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가 13일 경기에서 또 다시 한 경기 2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시즌 27,28호를 기록, 이제는 그의 40홈런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대호가 4개의 타점을 추가하며 바싹 추격하자 이에 질세라 홍성흔도 투런 홈런으로 응수, 타점 부문 단독 선두를 더욱 굳건히 하며 최진행(한화)과 더불어 홈런 부문 공동 2위로 올라섰습니다.
이대호 - 81경기 116안타(1위) 64득점(2위) 28홈런(1위) 84타점(2위) .368(1위)/.443(2위)/.660(1위)/1.104(1위)
홍성흔 - 84경기 115안타(2위) 70득점(1위) 23더블(1위) 22홈런(2위) 93타점(1위) .350(2위)/.431(3위)/.626(2위)/1.057(2위)
이대호와 홍성흔은 도루를 제외한 타격 부문의 주요 타이틀을 둘이서 거의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출루율만 2~3위일 뿐, 나머지 부문에서는 죄다 1,2위를 독식하고 있는 중이지요. 홈런에 비해 2루타가 작은 이대호에 비해, 홍성흔은 2루타까지 1위를 기록, 그것이 많은 타점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기록을 133경기로 환산하면 이대호는 44홈런 133타점, 홍성흔은 35홈런 147타점이 됩니다. 홍성흔의 타점은 이승엽이 2003년에 기록한 단일 시즌 역대 최다 타점 기록(144개)을 넘어서는 것이고, 이대호의 홈런은 역대 8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국내 선수 중에는 이승엽과 심정수만이 도달한 바 있는 놀라운 영역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이들 두 명의 활약은 쉽게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실제 선수들에게 물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은 바로 ‘타점’이죠. 나머지 부분에서는 이대호가 근소하게 앞서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장 타점에서 홍성흔이 제법 큰 차이로 앞서 있다면 둘의 우열을 가리기란 쉽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홍성흔이 이대호 앞의 3번을 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이대호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지만요.
어찌되었건 중요한 건 이들 두 명이 명실상부한 ‘2010시즌 최고 타자 2인방’이라는 사실입니다. 다른 그 어떤 팀에도 감히 이들과 견줄 수 있는 선수들이 없습니다. 타자 랭킹을 매겨 본다면 3위와 엄청난 차이로 독보적인 1,2위에 올라 있을 것이 분명하죠. 이대호와 홍성흔이 한 팀이라는 것은 투수쪽의 류현진과 김광현이 한 팀에서 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과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그 어떤 팀이 이런 호사를 누려봤을까요?
작년에 KIA 타이거즈에는 3할-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한 두 명의 선수가 함께 뛰고 있었습니다. 김상현(36홈런 127타점 .315)과 최희섭(33홈런 100타점 .308)이 바로 그들이었죠. 하지만 그 두 명이 2009시즌의 독보적인 최고 타자들이었다고 할 순 없을 겁니다. 그들은 OPS 순위에서 4,5위에 불과(?)했으니까요. 김동주와 페타지니, 그리고 김현수의 서울 3인방이 OPS 1~3위를 차지하고 있었죠. 즉, 김상현과 최희섭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거둔 5명의 타자들 중 2명’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한 팀에서 랭킹 1,2위의 타자가 함께 뛰고 있는 장면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죠.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타자의 3할-30홈런-100타점 동시 달성 기록은 총 23번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 팀에서 두 명의 달성자를 배출한 것은 지난해 김상현-최희섭을 포함해 총 5번 있었습니다.
1999년 롯데의 마해영(35홈런 119타점 .372)과 호세(36홈런 122타점 .327), 해태의 양준혁(32홈런 105타점 .323)과 홍현우(34홈런 111타점 .300), 2000년의 우즈(39홈런 111타점 .315)와 김동주(31홈런 106타점 .339), 2002년의 이승엽(47홈런 126타점 .323)과 마해영(33홈런 116타점 .323)이 앞선 달성자들입니다.
하지만 저들도 리그 랭킹 1,2위의 조합은 아니었죠. 99년과 2000년의 경우 리그 최고의 타자는 단연 이승엽이었고, 2002년 당시 이승엽과 더불어 한국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선수는 마해영이 아닌 심정수(46홈런 119타점 .321)였습니다. 또한, 단순히 두 선수의 기록 합계만 놓고 봐도 이대호-홍성흔의 조합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의 타자 듀오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타격에 있어 가장 중요한 3개 타이틀인 홈런-타점- OPS에서 모두 1,2위를 싹쓸이한 콤비는 딱 한 번 탄생했습니다. 바로 1993년 삼성의 김성래와 양준혁이었죠. 당시 김성래는 28홈런 91타점으로 두 부문 1위, OPS는 .939로 2위였습니다. 신인이었던 양준혁은 23홈런 90타점으로 두 부문에서는 2위였지만, OPS는 1.035로 김성래를 제치고 1위였죠. 김성래는 당시 MVP를, 양준혁은 신인왕을 차지했었습니다.
당시 활약하던 타자들의 랭킹을 매겨본다면 분명 김성래와 양준혁이 1,2위였다고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시 양준혁(.341)이 타율 부문에서도 1위였던 것에 비해, 김성래(.301)는 5위였죠. 당시 타율 2위는 같은 팀 동료인 강기웅(.325)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해 득점 1위는 또 한 명의 놀라운 신인 이종범(85득점)이 차지했었습니다. 올해의 이대호-홍성흔처럼 타격 전부문의 타이틀을 휩쓸지는 못했다는 뜻입니다.
80년대 초반의 이만수-장효조(삼성) 콤비, 80년대 후반의 이만수-김성래(삼성) 콤비, 90년대 초반의 장종훈-이정훈(빙그레) 콤비, 90년대 후반의 이승엽-양준혁(삼성) 콤비,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이승엽-마해영(삼성) 콤비까지. 이들은 모두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화려하게 장식한 ‘다이나믹 듀요’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올 시즌의 이대호-홍성흔처럼 단연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콤비는 없었던 것 같네요.
이대호의 개인 통산 두 번째 트리플 크라운의 도전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방해하고 있는 선수가 자신의 바로 앞 타석에서 타점을 쓸어 담고 있는 홍성흔이라는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 한데요. 이들의 활약이 계속되는 한,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롯데 팬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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