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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준PO 4차전] 롯데 타선의 자만, 스스로를 망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4.

PO 4차전은 두산이 정수빈의 9회초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11-4로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서 이번 시리즈는 2 2패의 동률이 되었고, 잠실에서 마지막 5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면 이제는 기백마음의 승부라고 할 수 있지요. 좀 더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팀이 이기게 되어 있습니다.

 

1차전에서 자멸한 두산의 2차전 패배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면, 이번 역시 3차전에서 패한 롯데의 4차전 패배는 이미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3차전 경기를 통해 롯데 타자들의 자만심이 엿보였고, 그것이 4차전에서 발목을 잡을 게 뻔했기 때문이죠.

 

▲ 롯데 타선의 가당찮은 자만교만

 

이 블로그를 통해 롯데가 패한 3차전은 물론, 이겼던 2차전의 리뷰에서도 롯데 타선의 약점을 언급한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약점이 3차전과 4차전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나며 시리즈가 원점이 되고 말았네요. 이렇게 이미 예상된 약점이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왜냐면 올 시즌 내내 롯데는 그런 패턴의 야구를 반복했으니까요.

 

4차전에서 롯데는 8회까지 거의 매회 주자를 2명 이상 출루시키고도 고작 2점밖에 얻질 못했습니다. 만루 찬스만 3번을 만들어냈지만, 결정타를 날리지 못했죠. 5회말에 2-2로 동점을 만들긴 했지만, 롯데는 4회까지 무려 10개의 잔루를 만들어냈고, 타선은 득점권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대호와 홍성흔이 있었죠.

 

두산 선발 임태훈의 컨디션은 이번에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현 리그에서 가장 4사구 허용 비율이 높은 투수 중 한명이죠. 기다리는 야구를 하면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밀어내기로 인한 득점은 치욕이라고 여겼던 것일까요? 롯데의 중심타선은 허물어지기 직전인 임태훈을 상대로 계속해서 허공을 가르는 스윙으로 그의 생명을 연장시켜주었습니다.

 

1회말 임태훈은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도 4구 연속 볼을 던지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하지만 이대호와 홍성흔의 교만에 찬 스윙은 위기의 임태훈을 수렁에서 건져주었지요이대호가 삼구삼진을 당했고, 홍성흔이 2구째를 건드려 병살로 찬스를 무산시켰으니까요. 좀 더 기다리는 자세로 임태훈을 괴롭히기만 했어도 그렇게 어이없이 이닝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겁니다. 이어진 2회초의 실점은 당연한 결과지요. 오히려 그 최악의 분위기에서 1실점으로 막은 장원준을 칭찬해줘야 할 것입니다.

 

무턱대고 초구부터 일단 휘두르고 보는 이대호의 스윙에선 저 정도면 얼마든지 쳐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엿보였습니다. 컨디션이 좋아서 실제로 그렇게 하여 결과를 보여줄 수 있다면 상관없지요. 상대를 얕보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실적으로 나타난다면 그때는 자신감이란 재산으로 변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결과를 얻지 못했음에도 계속해서 똑 같은 일만 반복한다면, 그건 자만이자 교만일 뿐입니다.

 

홍성흔은 이날 5타수 1안타를 기록했죠. 그럼 두산 투수들이 홍성흔을 상대로 던진 공은 총 몇 개였을까요? 고작 10개에 불과합니다. 3번째 타석에서 3구째를 받아쳐 안타를 만든 것을 제외하면, 7개의 공으로 4번이나 아웃을 당한 셈이죠. 홍성흔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타격에도 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더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이번에는 자신이 영웅이 되고 싶었던 걸까요?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롯데는 어마어마한 힘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그 힘을 실전에서 100% 활용하지 못하는 팀입니다. ‘때려서 무너뜨리는 타격만 알 뿐 기다려서 무너뜨리는 타격은 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재능이기 때문이지요. ‘점수를 짜내는 야구를 할 수 없다면 포스트시즌 같은 비중이 큰 시합에서는 좋은 경기를 하기 힘듭니다.

