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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해(Sun)와 달(Moon)의 대결, 과연 누가 이길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7.

선동열 감독의 삼성 라이온즈와 김경문 감독의 두산 베어스가 2년 만에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습니다.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가 힘 대 힘의 싸움이었다면, 삼성과 두산의 시리즈는 그런 힘 싸움을 물론 거기에 좀 더 아기자기한 맛이 곁들여지는 재미있는 시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삼성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우세한데요. 사실 제 예상도 그 일반적인 틀을 벗어나지는 못합니다. 설령 롯데가 올라왔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의 한국시리즈 우승 팀을 삼성으로 예상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이번 플레이오프의 주요 관전포인트들을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죠.

 

▲ 관전포인트 1 – (SUN)와 달(MOON)의 대결

 

이번 준PO는 선동열과 김경문이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두 감독의 용병술의 대결부터가 흥미를 유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자신의 일본에서 배워온 투수 중심의 작은 야구를 기본적인 특징으로 합니다. 김성근 감독과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하는 편이며, 투수 운용이나 타선의 구성에 있어서 자주 개입하여 작은 변화를 다양하게 주는 편이죠.

 

김경문 감독은 좀 더 스케일이 큰 야구를 추구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좋은 선발을 키워내는데 실패하면서 투수운용에 있어서는 불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로이스터와 김성근, 두 감독의 장점을 절절히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최후의 승자가 되어 본 기억은 없습니다. 감독 7년차가 되는 올해에는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가 됩니다.

 

두 감독은 여태까지 포스트시즌에서 2번 맞붙었는데요. 2005년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동열 감독의 삼성이 두산을 4연승 스윕으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고, 2008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삼성을 4 2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습니다. 이번이 3번째이니 나름 사연 있는 대결이랄 수 있겠네요.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의 감독으로 부임한 후 2006년을 제외하고 모두 가을잔치 무대를 밟았지만, 아직까지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2번 연속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2004년에는 준PO에서 KIA를 꺾고 PO에 진출했지만 당시 김응용 감독이 이끌던 삼성에게 3 1패로 물러났고, 2005년에는 PO에서 한화를 3연승 스윕으로 제압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삼성에게 졌죠.

 

연속 2위에 올랐던 2007년과 2008년은 PO에서 각각 한화와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연거푸 SK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작년에도 준PO에서 롯데를 제압한 후, 이번엔 PO에서 만난 SK에게 2연승 후 3연패의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올해도 준PO에서 롯데를 간신히 물리치고 PO에 올라왔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2번의 시리즈를 연속으로 이길 수 있을지에 관심이 갑니다.

 

문제는 김경문 감독이 지금껏 정규시즌 성적이 좋았던 팀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업셋(정규시즌 순위가 낮은 팀이 높은 팀을 포스트시즌에서 꺾는 것)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업셋을 당한 적도 없지만, 그건 선동열 감독의 삼성도 마찬가지지요. 앞선 두 감독의 맞대결도 결국 정규시즌 성적이 좋았던 팀이 모두 승리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 대결 역시 삼성이 유리하다고 봐야겠지요.

 

▲ 관전포인트 2 – 선발 로테이션

 

양 팀의 1차전 선발은 차우찬(10 2 2.14)과 홍상삼(4 3 6.42)으로 예고가 되었습니다. 삼성이야 장원삼과 차우찬을 저울질하여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를 먼저 내세운 것이지만, 두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PO 4,5차전에서 원투펀치인 히메네스와 김선우를 모두 소모했기 때문입니다. 히메네스는 조금 무리를 한다면 2차전 등판이 가능하지만, 김선우는 3차전이 되어야 그나마 활용 가능한 상황입니다.

 

삼성의 로테이션은 차우찬-장원삼(레딩)-레딩(장원삼)-배영수의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이며, 두산은 홍상삼-히메네스-김선우-임태훈(왈론드)의 순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2~4차전은 선발 매치업에서 큰 차이가 없는 박빙의 승부가 예측되지만, 문제는 1차전의 균형이 삼성 쪽으로 크게 기운다는 점이죠. 올 시즌 승률 1위이기도 한 차우찬은 홈인 대구에서 1.75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어, 홍상삼과의 맞대결에서 압승을 거둘 확률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만약 두산이 5차전까지 끌고 간다면 2차전 선발인 히메네스를 다시 내세울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삼성은 또다시 차우찬과 장원삼 중 한 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죠. 일단 1차전에서 삼성이 승리한다면, 시리즈가 5차전까지 갈 것이라고 보기도 힘들뿐더러, 최종전으로 승부가 넘어간다 하더라도 딱히 두산이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PO의 영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선발 로테이션에선 두산이 불리한 상황입니다.

 

▲ 관전포인트 3 – 이용찬과 오승환이 빠진 불펜 싸움

 

두산은 고심 끝에 삼성측의 양해를 구하여 이용찬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대신 성영훈을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성영훈은 사실상 전력 외나 마찬가지죠. 결국 불펜 사정은 준PO 당시와 다를 바 없다는 뜻입니다. 삼성도 장고 끝에 오승환을 제외했지만, 실질적인 타격은 두산이 훨씬 크게 느낄 것이 틀림없습니다.

 

삼성은 정규시즌에도 오승환이 빠진 가운데, 안지만(2.74)–권혁(2.09)–정현욱(3.20) 3인방을 주축으로 한 막강 불펜을 자랑했습니다. 세 명이 돌아가며 9회를 책임져왔기 때문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 등판하더라도 자신의 몫을 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명이 시즌 막판 피로한 기색을 보였지만, 열흘간의 휴식으로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권오준(3.46)의 합류도 큰 힘이 되겠지요.

