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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한대화의 과잉보호가 류현진을 망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25.

한대화 감독이 결국은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는군요. 류현진을 위해서라도 그런 선택은 하지 않길 바랬는데, 끝내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류현진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오히려 류현진의 올 시즌 경력에 흠집이 날만한 계기를 만들어준 것이지요. 안티들을 향해 훌륭한 무기를 하나 쥐어줬다고나 할까요?

 

25일 잠실에서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선수로 한대화 감독은 유원상을 예고했습니다. 로테이션대로라면 17일 경기에 등판했던 류현진이 나와야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그를 숨겼습니다. 류현진은 26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입니다. 좀 더 쉬운 상대를 만나서 승리를 따게 하려는 감독의 친절(?)한 배려(?)에 의해서죠.

 

상대를 골라가며 등판시키기로 결정을 한 겁니다. 이 또한 하나의 작전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선발 등판에서도 상대팀을 이런 식으로 고의4처럼 거를 줄은 몰랐네요. 그것도 한대화 감독이 당장의 1패를 각오하더라도 선수의 1승을 더욱 중요시하는 그런 특이한 각오를 단단히 하면서까지 내린 결정이라 더욱 의외입니다.

 

한대화 감독은 이것이 류현진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나 봅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이 선택은 악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이번 선택으로 한대화 감독은 몇 가지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은 아직 두산전에서의 승리가 없습니다. 1경기에 등판해 8이닝 동안 2실점으로 훌륭히 막았지만, 오히려 1패만을 기록하고 있을 뿐이지요. 류현진이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선 이번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따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기회가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이대로는 류현진이 시즌 다승왕을 차지한다고 해도, 6개 구단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2% 부족한 다승왕이 되고 맙니다.

 

아마도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이 그 1번의 맞대결에서 8개의 안타와 4개의 사사구를 허용한 것이 맘에 걸렸나 봅니다. 당시에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2점으로 잘 막았지만, 이번에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으니까요. 행여나 류현진의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QS) 기록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지요. 게다가 이번 맞대결 상대는 히메네스이니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테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도전조차 시키지 않고 피해 가다니요, 데리고 있는 선수의 실력을 그토록 믿지 못하는 걸까요?

 

이번 경기의 선발로 예고된 유원상은 18일 경기에 선발 등판해 37구를 던진 후 21일 경기에는 구원으로 마운드에 올라 69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선발 등판 후 저 정도의 투구수를 기록했다면, 정상적인 로테이션으로 4일 정도는 쉬게 해주는 게 맞지요.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3일 휴식 후 4일째 되는 25일 경기에 유원상을 선발로 내세운 겁니다. 류현진은 금쪽같이 아끼는 분이 유원상은 헌식짝처럼 취급한다는 인상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게다가 이런 일은 처음이 아닙니다. 류현진은 4 29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습니다. 일정상 5일 후인 5 4일 경기에 충분히 등판할 수 있었죠.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4 30일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가 조기 강판 당한 유원상을 3일 경기에 다시 등판시키고 류현진의 등판은 5일로 미뤘습니다. 4일 경기의 상대 선발은 윤석민이었습니다. 올 시즌 내내 이런 패턴의 연속이었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평균 투구수는 114개 정도. 꽤나 많은 편이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5일을 쉰 후 6일째에 등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습니다. 하지만 꼭 그것을 일관성 있게 지키진 않았습니다. 6일째 상대해야 하는 상대팀이나 선발투수가 껄끄럽다면 한대화 감독은 위의 경우처럼 깜짝 선발을 내세우는 한이 있더라도 류현진의 등판을 하루 연기해 주었죠.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7 3일 넥센전에 등판해 평소와 마찬가지로 117구를 던진 류현진은 놀랍게도 5일만인 8일 경기에 다시 등판해 또 다시 117구를 던지며 1실점 완투승을 거뒀지요. 당시 류현진이 그 경기에 등판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8일 경기의 상대가 류현진이 매우 강점을 보이고 있는 LG였고, 상대 선발도 더 맞더라더마트레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9일 경기의 상대 선발이 KIA 양현종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결국 8일 경기에선 이겼지만, 9일 경기에서 유원상(또 유원상이군요)을 올렸다가 KIA에게 패하면서, ‘조공 논란이 일고 말았지요. 이 일로 인해 한 동안 꽤나 잡음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한대화 감독이 그 동안 계속해서 해왔던 류현진은 투구수가 많아 5일만의 등판은 무리다라는 말과 전혀 반대되는 행동이었기에 일부 팬들의 분노는 더했죠. 특히 LG!

