두고 스타 플레이어와 구단이 마찰을 일으킨 적이 몇 번 있었지요. 보라스가 끼어들면 그 파장 자체가 앞선 사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와중에 류현진과 한화 구단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틀어지건 말건, 그 여파로 류현진이 한국 야구계에서 영구히 제명되든 말든 그는 상관하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보라스는 예전에 15세 이전에 계약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어겼다며, LA 다저스 소속이었던 자신의 고객 에드리언 벨트레를 FA 만들어 다저스 구단과 벨트레의 10년 의리를 박살낸 적도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보라스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류현진을 메이저리그로 데려갈 것이라는 점이죠. 물론, 그 조건은 아주 좋을 겁니다. 3년 후 26살이 된 류현진이 앞으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남아 있어봤자 얼마를 더 벌겠습니까? 100억 정도 될까요? 9년을 채우고 FA가 되어 일본으로 진출한다 하더라도 첫 3년 정도의 계약 기간 동안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가정 하에서만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보라스와 손을 잡고 미국행을 결정하는 순간 류현진은 최소 300억원 이상의 막대한 액수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류현진 정도라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 최소 5년간 3,0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보라스와 손을 잡은 선수들이 인정이나 의리에 연연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금 상황에 안주하는 것과 비교해 몇 배나 많은 액수가 당장 눈 앞에 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그 5년 동안 좋은 활약을 펼쳐 몸 값을 높인다면, 그 이후로는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조건이라면 제아무리 몇 년 동안 몸 담았던 구단이라 하더라도, 그 구단과의 의리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래서 지금 현 시점에서의 보라스의 개입이 달갑지 않습니다. 보라스가 류현진과 손을 잡게 되는 건, 류현진 스스로가 자신의 의사를 확고히 하여 구단과 협상을 마친 이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화 구단이 류현진의 해외 진출에 납득을 하고, 2012시즌 이후에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 이후라면 류현진과 보라스가 서로 좋은 모양새로 파트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상황이라면 한화도 굳이 류현진의 해외진출을 막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류현진이 포스팅제도를 통해 미국에 진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화로서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요. 다만, 그 결정을 한화 구단 스스로의 의지로 할 수 있느냐, 아니면 외부의 압력과 술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느냐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가져올 여파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당당하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과정이 최대한 잡음이 없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금 이 시점에서 보라스가 끼어들게 된다면, 그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류현진 측이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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