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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PO 4차전] 위기에서 빛난 배영수, 삼성을 구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12.

플레이오프(PO) 4차전은 또 한 번의 1점차 승부, 그것도 케네디 스코어인 8-7로 삼성이 가져갔습니다. 삼성은 힘든 접전 끝에 시리즈 전적을 2 2패의 동률로 만드는데 성공했고, 마침내 시리즈의 최종 승부를 5차전까지 가져갔습니다. PO에 이어 또 다시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이 펼쳐지겠군요.

 

그나저나 정말 이들 두 팀의 승부는 예측할 수가 없네요. 적어도 이 4차전만큼은 삼성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고, 따라서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가져갈 줄 알았는데 두산이 그런 패배를 용납하지 않는군요. 점수는 삼성이 앞섰지만, 안타수는 16-9로 오히려 두산이 월등히 많았죠. 두산으로선 참으로 아쉬운 패배였고, 삼성으로선 간신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그런 시합이었습니다.

 

▲ 정수빈 vs 김상수, 고졸 2년차 선두타자 대결

 

경기의 선발 라인업이 공개되자 마자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띄더군요. 그 동안 컨디션이 좋은 박한이를 계속해서 1번으로 고집하던 선동열 감독이 마침내 그를 3번으로 기용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 선택과 결정은 박한이의 맹활약(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인해 승리하면서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1~3차전을 통해 좋은 활약을 펼쳐준 고졸 2년차 내야수 김상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두산은 이미 기존의 1번 타자인 이종욱을 3번으로 기용해 재미를 보고 있었지요. 그것은 정수빈이라는 또 한 명의 고졸 2년차 외야수가 준PO서부터 큰 활약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타순이 변경됨에 따라 이들은 간접적인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죠. 이 중요한 경기에서 양 팀이 나란히 고졸 2년차인 어린 선수들을 1번으로 배치할 만큼, 1~3차전에서 보여준 이들의 활약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수빈은 앞선 3경기에서 16타석에 들어서서 무려 8번이나 출루해 5할의 출루율을 기록했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안심하고 이종욱을 3번으로 기용할 수 있을 정도로 톱타자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지요. 게다가 3개의 타점과 4개의 득점, 그리고 도루도 1개 성공시켰습니다. 2차전에서는 결승점이 되는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하기도 했었지요.

 

김상수의 활약도 이에 뒤지지 않습니다. 9번 타순에서 11타수 5안타를 기록했고, 3개의 4사구를 더 얻어내 총 14번의 타석에서 무려 8번이나 출루에 성공하는 놀라운 활약을 선보였죠. 3타점 3득점, 그리고 정수빈과 마찬가지로 1도루를 기록했습니다. 팀이 역전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3차전 11회초에 보여준 기습적인 푸시 번트는 센스로 똘똘 뭉쳐진 김상수의 능력을 엿볼 수 있는 한 수였습니다.

 

아쉽게도 4차전에서 이들의 활약은 다소 미미했습니다. 김상수는 5번 타석에 들어섰지만 몸에 맞는 공과 희생번트를 하나 성공시킨 것 말고는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고, 정수빈 역시 1안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5번의 타석에서 삼진을 2개나 당하는 등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죠. 물론, 김상수의 경우는 수비에서 맹활약하며 타석에서의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5차전에서도 이들은 그대로 팀의 1번 타자의 중책을 맡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 여부는 5차전의 승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팀의 주전 1번 타자가 될 확률이 높은 두 선수의 활약, 이 센스 넘치는 아기곰아기사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양 팀의 팬들은 무척 흐뭇할 것 같네요.

 

▲ 정신줄 놓은 김선우, 경기를 망치다!

 

4차전 경기의 최대 승부처는 역시 5회초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4회말에 두산이 2점을 따라 붙으면서 2점차로 좁혀 놓은 상황이었죠. 1사 이후 박한이에게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온 김성배의 피칭(2이닝 1실점 비자책)은 사실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어 등판한 이현승도 공 하나만 던져서 선행주자를 잡아냈죠. 그렇게 2사 주자 2루의 상황에서 3차전 선발 투수였던 김선우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김선우의 구원 등판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3차전에서 이현승-왈론드-임태훈의 주축 3인방이 모두 40개 이상의 투구를 기록했기 때문에, 4차전의 등판 자체가 불투명했으니까요. 그들보다는 3차전에서 36개를 던진 김선우의 등판 가능성이 오히려 높았습니다. 길게 던질 수 있는 선발투수이니, 길면 2이닝 짧아도 1이닝 정도는 소화해줄 수 있는 카드였으니까요.