 

물론 8일 경기 후 13일 경기에는 류현진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상대 선발이 SK 김광현이었거든요. 류현진은 14일 경기에 등판했습니다. 시즌 내내 이런 식의 패턴이 반복되었죠. 얼마 전에도 류현진이 경기 도중 공에 맞았다는 것을 이유로 삼성전을 스킵하고 LG전에 등판했었습니다. 부상이 이유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그렇게 부상에서 갓 회복한 선수에게 9이닝이나 던지게 하며 121구나 던지게 하는 건 무슨 경우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가요? 하긴 그 경기에서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진 덕분에, 류현진은 23일 김광현과의 맞대결을 당당하게(?) 스킵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거기까지 한대화 감독의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지요.

 

올 시즌 류현진은 김광현-히메네스-양현종-봉중근-사도스키-윤석민 등 각 팀의 손꼽히는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맞대결을 단 한 번도 펼친 적이 없습니다. 장원삼-김선우와의 맞대결이 합쳐서 3번 정도 있었을 뿐이지요. 올 시즌 류현진이 선발 맞대결을 펼친 투수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괄호안의 숫자는 맞대결 회수입니다.)

 

고원준(3), 장원삼(2), 더마트레(2), 이재곤(2), 송승준, 이명우, 강윤구, 크루세타, 김선우, 전태현, 곤잘레스, 로페즈, 이승호, 서승화, 글로버, 장원준, 최성민

 

류현진은 지금까지 23경기에 선발로 나섰는데, 그 중 1~3위인 SK-삼성-두산전에서의 등판은 총 6번에 불과합니다. 4~5위인 롯데-KIA전 등판이 모두 8, 6~7위인 LG-넥센전 등판이 합쳐서 9번이죠. 이번에 또 다시 넥센전에 등판할 것을 고려하면 10번이 됩니다. 아무리 봐도 참 잘 만들어진 대진표죠. 베스킨라빈스31도 아닌데, 골라먹는 재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럴 리가 없죠. 한대화 감독의 작품입니다.

 

우선, 여기서 하나 분명히 집고 넘어가고 싶네요. 올 시즌의 류현진은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현재의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대단하고 놀랍지요. 그의 피칭을 직접 보신 분들이라면, 지금의 성적이 관리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분은 전혀 없으실 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리그 1위인 SK전에 두 번 등판해 완봉승 한 번을 포함, 16이닝 1실점으로 2승을 챙긴 선수가 류현진입니다. 올 시즌 최강의 방망이를 자랑하는 롯데전에 5번 등판해 39.2이닝 동안 무려 4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1.82의 방어율로 4승을 거둔 괴물이 바로 류현진입니다. 올 시즌 류현진이 등판한 거의 매 경기에서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위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대화 감독이 보여주는 이러 식의 배려(?)’가 정말 쓸데 없는 행동으로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올 시즌의 류현진은 로테이션만 일정하게 지켜주면, 굳이 상대를 선택해서 맞붙어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그 기량이 절정에 달해 있습니다. 한대화 감독이 관리를 했기 때문에 류현진이 이토록 잘할 수 있었을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피칭은 다른 선수가 동일한 패턴으로 등판한다 해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러한 레벨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한대화 감독은 시즌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류현진을 관리하고 있네요.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요. 이런 식으로 상대를 골라서 등판한다는 인식이 남게 되면, 좋을 것이 없습니다. 지금 그 자체만으로도 류현진은 이대호와의 MVP 경쟁에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아직 둘 중 누가 수상하게 될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이번처럼 아주 노골적으로 피해간다면, 부정적인 인상이 남을 수밖에 없지요. 그것은 류현진의 MVP 수상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한대화 감독이 오히려 류현진을 망치고 있는 것이지요.

 

얼마 전,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의 다승왕을 위해서라면 구원 등판이라도 시키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글스의 옛 감독인 김영덕 감독을 본받고 싶기라도 한 것일까요? 얼마 전 스페셜 랭킹에서도 다룬 적이 있지만, 그런 승리는 류현진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영덕 감독의 배려(?)에 의해 ‘1이닝 투구 양아치 승리를 챙긴 송진우가 그 해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한 이유를 벌써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군요.

 

올 시즌 내내 놀라운 피칭을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의 역대급시즌은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놀라운 시즌에 조금씩 흠집이 생기고 균열이 가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소속팀 감독에 의해서 말이지요. 20승을 못하더라도, 다승왕을 설령 다른 선수에게 빼앗기더라도, 류현진은 류현진입니다. 왜 그것을 몰라주는 것일까요?

 

류현진은 이미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선동열-최동원과 비견될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에이스로 성장했습니다. 그런 선수를 과잉보호 하다니요. 만약 올 시즌 류현진이 MVP를 수상하지 못한다면, 그건 한대화 감독의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선택은 정말 악수였습니다. 류현진은 굳이 당신이 기를 쓰고 보호해야 하는 그런 철 없는 아이가 아닙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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