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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반쪽 짜리' FA 제도의 변화는 선택 아닌 필수!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5.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은 이미 종료가 됐지만,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시작되는 또 하나의 리그는 이제부터다. 바로 겨우내 팀의 전력 보강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스토브리그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선수의 공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각 구단이 기존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구단 간의 트레이드를 통한 방법도 있지만,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법도 있다. 당장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특급 투수나 에이스급 투수가 FA 시장에 나오기라도 하는 날이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팀들은 모두 그 선수에게 지대한 관심을 쏟게 된다. 그 선수의 영입 여부에 의해 당장 다음 시즌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듯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FA 규정은 반쪽 짜리에 불과하다. 제대로 주어지는 올바른 권리라면 오랜 시간 고생하여 자격 요건을 채운 선수들 모두가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FA 규정은 실력 있는 일부 선수만의 전유물일 뿐이며, 또한 돈 많은 일부 구단만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KBO는 올 시즌을 기준으로 FA 자격 요건을 채운 18명의 선수들을 24일 공지했다. 하지만 이들 중 정작 FA 신청을 하여 권리를 행사할 만한 선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각각 투-타의 최대어로 꼽히는 배영수와 박용택 정도만 FA 신청이 확실시 될 뿐, 나머지 중에선 많아 봐야 3~4명 정도만이 모험에 가까운 도전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김태균과 이범호를 비롯해 나름 대어들이 많았던 지난해에도 자격을 갖춘 27명의 선수 중 정작 FA를 신청한 것은 8명에 불과했다. 작년보다 질적으로 다소 떨어지는 올해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FA의 신청은 곧 은퇴로 향하는 지름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FA가 되기 위한 자격과 진행 절차

 

FA 자격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하는 시즌이 총 9시즌에 도달한 선수에게만 주어진다. 타자의 경우는 매 시즌 페넌트레이스 경기수의 3분의 2이상을 출전해야 하고, 투수는 규정투구 이닝의 3분의 2이상을 소화하면 된다. 또한 투수와 타자 모두 페넌트레이스의 1군 등록일수가 150(2006년부터는 145) 이상인 경우에도 1시즌으로 계산된다.

 

자격을 갖춘 선수는 KBO가 한국시리즈가 종료된 날로부터 5일 후 공시를 하게 되어 있다. 올해의 경우는 10 24일 자격을 갖춘 18명의 선수가 협회로부터 공시되었다. 그렇게 공시된 선수는 공시된 지 3일 이내에, 올해의 경우는 1027일까지 직접 ‘FA 신청서를 작성하여 소속구단에 통보하고, 구단은 이를 문서로 협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 신청마감일 다음날(10 28) KBO가 이를 공식적으로 승인한다.

 

FA를 신청한 선수들은 승인일 다음날부터 10일 동안(10/29~11/7) 기존 소속 구단과의 교섭기간을 가진다. 원래 뛰던 구단에 우선 협상권을 주는 것으로, 이 기간 동안은 다른 구단과의 접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20일 동안(11/8~11/27)은 기타 다른 구단들과 교섭을 벌일 수 있다. 그 때는 기존 소속 구단과의 교섭이 제한된다. 이 기간까지 지난 후에는 모든 구단과의 교섭을 벌일 수 있으며, 그 기간은 다음 년도 1 15일까지다. 만약 1 15일까지 어떤 구단과도 계약을 못하게 되면, 총재가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하고 그 해에는 어느 구단과도 계약할 수 없게 된다.

 

FA 선수와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계약 후 2일 안에 해당 계약서를 KBO에 제출해야 하고, 총재는 제출 후 2일 이내에 계약을 승인하고 공시하게 된다. 승인이 떨어지면 해당 구단은 7일 이내에 18명의 보호선수와 군보류선수, 해당 년도 FA 계약선수, 외국인 선수를 제외한보상선수 명단을 전 소속 구단에 제시하게끔 되어 있다.

 

그럼 원 소속 구단은 명단을 제시 받은 후 7일 이내에 보상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보상 방법은 2가지로, 한 가지는 FA로 떠나간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00%와 보상선수 1명을 받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450%를 받는 것이다.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FA제한된 FA’ 혹은능력 있는 선수들만 누리는 자유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실력이 우수한 선수들의 경우는 금전적이 지출을 감안하고서라도 많은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되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는찬밥신세가 되기 일쑤이기 때문. 일부 선수들은 오히려 FA를 신청했다는 이유로 구단의괘씸죄운운에 시달리기도 한다.