 

자신감과 자만은 종이의 양면과 같습니다. 비슷하고 같은 뿌리를 지니고 있지만, 그 결과는 완전 반대입니다. 후반기 최고승률을 기록하긴 했지만, 롯데는 어디까지나 정규시즌 4위의 팀입니다. 그들은 일단 도전자의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3~4차전의 롯데 타자들에게선 마치 자신들이 최강이라도 된 듯한 교만스런 모습이 엿보였고, 그 결과가 사직에서의 2연패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5차전의 승리도 바라기 힘들 것입니다.

 

▲ 로이스터 감독의 실수는 없었나?

 

언제나 이긴 경기는 좋은 점이 엿보이고, 패한 경기에선 단점이 엿보이기 마련입니다. 결과만 보고 그렇게 판단한다면 그건 정말 결과론에 불과하겠죠. 그러나 과정에서부터 예상된 결과라면, 그걸 단순히 결과론이라고 치부할 순 없을 겁니다.

 

롯데는 5회말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며 히메네스를 괴롭힌 강민호의 천금 같은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어쩌면 그 한 방으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두산 야수진의 집중력이 툭 하고 끊어질 수도 있었죠. 그 상황에서 롯데의 다음 과제는 자신들 쪽으로 향하기 시작한 흐름을 어떻게 완전히 끌어오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6회초 수비에서 당연히 김사율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동점이 되었고, 분위기도 바꿀 겸 1차전의 승리투수인 김사율을 올려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6~7회를 김사율이 막고, 8~9회를 임경완이 막으면 4차전은 롯데의 승리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헌데 로이스터 감독은 5회에 등판했던 배장호를 6회에도 그대로 마운드에 올리더군요. 경기를 보면서 기록한 제 노트에는 왜 계속 배장호를? 김사율이나 임경완은?’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거기서 1점을 허용하며 기껏 동점으로 만들었던 분위기를 망치고 말았지요. 전 이날의 승부처는 9회초가 아니라 바로 저 6회초의 실점이라고 봅니다. 정수빈이 아닌 용덕한이 경기 MVP로 선정된 것도 같은 이유겠지요.

 

단순한 결과론이 아니라, 이미 상당수의 팬들은 배장호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을 때부터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우리 같은 아마추어도 읽을 수 있었던 경기의 흐름을 정작 로이스터 감독은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죠. 이 때늦은 투수교체 타이밍이 결국 경기의 패배를 확정짓고 말았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의 명백한 실책이라고 봅니다.

 

▲ 두산의 환상적인 수비진, 사직구장을 침묵시키다!

 

1,2차전에서 다소 불안한 수비로 그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두산 수비진이 4차전이 되자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하더군요. 이날 두산 야수들이 보여준 호수비는 너무나 대단하고 놀라운 수준이라 보는 내내 입이 벌어질 뿐이었습니다. 불안한 송구를 보여주던 양의지를 용덕한으로 교체한 후에는 그 막강 수비진에서 빈틈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지요.

 

물론, 그 백미는 4회말 2 1,2루 상황에서 조성환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멋지게 잡아낸 후 그림 같은 송구로 1루 주자를 잡아낸 오재원의 수비였습니다. 중전안타가 될 것 같았던 타구를 잡아낸 것도 놀라웠지만, 그냥 그렇게 내야안타가 될 것 같았던 상황을 글러브에 공을 쥔 채 2루로 송구한 것은 정말로 입이 하고 벌어질만한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안타인줄 알고 일어섰던 사직의 3만 관중은 그 순간 어안이 벙벙해지며 침묵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5회말 이대호를 홉에서 멋지게 아웃시킨 용덕한, 7회에는 멋진 1루 송구를 보여주며 1루 주자 전준우를 잡아냈습니다. 오재원의 발 위치는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반칙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한 용덕한을 칭찬해야겠지요. 또한, 용덕한은 경기 내내 다소 불안한 두산 투수들의 투구를 나름 열심히 블로킹하며 위기를 최소화했습니다. 이날 경기 최고의 수훈갑다운 활약을 보여줬지요.

