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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롯데와 로이스터의 짧았던 가을축제, 그 뒷정리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8.

2010년에도 롯데 자이언츠와 구도부산 야구팬들의 축제는 일찍 끝났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잔치'는 아쉽게 올해도 첫 고비를 넘지 못하고 1주일 만에 조기 종결되었다.

 

로이스터 감독은 2000년대 들어 7년 연속 포스트시즌(PS) 진출에 실패하며 암흑기를 보내던 롯데의 지휘봉을 잡은 이래, 2008년부터 3년 연속 PS행을 일궈내며 구단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서 로이스터 감독이 추구하던 '두려움 없는 야구', 역대 최강의 공격력으로 대표되는 롯데식 '빅볼', 인기와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국내 프로야구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특히 감독이 선수들 위에 절대군림하는 권위적인 리더십과 상반되는 로이스터만의 '생각하는 야구'와 자율적 지도방식은, 국내의 다른 지도자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리더십으로 성공사례를 개척하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로이스터와 롯데는 아쉽게도 가을잔치에서는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2008 3, 2009년과 올해는 4위로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올랐으나, 번번이 준PO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특히 단기전에서 결정적인 순간마다 드러난 롯데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과 벤치의 전술적 판단 미스는 벌써 3년째 되풀이되어온 시행착오였다. 이로 인하여 "로이스터 야구는 단기전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인식은 이제 야구계에 뿌리 박힌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사실 잠실 2연전을 승리로 이끌며 기선을 제압했을 당시만 해도 PO진출은 거의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팬들 역시 로이스터 야구가 이제 드디어 단기전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일찍 터뜨린 샴페인에 불과했다. 자만심에 들떴는지, 긴장감이 풀어졌는지, 3차전부터 롯데 선수들은 거짓말처럼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중심타선의 결정력 부족은 물론이고, 수비와 주루에서 보여준 느슨한 플레이는 도저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어울릴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로이스터 감독의 판단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상대팀인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번 시리즈 내내 과감한 작전구사와 라인업 변경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경기를 지휘했다. 2차전에서 고의4구 작전의 실패로 이대호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지만, 결과에 대한 부담감을 감수하면서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며 끊겼던 흐름을 되찾아오는데 성공했다.

 

반면 로이스터 감독은 올해도 큰 틀에서 선수들에게 믿고 맡기는 야구를 구사했지만, 위기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임기응변과 대처능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단기전에서 작전구사와 선수교체의 '효율성', 관리야구-자율야구니, 한국식-미국식 야구니 하는 구분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시리즈의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 4,5차전에서 로이스터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만 보더라도 김경문 감독보다 적극성과 과감함에서 한발씩 밀렸다. 경기는 선수가 하는 것이지만,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그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결국 감독의 몫인 것이다.

 

축제가 끝났으면 이제 그에 따르는 뒷정리를 해야 할 시간이다. 팬들의 관심은 이제 올해를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로이스터 감독의 거취에 쏠린다.

 

올해 3년 연속 PS진출을 일궈냈을 당시만 해도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롯데 팬들은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하고, 자발적인 신문광고 게재와 모금 운동을 통하여 롯데 구단에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이제껏 국내에서 자발적인 팬덤으로 감독의 재계약을 요구한 전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킬만했다.

 

롯데 구단은 팬들의 지지에 난감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 여부는 올 시즌이 완전히 끝난 뒤에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문제라고 못을 박았다. 여기에는 당연히 포스트시즌 성적까지 감안하겠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내심 구단이 원하는 목표치는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롯데는 지난 1992년 두 번째 우승을 끝으로 지난 17년간 단 한 번도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그만큼 우승에 대한 갈증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롯데의 전력이나 수준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할만한 레벨이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적어도 올해 PS에서는 설사 로이스터 감독 체제하에서 우승까지는 아니더라도, 단기전에서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보여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로이스터 감독은 또 한 번 좌절했다. 특히 아무리 최종전까지 가는 접전이라지만 2연승을 지키지 못하고 내리 3연패를 당하는 과정은 내용면에서 최악이었다. 이것이 향후 팬들의 여론이나, 구단 고위층의 의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1년의 가치와 노력을 단지 포스트시즌의 몇 경기 결과로 판단한다는 것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냉정히 말해 4위 팀이 3위 팀에 패했다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로이스터 감독 이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꼴찌 탈출에도 급급했던 과거의 역사를 되새겨볼 필요도 있다. 로이스터가 보낸 지난 3년이 롯데에 남긴 것과 앞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로이스터가 부족하다면 과연 그 이상의 대안이 확실히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준PO로 로이스터 감독의 거취는 미궁 속에 빠지게 되었다. 팬들도 시리즈 분위기가 기울면서 벌써부터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3년 연속 PS진출 성공 vs PO 탈락’, 과연 어느 쪽에 방점을 둘 것인가가 관건이다. 과연 우리들은 로이스터를 내년에도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볼 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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