 

▲ 선수생명을 건 FA 도전

 

저러한 도를 지나치는 보상 규정이 우리나라의 FA 제도를 반쪽 짜리로 만드는 주된 원인이다. 원래는 돈 많은 일부 구단의 싹쓸이를 제한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선수들의 목을 죄고 있다. 다음은 올 시즌 FA 자격을 취득한 18명의 선수 명단이다.

 

<올 시즌 FA 자격선수 명단>

SK – 전준호(자격유지), 가득염(자격유지)

삼성 양준혁(재자격, 은퇴), 배영수(신규)

롯데 강영식(신규), 박기혁(신규)

KIA – 이대진(자격유지), 이종범(자격유지)

LG – 오상민(자격유지), 김정민(자격유지)

넥센 이숭용(자격유지), 송지만(자격유지), 김수경(자격유지), 송신영(신규)

한화 이도형(자격유지), 손지환(자격유지), 최영필(신규)

 

 

신규는 올해로 9시즌을 채우면서 처음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선수들이며, ‘자격유지는 작년에 이미 자격을 갖추고 있었으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넘어갔기에 올해 다시 자격이 주어지는 경우다. 이미 9시즌을 채워서 FA의 권리를 행사한 선수는 이후 4시즌을 더 채우면 다시 FA 자격이 주어진다. 이것이 재자격인데, 유일하게 해당되는 양준혁은 이미 은퇴식까지 치른 상황이라 실제로 올해는 해당되는 선수가 없다.

 

숫자로는 18명이지만 양준혁을 비롯해 김정민과 가득염도 은퇴가 예상되는 선수들이다. 박기혁은 공입근무 요원으로서의 군 복무를 앞두고 있다. 사실상 FA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수는 14명 정도이며, 실제로 신청하는 선수는 5명을 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저들 가운데 새로운 구단이 손을 내밀어 전년도 연봉의 450%, 혹은 보상선수 1명과 300%의 연봉을 보상금으로 주고 영입하고자 할 만큼 가치 있는 선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처럼 보호선수 18명을 제외하고 1명의 선수와 더불어 금전적인 보상까지 해줘야 한다는 것은, 최소한 그만한 실력을 지닌 가치 있는 선수만이 FA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작년에도 27명 중 19명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고, 히어로즈의 경우 6명의 선수들 중 한 명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 중 은퇴한 2명을 제외한 4명이 올해도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나, 올해도 저들 중에서 신청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심지어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중 하나인 이종범 마저도 당할까 두려워 작년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으니 말 다했다.

 

섣불리 FA를 신청했다가 원 소속구단은 물론 나머지 7개 구단 전부로부터 외면을 받기라도 하면 그대로 미아가 되어 은퇴의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작년에는 55천만원을 받고 있던 장성호가 자신 있게 FA를 신청했다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무려 3억원이 삭감된 25천만원에 다시 KIA와 계약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한화로 트레이드된 바 있다. 장성호 정도의 선수도 그럴진대, 어정쩡한 레벨의 30대 중후반 선수라면 ‘FA 신청=은퇴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나마 기존의 소속 구단에서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섭섭지 않은 대우를 받고 잔류하는 선수는 행복한 편이다. 실력도 없고 그 간의 공로도 크지 않은 선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 속에서 은퇴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작년에 FA 자격을 가지고 있던 27명 중 7명이 1년 사이에 은퇴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선수들이 FA를 선언하는 이유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단지때문만은 아니다. 작년에 장성호가 FA를 선언한 것은 새로운 팀에서 다시 한 번 주전경쟁에 도전하여, 붙박이 주전으로 경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장성호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결국 원 소속팀인 KIA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이미 FA를 선언하며 미운 털이 박힌 상황이라 돌아가 봐야 좋은 계약조건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자존심을 내세우다가는 은퇴 기로에 몰릴 수도 있다.

 

모든 면에서 선수가 일방적으로 불리한 게임이다. 더 큰 문제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이처럼 나이 많고 팀 내의 입지가 줄어든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올해도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박용택과 배영수 정도가 전부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섣불리 FA를 신청하기도 애매한 입장이고, 신청한다 해도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하여 기존 구단에 잔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 중 일부는 반강제적으로 은퇴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의 FA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점, 그것도 축복받은 상위 1%만을 위한부익부 빈익빈의 제도라는데 있다. 게다가 보상규정이라는 것도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라, 해외로 눈을 돌리는 특급 선수들에게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도 한화는 김태균과 이범호라는 두 기둥을 아무런 보상 없이 잃어야 했다.

 

1999 1기 선수협 멤버들이 선수 생명을 걸고 투쟁한 끝에 FA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많은 부분 개선된 점도 있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의 추세에 비하면 그 속도가 여전히 느리다.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방향으로 유지되어왔던 FA 제도의 근본적인 폐해가 개혁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구단과 선수가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FA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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