 

반면, 두산은 원래 마무리 이용찬을 중심으로 홀드 1,2위인 정재훈(1.73)과 고창성(3.62)이 보좌하는 형국이었습니다. 한때는 최고의 마무리였지만, 어느덧 셋업맨 보직이 더 익숙해진 정재훈은 현재로선 마무리로 기용하기에 다소 불안하다는 것이 준PO에서 드러났습니다. 고창성 역시 제구력 난조로 고생했지요. 그나마 좌완인 왈론드가 좋은 피칭을 보였는데, 그를 불펜으로 활용하면 임태훈에게 4차전 선발을 맡겨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렇다고 왈론드를 선발로 돌리자니, 쓸만한 왼손 불펜이 이현승만 남게 되는 상황이지요.

 

바로 그런 점 때문에 두산이 욕을 먹더라도 이용찬을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이용찬이 합류하여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양 팀의 불펜 싸움은 박빙이라고 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불펜 역시 삼성의 일방적인 우세를 예상할 수밖에 없겠네요. 두산이 뒤늦게나마 이용찬을 제외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로 인한 대가는 상당히 뼈아플 것 같습니다.

 

두산이 파고들 부분은 삼성에는 권혁을 제외하면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좌완이 없다는 점이겠죠. 따라서 김현수와 이종욱은 물론, 이성열과 정수빈 같은 좌타자들의 활약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의 좌타라인이 삼성의 우완 불펜 투수들을 공략할 수 있느냐가 이번 시리즈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핵심 포인트가 아닐까 싶네요.

 

▲ 관전포인트 4 – 안방싸움 진갑용 vs 용덕한(양의지)

 

김경문 감독이 준PO 4차전에 양의지를 빼고 용덕한을 기용한 것은 양의지의 부상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타격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투수리드와 수비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이 더 강했습니다. 단기전에서 포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에 내린 결정입니다. 사실 용덕한이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덤이라고 봐야죠. 따라서 이번에도 두산은 양의지보다는 용덕한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삼성의 안방마님이 백전노장진갑용이라는 점입니다. 박경완과 더불어 우리나라 포수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최고의 베테랑 포수가 좋은 투수진을 리드한다는 사실은 두산에게 있어 큰 부담이지요. 체력적인 문제를 안고 있지만,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일단은 모든 경기에서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쓰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용덕한이 진갑용과의 안방싸움에서 얼마나 선전해주느냐가 두산의 입장에선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PO에서 양의지는 강민호에게 밀리는 모양새였지만, 용덕한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지요. 적어도 포수로서의 수비력은 용덕한도 뒤지지 않습니다. PO 4~5차전에서 보여준 과감한 리드와 뛰어난 수비로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된 용덕한이 포수 맞대결에서 진갑용을 상대로 우위를 보일 수 있다면, 투수력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 관전포인트 5 – 다재다능한 소총부대 vs 쉴 틈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

 

두 팀은 타선의 색깔도 완전히 다른 편입니다. 두산이 5명의 20홈런 타자와 상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는 고른 화력을 자랑한다면, 삼성은 중심타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기동력을 잘 살리는 야구를 해왔지요. 백업 멤버가 강하다는 것은 양 팀 모두에게 해당되는 특징입니다.

 

팀 타율은 두산(.281-2)이 삼성(.272-5)을 앞서지만, 출루율은 오히려 삼성(.368)이 두산(.365)보다 높습니다. 올 시즌 삼성은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사구를 얻어내는 참을성 있는 야구를 구사했고, 그 결과 제일 높은 출루율을 기록했습니다. 타자의 능력 가운데 가장 슬럼프를 덜 겪는 것이 바로 선구안이죠. 높은 출루율을 무기로 한 삼성은 올 시즌 내내 꾸준한 득점력을 과시했고,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꼬박꼬박 챙기는 끈기 있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었습니다.

 

20홈런 타자는 최형우(24홈런 97타점) 뿐이지만, 박석민과 채태인의 능력은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겁니다. 조동찬과 박한이의 테이블 세터는 물론 이영욱과 김상수도 3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기용 가능한 기동력은 두산에 비해 삼성이 우위에 있음이 확실합니다. 적어도 1번부터 5번까지의 상위타선의 위력은 삼성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하위 타선이죠. 두산은 손시헌, 이성열, 양의지, 이원석, 임재철 등 만만치 않은 타자들이 하위타순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강봉규와 신명철이 부진한 삼성에 비해 쉬어갈 곳이 없는 막강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두산의 최고 장점이죠. 바로 이점 때문에, 타선의 비교에서는 두산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두산의 하위타선은 준PO의 승리를 결정지은 주인공들이기도 하지요.

 

▲ 최종 전망 – 3 1패로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

 

뻔한 예상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물론 경기를 지켜보면서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승리하길 응원하겠지만,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위와 같은 결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도 2차전에서 히메네스가 장원삼을 상대로 승리한다는 가정 하에서 1패를 염두에 두엇을 뿐, 그렇지 않다면 삼성의 3연승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양 팀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수비진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아주 수준 높은 경기가 계속해서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팬들의 눈 높이를 한 단계 끌어 올려주는 시리즈가 되길 바라며, 두 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참고로, 저의 시리즈 예상은 맞을 때보다 틀릴 때가 더 많으니 너무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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