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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범호가 남긴 일본 진출의 ‘허와 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29.

이범호(소프트뱅크)의 국내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며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9시즌이 종료된 후 FA 자격을 얻은 이범호는 소프트뱅크와 3년 간 총액 35000만엔의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 받고 일본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시범경기와 시즌 초반의 주전경쟁에서 실패하며 1,2군을 오르내린 끝에 48경기 출장, 124타수 28안타(4홈런) 8타점 11득점 타율 226리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첫 해를 마감해야 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범호가 1군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범호의 포지션인 3루 자리에는 올해 24홈런의 호세 오티스, 19홈런의 마쓰다 노부히로가 건재하다. 현지 언론에서도 소프트뱅크가 이범호의 기량이나 내년 시즌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방출이 유력하다고 전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3루수 중 한 명으로 꼽히며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이범호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범호가 소프트뱅크에서 퇴단할 경우, 현실적으로 남은 길은 국내 복귀밖에 없다. 이승엽과는 또 달리, 일본무대에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는데다 그 몸값 또한 부담스럽다. 이범호가 국내로 돌아올 경우, 친정팀 한화로의 복귀가 사실상 유일한 선택이다.

 

원칙적으로 이범호와의 협상은 8개 구단 모두 동시에 가능하지만, 한화가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에는 FA선수와 똑같은 보상 조건이 따른다. 이범호가 한화에서 받은 마지막 연봉 액수가 33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타 구단의 입장에서는일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이미지의 선수를 위해 거액을 배팅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아직 소프트뱅크에서의 거취가 공식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시점이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계륵이 되어버린 이범호의 입지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큰 꿈을 안고 일본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냉정하게 말해 준비 부족이었다. 노력은 했지만 눈높이를 맞추는 데는 실패했다.

 

이범호가 사실상 일본무대에서 주목 받은 것은 2009 WBC에서의 활약 때문이었다. 당초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는 것도 불투명했던 이범호는 주전 3루수 김동주의 대표팀 은퇴와 최정의 부진 등으로 전격적인 기회를 잡았고, 일본과의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WBC 준우승에 기여했다. 한화에서의 마지막 시즌에서도 25홈런 79타점을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범호의 일본진출에는 적지 않은 우려가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이범호에 앞서 일본으로 진출했던 이종범이나 이승엽, 이병규 같이 국내 무대를 평정하다시피 했던 전설적인 한국인 타자들도 일본무대에서는 첫해부터 고전했다. 반면 이범호는 국내에 있을 때도 수준급이기는 했지만 톱클래스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범호는 사실 장단점이 뚜렷한 스타일의 타자다. 빠른 배트스피드와 탄탄한 하체의 힘으로 공을 멀리 밀어 보내는 능력은 있었지만, 스윙 폭이 커서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변화구나 낮게 떨어지는 유인구에는 쉽게 당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범호의 국내무대 통산 타율은 .265에 불과했고, 득점권 타율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보이는 기록보다 큰 경기에서의 결정력은 인정받았지만, 그만큼 기복이 심했다. 한국보다 투수들의 평균 제구력이 더욱 뛰어나고 유인구 일색인 일본무대에서 이범호가 고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설상가상으로 이범호는 수비에서도 일본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아키야마 소프트뱅크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이범호의 수비력에 실망감을 표시하며그의 수비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장타력을 보여주고 팀 승리에 기여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야수들의 멀티포지션을 선호하는 아키야마 감독에게 이범호는 타구반응속도가 느리고 기본기가 부족한 평범한 외국인 선수일 뿐이었다.

 

사실 일본무대에서 이범호가 과연 공정한 기회와 평가를 얻었는가 하는 점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것은 어차피외국인 용병으로서 감수해야 할 어쩔 수 없는 숙명일 뿐이다. 이것은 국내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조건이 좋다는 이유로 일본무대 진출을 생각하는 국내 스타들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곳이다. 어쩌면 메이저리그보다도 한국 선수들이 더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 바로 일본일수도 있다.

 

이범호 역시 만일 일본무대에서 제대로 뛸 수 없다면 스스로가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한다. 모든 리그가 그렇지만 일본야구는 외국인 선수, 특히 한국인 용병에게 관대한 곳이 아니다.

 

이범호는 선수로서 한창 전성기를 보내야 할 시기다. 일본무대에서 1년 만에 돌아오는 것이 비록실패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OSEN.co.kr,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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