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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PO 1차전] 잘 싸운 ‘미러클’ 두산, 불운에 울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8.
거의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삼성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시리즈가 삼성의 3연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았지요. 실제로도 대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1차전 경기는 삼성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앞으로의 전개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진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그것이 미러클두산의 힘이었습니다.

 

6-5의 신승. 삼성은 1차전에서 패배 직전까지 몰렸다가 8회말에만 대거 4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마지막에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역전에 성공한 삼성 타자들의 집중력도 대단했지만, 사실 그 때까지 삼성을 상대로 3점 차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던 두산의 저력이야 말로 놀라운 것이었죠.

 

예기치 않았던 두산의 불운이 아니었더라면, 경기가 정말 어떻게 흘러갔을지 알 수 없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정말 아쉬운 패배였을 겁니다.

 

▲ 차우찬을 침몰시킨 김동주의 한방!

 

차우찬 대 홍상삼의 선발 맞대결, 1차전부터 삼성의 일방적인 우세를 예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죠. 홍상삼 정도로는 올 시즌 10 2패 방어율 2.14의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든 차우찬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었습니다. 게다가 차우찬은 선동열 감독이 현재 삼성 투수들 가운데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자신있게 말하며 장원삼을 대신해 1차전 선발로 내세운 에이스 카드였으니까요.

 

하지만 처음으로 오른 포스트시즌 선말 마운드의 무게는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엇습니다. 1~2회에 다소 흔들리던 차우찬은 3회 들어서는 탈삼진 능력을 과시하며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습니다. 이미 팀 타선이 3회말 홍상삼을 상대로 2점을 뽑은 뒤라, 그대로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어간다면 예상대로 손쉬운 승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죠.

 

하지만 두산에는 두목곰김동주가 있었습니다. 4회초 선두타자 최준석이 볼넷으로 출루한 후 차우찬의 4구째를 때려 왼쪽 펜스를 넘기는 2점 홈런, 김동주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나는 한 방이었죠. 그대로 삼성쪽으로 기울 뻔한 분위기를 다시금 두산 쪽으로 가져오는 적시에 터진 천금같은 홈런이었습니다.

 

그 홈런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은 두산쪽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삼성은 이후 신명철의 환상적인 호수비가 나오며 더 이상의 추가 실점 없이 4회초를 넘겼지만, 4회말의 찬스에서 컨트롤이 흔들리던 이현승을 끝내 무너뜨리지 못하고 득점 찬스를 무산시키고 말았지요. 그리고 운명의 5회가 찾아 옵니다.

 

용덕한의 안타 후 정수빈의 볼넷, 그리고 오재원의 기가 막힌 번트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 결국 차우찬은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당하고 말죠. 그리고 두산은 이어서 터진 이종욱의 역전 1타점 희생플라이와 최준석의 2타점 중전 적시타로 3득점, 경기 스코어를 5-2로 뒤집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때부터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는 삼성에게 흐름을 넘겨주지 않고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습니다.

 

▲ 왜 정현욱이 아닌 정인욱이었을까?

 

5회초 무사 만루의 위기에서 삼성 선동열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롱 릴리프격인 정인욱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정인욱은 아쉽게도 차우찬이 내보냈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위기를 막아주지 못했죠. 자신의 기록은 1.2이닝 무실점이었지만, 승계 주자를 하나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코 좋은 피칭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이를 두고 6회 정인욱의 뒤를 이어 등판한 정현욱과 등판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TV 해설위원까지 그 점을 지적하다 보니, 그 부분에서 선동열 감독의 용병술이 완전히 잘 못된 것처럼 여겨지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결과적으로 나빴을 뿐, 그 상황에서 정인욱을 먼저 올린 선동열 감독의 선택은 과정상으로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상황은 4회 무사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2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는 롱릴리프를 올려야 했죠. 삼성에는 안지만-정현욱-권혁의 막강 3인방이 있지만, 매 경기마다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선 기왕이면 1이닝-20구 정도로 투구수를 조절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5회는 일단 저들 3명 중 한 명에게 던지게 하고, 6~7회를 정인욱에게 맡기면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역시 쉽진 않습니다.

 

당시 만루 상황에서 두산의 타자는 좌타자 이종욱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좌완인 권혁을 내세울 수는 없지요. 권혁은 삼성의 유일한 좌완불펜이며, 경기 후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써먹어야 할 자원이니까요. 안지만은 마무리라 치면 결국 남는 건 정현욱인데, 과연 정현욱을 먼저 내세웠다고 해서 실점 없이 넘길 수 있었을까요?