 

그 외 손시헌도 이날은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고, 이종욱와 이원석의 수비도 좋았습니다. 두산이 롯데에 비해 가장 앞서는 부분이 바로 이 수비였는데, 드디어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죠. 롯데 타자들이 도와준 부분도 있지만, 몇 개의 아찔한 타구를 잘 처리해낸 것은 두산 수비진의 능력이었습니다. 이 수비력이야 말로 4차전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바닥을 드러낸 양팀, 5차전의 과제는?

 

롯데는 자신들의 타선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을 겁니다. 1~2차전의 승리로 인해 너무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는 것도 이제는 느꼈겠지요. 도전자인 그들이, 고작(?) 정규시즌 4위에 불과한 그들이 1위라도 되는냥 3~4차전 경기에 임했으니 그 결과는 뻔했습니다.

 

그렇다면 5차전을 이기기 위한 과제는 아주 단순하고도 간단하지요. 다시 4위의 입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타격에서는 교만한 모습이 보였지만, 다행히 수비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롯데도 나름 좋은 수비를 계속해서 보여주었고, 그것이 초심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귀중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타석에서의 마음가짐만 바꿀 수 있다면, 여전히 5차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것은 롯데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5차전을 맞이하느냐에서, 현재 롯데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과 로이스터 감독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만약 이번에도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5차전에서 패한다면, 롯데는 감독 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롯데를 4강권 팀으로 변모시킨 로이스터 감독의 공은 분명 인정하지만, ‘포스트시즌 진출까지가 그의 한계라면 더는 팬들이 용납하지 못할 겁니다.

 

두산은 가까스로 3~4차전을 따내며 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습니다. 두산이 앞서고 있는 건 분위기뿐이니까요. 롯데의 수비와 투수력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4차전 9회초의 대량실점은 롯데를 정신적으로 무너뜨렸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 점수로 인해 투수진을 완전히 붕괴시켰다고 보긴 힘듭니다. 오히려 두산의 투수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지요.

 

5차전에서 두산이 가용할 수 있는 투수는 김선우와 왈론드, 그리고 이현승과 정재훈 정도입니다. 2차전에서 104개의 공을 던진 김선우가 4일 휴식 후 5일만에 등판하게 되는데요. 5일이라면 정상적인 로테이션이긴 하나, 체력적으로 그다지 뛰어나지 못한 김선우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 시즌 김선우는 5일만에 등판한 경기에서의 방어율이 5점에 육박하니까요.

 

이에 비해 롯데는 송승준과 사도스키라는 두 선발투수의 기용이 모두 가능합니다. 투수력에서는 오히려 롯데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죠. 타격 역시 타석에서의 마음가짐만 조금 바꾸면 역시 두산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수비가 무너진 것도 아니니, 전력만 놓고 본다면 여전히 롯데가 좀 더 유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역시 분위기압박감이죠. 3~4차전의 승리로 두산 선수들은 확실하게 분위기를 탔습니다. 그 기세로 5차전에 임한다면 의외로 손쉽게 승리를 낚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롯데 선수들은 ‘3년 연속 준PO 탈락이라는 무형의 압박감과도 싸워야 합니다. 그 부담감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5차전의 키는 바로 이 무형의 기운들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차전의 승자는 누가 될까요? 현재로선 섣불리 짐작하기 어렵네요. 양 팀 모두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이 있고, 강점만큼이나 약점도 뚜렷합니다. 결국 웃고 있는 것은 삼성이겠네요. 5차전에서 누가 이기든,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는 무척이나 어려운 싸움이 될 듯 합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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