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한국 프로야구는 조금 아쉬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월드컵 열풍이 한반도를 휩쓸면서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그것보다는 너무나 놀랍고도 어처구니 없었던 KIA의 16연패 때문에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쪽에만 집중되었던 것도 또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실제로 KIA가 16연패 소식은 그날 나란히 11승 달성에 성공하며 다승왕 경쟁에 불을 당긴 류현진과 김광현의 소식까지 삼켜버렸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그 한 달 동안의 큰 변화는 KIA의 몰락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외의 변화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것은 역시 LG 트윈스의 ‘변신’이었습니다. 마침내 LG 타선이 ‘돈들인 값’을 하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그들의 투수진은 ‘돈 안들인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LG는 6월 10일 이후 치른 27경기에서 총 179점을 냈습니다. 경기당 평균 6.63점에 달하는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한 것이죠. 이는 막강 타선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두산(5.92점)과 롯데(5.75)가 같은 기간 동안 보여준 화력을 한참이나 상회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57경기에서 평균 4.98점을 기록하며 리그 평균 이하인 5위권의 득점력을 보여주었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죠.
지난 한 달 동안 LG 타선은 팀 득점은 물론 팀 타율(.295) 1위, 팀 OPS(.835)는 롯데(.850)에 이은 2위였습니다. 홈런은 34개로 3위였지만, 무려 52개나 되는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이대형을 주축으로 한 성공률 높은 도루(22성공 7실패)도 도움이 되었겠지요. 이 기간 동안의 LG는 선수들이 나름 착실하게 팀 배팅에 임했고, 고비 때마다 예상치 못한 선수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신바람 야구’를 재현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98타수 44안타로 .449의 고감도 타격감을 뽐낸 이진영(5홈런 18타점)은 이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기록, 어느덧 시즌 타율을 .332로 끌어 올리며 5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정성훈(2홈런 21타점 .344)과 조인성(9홈런 29타점 .316)도 중심타선에서 그 중심축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작년에 FA를 통해 영입한 2명(이진영, 정성훈)이 올 시즌 들어 한층 더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 타선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올 시즌 새로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택근(3홈런 13타점 .315)이 뒤늦게 발동 걸리기 시작했고, ‘큰뱅’ 이병규(20타점 .312)는 장타력 대신 정교한 타격으로 팀 배팅에 주력했ㅆ습니다. 지난해 타율왕이었던 박용택(.286)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지난 주말 시리즈의 영웅이었던 김태완(3홈런 9타점 .313)도 많지 않은 기회를 착실하게 살려나가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잠시 2군에 내려갔었던 ‘작뱅’ 이병규(28타수 12안타)는 이미 LG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성장했지요.
5월까지 펄펄 날아다니며 혼자 제 몫을 해주던 이대형(.228)이 주춤했을 뿐, 작년과 올해 새로이 영입한 선수들이 마침내 본신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전혀 다른 팀 컬러의 막강 중장거리포 군단으로 새롭게 탄생한 것이죠. 높은 타율과 출루율, 그리고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팀 배팅 정신으로 무장한 현재의 LG 타선은 롯데의 막강 홈런포보다도 더욱 상대 투수진을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LG 타자들이 상대 수비수의 실책으로 인해 출루한 것은 모두 18번, 2위인 삼성이나 넥센(11회)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지금 LG 타선의 내뿜는 포스가 상대 야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뜻인데요. 다수의 발 빠른 타자들이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다 보니 그것이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팀 타선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LG는 이 27경기에서 13승 14패로 5할 승률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얻은 점수보다 내준 점수가 많기 때문이지요. 황당하게도 타선이 8개 구단 1위의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LG 투수들은 그보다 더 많은 점수를 상대에게 헌납하고 있었습니다. 타선이 179점을 얻는 동안 투수진이 내준 점수는 183점, 경기당 평균 6.78점을 허용하고 있으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없는 것이죠.
이 기간 동안 LG 투수진의 팀 방어율은 6.51로 단연 8개 구단 가운데 최악입니다. 타선이 되살아나지 않았다면, KIA와 더불어 엄청난 연패의 늪에 빠져들었을 지도 모르지요. 참고로 같은 기간 동안 삼성의 팀 방어율은 LG의 절반 수준인 3.28에 불과했고, 7위인 KIA(5.67)조차도 LG와는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팀 내에 믿을 만한 투수라곤 한 명밖에 없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명환(2승2패 7.28)은 이 기간 동안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들 가운데 방어율 꼴찌를 기록했고, 더마트레(1승 3패 7.43)는 5번이나 선발 등판했음에도 23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쳐,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한 덕에 박명환에게 꼴찌를 양보(?)할 수 있었습니다. 각각 4번씩 선발 등판한 김광삼(1승 1패 11.85)과 서승화(2패 9.00)의 성적도 처참하긴 마찬가집니다.
오직 봉중근만이 6번 선발 등판해 3승 2패 방어율 3.76의 성적으로 체면치례를 했을 뿐, 나머지 4명의 선발진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지요. 더불어 시즌 초반 오카모토와 더불어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던 김기표(10.57)와 김광수(6.08)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상민(5.54), 정재복(4.80), 이상열(4.50)의 피칭도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팀 타선이 .295의 팀 타율(1위)로 52개의 2루타(1위)와 34개의 홈런(3위)을 때려내는 동안 투수들은 .293의 피안타율(1위)로 52개의 2루타(1위)와 40개의 피홈런(1위)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138개의 사사구(1위)까지 상대 타자들에게 헌납하며 패배를 자초했지요. 사실 투수진이 이렇게까지 무너졌는데도 거의 5할에 육박하는 승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타자들은 더 많은 칭찬을 받아 마땅합니다.
작년에 LG는 8개 구단 중에 득점 6위, 방어율 7위였습니다. 양쪽 모두 약점이 있긴 했지만, 타선보다는 투수력에 더 문제가 많았다는 평가가 더 많았습니다. LG 프런트는 ‘페타신’ 페타지니를 내보내고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영입했습니다. 다행히 타선에서는 조인성이 페타지니의 역할을 100% 대신해주며 확실한 거포로 자리잡았고, 작년에 이미 영입해두었던 이진영과 정성훈이 좋은 활약을 해주면서 수준급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투수 쪽에서는 곤잘레스가 실패작으로 돌아갔고, 대체 용병으로 선택한 더마트레 역시 지금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 ‘언터처블’이라 불리던 오카모토 역시 5월 이후 4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면서 시즌 초반의 위력은 상실한 상태죠. 불펜 쪽은 어떻게든 물량으로 커버한다고 해도, 선발진에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입니다.
많은 LG 팬들이 투수진 보강을 도외시한 채 수십억을 들여 이택근과 이병규를 영입한 것을 두고 많은 비난을 했었죠. 실제로 ‘작뱅’ 이병규가 성장함에 따라 저들의 영입은 큰 효과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현재 LG의 1루 수비는 유격수 오지환 이상으로 골칫거리가 된 상황이죠. 포지션의 균형을 생각지 않은 외야수 수집이 나은 결과입니다.
근래 프로야구에서 이처럼 투타의 불균형이 극심한 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롯데가 ‘롤러코스터’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현재의 LG는 그보다 훨씬 굴곡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지요. 의미 없는 가정이긴 하지만 지난해 LG가 영입한 선수가 이택근이 아닌 장원삼이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좀 더 안정적인 전력으로 지금 4위에 올라있지 않았을까요? 의미 없는 일인걸 알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보게 되는군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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