 

누상에는 발 빠른 주자 3, 타석에도 스피드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좌타자 이종욱. 제아무리 정현욱이라 하더라도 최소 1~2점은 각오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만약 실제로 정현욱이 마운드에 오르고 그 시점을 김경문 감독이 승부처라 생각했다면, 이종욱 뒤의 최준석의 타석에서 김현수가 대타로 나올 수도 있었지요. 올해 정규시즌에서 정현욱을 상대로 이종욱은 2타수 2안타, 김현수는 3타수 2안타로 둘 다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정현욱이 1차전부터 두들겨 맞고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뜻이죠. 이미 시즌 말미에 좋지 못한 피칭으로 한 번 크게 흔들린 정현욱을 그런 위험한 상황에서 투입할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 정인욱은 올 시즌 최준석에게는 7타수 1안타, 김동주를 상대로는 4타수 무안타로 매우 강했었죠. 선동열 감독은 아마도 그 점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정인욱을 먼저 올린 그의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결과가 나빴을 뿐, 그 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습니다.

 

▲ 고창성의 불운과 정재훈의 집필

 

두산의 집중력과 수비력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애당초 선발 라인업에서 김현수를 제외하고 경기에 임했을 정도로 김경문 감독은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그 의지가 선수들에게도 전해졌는지 선수들의 눈빛 역시 남달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경기 내의 집중력 있는 모습으로 드러났죠.

 

아무리 삼성이 오랜만에 경기를 치른다지만 홍상삼-이현승-임태훈-왈론드-고창성으로 이어지는 계투작전에 7회까지 고작 2득점에 그칠 줄은 몰랐습니다. 두산 야수들이 보여준 국가대표급 그물 수비는 투수들의 집중력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고, 그 힘을 바탕으로 투수들 역시 주자는 내보내더라도 끝내 결정타는 맞지 않는 피칭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8회말, ‘승리의 여신이 두산을 버린 것일까요? 7회말 1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8회초 첫 타자까지 3명을 연속해서 삼진으로 잡아내는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주던 고창성이 진갑용의 타구에 팔을 맞고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맙니다단순 타박상이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그를 교체한 것이죠.

 

그러나 그 하나의 예기치 않았던 ‘불운’이 경기 상황을 완전히 뒤바꾸고 맙니다. 사건은 고창성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임경완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정재훈이 올라오면서 시작되었죠. 박진만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2아웃을 만들었지만, 이영욱과 김상수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고 1실점. 점수는 여전히 2점차의 여유가 있었지만, 아직 준PO의 악몽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정재훈은 급격히 흔들리더니 끝내 박한이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했고, 그것으로 8부 능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던 두산의 승리는 날아가고 말았습니다.

 

만약 고창성이 그대로 마운드를 지켰다면, 아마도 8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만큼 이날 고창성의 컨디션은 거칠 것 없이 좋아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예기치 못한 불운이 두산을 덮쳤고, 이용찬이 빠진 두산은 그 불운을 극복할 수 있을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정재훈을 내보낸 것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선택이었지만, 끝내 그가 김경문 감독의 기대와 신뢰를 배신하고 말았네요. 나머지 모든 두산 선수들은 롯데를 이기고 PO에 올라왔지만, 정재훈만큼은 더 전진하지 못하고 롯데와의 준PO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아쉬운 패배, 하지만 기회는 있다!

 

정말 너무나 아쉬운 패배를 당한 두산, 하지만 이번 1차전 경기를 통해 두산의 놀라운 저력 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창성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만 하더라도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95% 정도는 두산이 그대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모든 이들이 열세를 말하던 두산이 보여준 승리에 대한 의지는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승부는 2차전으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두산은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또 한 번의 반전을 노려볼 수 있습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다소 의아하게도 장원삼이 아닌 배영수(6 8 4.74) 2차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말로는 배영수의 컨디션이 좋다고 했지만, 반대로 보면 장원삼의 컨디션이 그만큼 나쁘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1차전에서 선동열 감독이 믿고 내세운 차우찬이 어떤 식으로 무너졌는지를 보면 배영수 역시 딱히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습니다. 게다가 올 시즌 배영수는 두산전에 6번 등판해 1 3 1세이브 방어율 5.75의 나쁜 성적을 기록 중이지요. 적어도 두산의 입장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투수는 아닙니다.

 

반면, 두산 선발은 올 시즌 삼성을 상대로 3승 무패 방어율 1.44를 기록한 에이스 히메네스(145 3.32)입니다. 그러니 두산이 반전을 꾀한다면 이번 2차전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겠죠. 이 경기에서마저 무너진다면 두산의 탈락이 가시화되겠지만, 반대로 2차전을 잡으면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는 있습니다. 두산은 아직 김선우라는 에이스 카드가 남아 있으니까요.

 

끝내 예기치 못한 불운에 발목이 잡히며 1차전의 승리를 삼성에게 내주긴 했지만, 그 삼성을 패배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두산의 힘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연 2차전은 누가 이길까요? 경기 감각을 회복한 삼성? 아니면 선발 매치업에서 확실히 앞서는 두산? 누가 이기건 2차전 역시 1차전과 마찬가지로 수준 높은 경기력이 동반된 명승부가 펼쳐지길 기대하며, 은근히 두산의 승리를 응원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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