 

하지만 그 김선우가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3실점하고 무너지면서 승기를 완전히 삼성 쪽으로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특히, 스트라이크 낫아웃과 폭투로 인한 실점이 정말 결정적이었죠.

 

두산 팬분들은 조영훈의 1루 땅볼 타구가 세이프로 판정된 것을 두고 참 아쉽게 느끼시더군요. 하지만 그 상황은 화면으로는 판별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이었고, 그렇다면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심판의 판정이 정확하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그리고 진짜 문제는 그 판정이 아닙니다.(진짜 오심은 3회 홍상삼의 동작을 보크로 판정하지 않은 것이었죠. 그 동작은 보크가 확실했습니다.)

 

그 상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김선우가 타구만 보고 지레짐작하여 포기하는 바람에 1루 베이스 커버를 늦게 들어갔다는 점이죠. 김선우가 처음부터 정신차리고 수비를 똑바로 했더라면, 아예 판정 문제 같은 건 벌어질 여지도 없이 이닝이 끝났을 겁니다. 그랬다면 김선우가 6회까지 막아준다는 전제하에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몰랐겠죠. 심판의 판정이 문제가 아니라, 김선우의 안일한 정신상태가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는 뜻입니다.

 

이후의 상황도 그 여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정신줄을 놓은 김선우와 그런 선배를 컨트롤하지 못하는 신인 포수 양의지, 결국 사인이 맞지 않아 낫아웃과 폭투로 2점을 허용하고, 이후 안타를 하나 더 맞으며 맞았죠. 저 일련의 사태는 모두 김선우의 안일한 수비 자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딱히 양의지의 미숙함을 탓할 문제도 아니라고 봅니다. 팀의 에이스란 선수가 저렇게 정신줄을 놓은 플레이를 한다면, 선수단 전체의 힘이 빠질 수밖에 없지요.

 

4차전에서 두산이 패한 건, 팀의 에이스가 기본을 게을리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 경기에서 빛을 발한 또 한 명의 베테랑인 삼성 배영수와 비교해 그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 레딩과 크루세타를 믿지 않는 선동열 감독

 

결국 레딩과 크루세타의 활약이 기대된다던 선동열 감독을 비롯한 삼성 관계자의 발언은 모두 립서비스임이 드러났습니다. 선동열 감독은 이 두 선수에게 그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것은 이번 4차전 경기를 통해 명백하게 드러났습니다.

 

이 경기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삼성의 우세를 예상했던 건 홍상삼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레딩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기 초반의 분위기는 삼성 쪽이었죠.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5회초 레딩이 선두타자 이원석에게 안타를 허용하자 곧바로 교체를 지시합니다.

 

당시 삼성이 7-2로 다소 여유 있는 점수차로 이기고 있었다는 점, 전날 경기를 통해 삼성 불펜의 소모가 매우 컸다는 점, 그리고 레딩이 4회에 2실점하긴 했지만 3회까지는 비교적 좋은 피칭으로 잘 막고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교체였습니다. 게다가 그 5회에는 레딩의 승리투수 요건이 달려 있기도 했죠. 미국에서 야구를 한 레딩은 이런 식의 교체를 모욕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자신이 마땅히 얻어야 할 승리투수의 권리를 빼앗긴 것으로 생각하겠죠. 이 한 번의 교체로 인해 레딩이 불만을 가지고 정신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뒤를 이어 등판한 차우찬이 두산의 1~3번 좌타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하긴 했지만, 그 카드는 경기 후반까지 아껴두었다면 더욱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었죠. 권혁이 불안한 상황이라 삼성에는 믿을만한 좌완 불펜이 없는 상황이니까요. 불펜이 전반적으로 지쳐 있는 상황이었고, 그렇다면 1~2점을 더 내주더라도 레딩에게 6회까지는 던지게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겁니다.

 

또한, 차우찬의 뒤를 이어 6회에 마운드에 오른 것은 권오준이었습니다. 어지간하면 크루세타를 롱릴리프로 활용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도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3차전에서도 끝내 크루세타를 등판시키지 않고 정인욱으로 밀고 나가다가 패배를 당한 선동열 감독은 4차전에서도 크루세타를 투명인간취급했습니다. 2차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던 모습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선 감독이 보는 크루세타는 제구가 나빠서 써 먹기 곤란한 선수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더군요. 대체 그렇다면 엔트리에는 왜 포함시킨 겁니까?

