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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09년 KIA vs 95년 OB, '일년천하' 팀들의 공통점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5.

2010 시즌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판도에서 최대의 이변 중 하나는 바로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몰락이었다.

 

막강 선발진과 C-K(최희섭-김상현)를 앞세워 무려 12년만의 V10을 달성하며 지난해 프로야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던 KIA는 한 시즌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며 경험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실패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사실 전년도 우승팀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5년의 챔피언이던 OB(현 두산)의 사례다. OB는 우승을 전후로 하여 성적에서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트 곡선을 그렸다.

 

OB가 우승을 차지하기 직전인 94시즌의 성적은 7위에 불과했다. 특히 시즌 막바지에는 윤동균 감독의 강압적인 팀 운영을 둘러싸고 박철순, 김상호 등 고참 선수들의 반발과 집단항명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윤동균 감독의 퇴진으로 사태가 마무리 지어진 뒤, 이듬해덕장김인식 감독을 영입한 OB는 거짓말처럼 다른 팀으로 변모하며 그 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규시즌에서는 LG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친 끝에 시즌 마지막 날에 반 게임 차이로 거짓말같은 역전우승을 확정지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와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역시 막판 2연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인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프로야구 원년(82) 우승 이후 줄곧 중하위권을 맴돌던 OB로서는 13년 만에 드라마틱한 기적을 연출한 셈이었다.

 

하지만 OB의 반전드라마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듬해 OB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건재했음에도 47 6 73패의 4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로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충격을 안겼다. 전년도 우승팀이 꼴찌로 추락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사태였고, 그 이후로도 없었던 일이다. 94년부터 3년 동안 OB 3시즌에 걸쳐 7-1-8위로 극과 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했다. 이후로 OB가 다시 리그의 강호로 부활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OB만큼은 아니지만 KIA의 최근 몇 년간도 롤러코스터의 난이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KIA 2007시즌 리그 꼴찌의 수모를 겪었고, 2008시즌에도 6위에 그쳤다. 그러다가 2009시즌 거짓말 같은 통합우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듯했다가 올해 다시 5위로 내려앉았다.

 

겉보기에 중간은 간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위 롯데와는 무려 10게임 차나 벌어졌을 만큼 격차가 컸던 데다, 시즌 중반에는 구단 역사상 최다인 16연패의 악몽을 겪으며 선수단 전체가 집단슬럼프에 빠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고, 조범현 감독은 성난 팬들에게 둘러싸여 공개사과를 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한 시즌 12연패 이상을 기록하고도 꼴찌를 면한 팀은 KIA가 유일하다.

 

KIA OB일년천하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들이 우승을 차지한 95년과 2009년의 모습이 과연진짜 실력이었는가 하는 의문에서 비롯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우승 당시 화려한 성적에 가려졌지만 실질적으로는소수정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단순한 팀 전력 이면에 여러 가지 행운과 변수가 많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95년의 OB에 홈런과 타점 2관왕을 차지한 김상호가 있었다면, 2009년의 KIA에는 김상현이 있었다. OB의 마운드에는 32승을 합작하며 원투펀치로 활약한 김상진-권명철 등이 있었고, KIA에는 로페즈-구톰슨-양현종-윤석민 등이 선발왕국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가 기대치를 훨씬 능가할 만큼 갑작스러운 '몬스터 시즌'을 보낸 것도 비슷하다.

 

또한, 박철순과 이종범 등 팀 내 최고령 베테랑들이 백의종군하며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줬다. 이들이 절정의 활약을 보여준 시즌 후반기에 KIA OB는 당시 1위 팀이던 LG SK와의 승차를 좁히며 역전극에 성공한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우승 직후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 등에 시달렸고, 다음 시즌 전력보강에 실패하며우승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승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과부하가 걸렸던 선수들은 결국 한번쯤 탈이 나기 마련이다. 선수층이 얇은 팀일수록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팀에 미치는 타격은 커진다.

 

이듬해부터 우승 직후 주축 멤버들의 연봉협상과 팀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으로 우승 분위기가 빨리 식었다는 것도 닮은꼴이다. 예상하지 못한 깜짝 우승을 달성하며 구단 프런트가 우승 이후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놓지 못하여 벌어진 꼴이다.

 

야구전문가들은한 시즌 우승이나 반짝 성적에 만족하여 자만하게 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스포츠가 아니라 어떤 분야이건 현실에 안주하는 이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오랫동안 밑바닥을 전전하다가 갑자기 수직상승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이들은 그 뒤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OB KIA가 혹독한 우승후유증에 시달렸던 이유다.

 

80~90년대의 해태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현대, 그리고 지금의 SK 등 리그를 풍미하며 장수한 강호들의 진정한 저력은꾸준함에 있다. 96년의 OB 2010시즌의 KIA가 몰락했던 공통적인 이유는, 결국 그들이준비되지 못한팀이었기 때문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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