 

결국 이후 7-7 동점으로 가게 된 배경에는 이 두 외국인 선수를 잘 활용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봅니다. 레딩을 좀 더 길게 가져갔다면, 혹은 크루세타에게 2이닝 정도를 맡겼다면, 지쳐 있는 필승조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었겠죠. 불펜이 쌩쌩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삼성이라 해도 선발이 4경기에서 고작 15이닝만 던지고 내려갔다면 그 이후를 완벽하게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상대가 두산의 강타선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 '고개 숙인 남자' 김현수의 극적인 부활

 

4차전 경기에 앞서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삼성 선발이 우완인 팀 레딩임을 감안하면 정말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죠. 이미 1차전에서도 스타팅에서 한 번 빠진 적이 있긴 했지만, 당시 삼성 선발은 좌완 차우찬이었습니다. 김현수에겐 당시보다 이번 4차전의 선발 제외가 훨씬 더 충격적이고 치욕스런 일이죠.

 

다행히 김현수에게 명예 회복의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잘 버티던 삼성의 투수진은 7회 포수가 진갑용에서 현재윤으로 바뀌자마자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두산 타선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사 이후 3연속 안타로 1점을 따라 붙었습니다. 그리고 임재철의 볼넷으로 인해 만들어진 2사 만루의 찬스, 또 한 번의 승부처가 여기에서 펼쳐졌죠.

 

선동열 감독은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인 안지만을 투입했고, 김경문 감독도 이에 대응해 3차전의 영웅인 손시헌을 대신해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웁니다. 손시헌은 이날도 안타가 하나 있었기에, PO부터 22타수 2안타의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던 김현수를 대타로 내세웠다가 실패로 돌아가면 그 모든 비난은 김경문 감독이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상황에서 김현수를 내세운 김경문 감독의 뚝심은 정말 놀랍더군요.

 

감독의 그런 마음을 알았던 걸까요? 김현수는 안지만의 3구째를 통타해 펜스를 맞히는 큼지막한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을 활활 지피는데 성공했습니다. 김현수로선 그 타구가 넘어가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겠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했지요. 후속타가 터지면서 끝내 안지만을 무너뜨리고 동점을 만들었으니까요.

 

아쉽게도 이어진 9회의 타석에서는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지만, 김현수가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9경기만에 처음으로 타점을 기록했다는 점은 5차전의 또 다른 큰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삼성 선동열 감독과 투수진에게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긴 셈이죠.

 

▲ 위기에서 빛난 베테랑배영수의 의지

 

이번 4차전 경기의 MVP 8회에 다시 한 점을 앞서는 결승 희생플라이를 때린 박한이가 선정되었지만,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 특히 삼성팬들은 그 보다 다른 한 선수의 이름이 가슴 깊이 새겨졌을 겁니다. 바로 8 2아웃 3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 불을 끄고, 이후 9회까지 마무리하며 세이브를 챙긴 배영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8회에는 이날 2개의 안타를 기록하는 등 날카로운 탁격을 보여주고 있던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여 3루 주자 이종욱의 동점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9회의 피칭입니다. 선두 타자 김재호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후, 마지막 아웃 카운트 2개는 삼진으로 멋지게 마무리했습니다.

 

김현수와 양의지라는 두 명의 강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배영수의 모습은 마치 5~6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 했습니다. 그 동안 두산이 보여준 기세가 워낙 무시무시했기에, 9회에도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팽배했었죠. 하지만 그 모두의 기대와 불안을 한꺼번에 날려버린 배영수의 피칭은 이날 등판한 양 팀의 모든 투수들 중에서도 유독 빛났습니다.

 

실제로 이번 PO 시리즈에서 지고 있던 팀의 마지막 공격 이닝이 이렇게 3자 범퇴로 끝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어색하게 느껴졌던 감격의 순간, 두산 응원단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삼성 응원단은 에이스의 귀환을 목청껏 외치며 승리의 감격을 누릴 수 있었죠.

 

이날의 배영수가 보여준 피칭은 올 시즌 보여준 그 어떤 경기보다도 더욱 멋있었고, 또한 가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베테랑 배영수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에 그 기백에 감동이 느껴지는 그런 투구였죠. 경기가 끝난 후 모자를 벗어 관객들의 환호에 화답하는 배영수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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