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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박찬호, 한국 복귀 여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길!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7.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2011년은 미국무대 재도전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박찬호는 지난 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재단법인 박찬호 장학회>의 주최로 열린 13회 꿈나무 야구장학생 장학금 전달식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잔류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박찬호 이날 에이전트로부터 미국에서 관심을 보인 구단이 하나 더 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귀국 후 가진 첫 인터뷰에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을 보인 구단이 최소 4개 팀이 있다.”고 밝힌 것에서 좀더 진전된 내용이다.

 

물론 아직 구체적으로 조건을 제시한 구단은 없었고, 스스로도 자신이 구단들의 영입 1,2순위 투수는 아닐 것이라고 인정한 데서 보듯, 아직 진로를 확정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이다. 하지만 적어도 다음 시즌 거취의 우선순위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밝힌 셈이다.

 

박찬호는 이날 국내 복귀설에 대하여서도 입을 열었다. “한국에서 언젠가는 뛰게 될 것이다.”며 종전의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선수 생활이 끝나기 전에 배워야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있고, 지금은 아직 마지막을 논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미 올 시즌에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 기록을 새로이 달성하며 빅리거로서의 경력에 정점을 찍었고,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박찬호로서는 이제 어떤 길을 선택하든 자유로운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건, 한국무대로 복귀하던 국내 팬들은 그의 선택을 믿고 성원을 보내줬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적절한 타이밍이 있다. 현실적으로 박찬호가 국내에 명예롭게 복귀하려면 올 시즌이 가장 적기였다. 미디어가 지나치게 앞서간 측면도 있지만, 최근 박찬호의 국내 복귀설이 여느 때보다 탄력을 받은 데는 본인의 실제로 가능성을 열어두었기 때문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찬호가 또다시 불확실한 가능성만을 남기고 국내 복귀 시기와 구체적인 의지에 대하여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한 데는 못내 아쉽다는 지적도 많다.

 

박찬호 개인의 명예를 위해서는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찬호는 프로 생활의 시작부터 뼛속까지 메이저리거였고, 그가 코리안특급이라는 별명과 더불어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받을수 있었던 것은 빅리거 박찬호였기에 가능했다. 이미 선수인생의 영욕을 맛볼 만큼 맛본 그가 굳이 현역생활 1~2년을 더 연장하기 위하여 국내에서 뛴다는 것은 큰 의미도 없고 팬들도 그렇게까지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박찬호가 국내에 선수로복귀한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 빅리거 출신다운 힘과 구위가 남아있을 때라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단지 박찬호 본인이나 그를 영입하게 될 국내 구단이나 단지 팬 서비스, 혹은 자선사업을 위하여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닌 만큼, 박찬호 역시 아직까지 최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국내 복귀를 결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또다시 마지막 결정을 연기했다. 팬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무대 잔류나 한국무대 복귀냐 하는 최종결정 자체보다, 두 가지 옵션 사이에 박찬호가 계속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고 할지라도, 박찬호나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 대해서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박찬호는 한국무대 복귀시기에 대하여 항상 마지막 순간을 강조했는데, 해석하기에 따라서 이것이 마치 미국 무대에서 할만큼 해보다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나 돌아오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면 국내 팬들로서도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불혹이 다가오는 박찬호가 아무 때나 뛰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뛸 수 있을 만큼 KBO의 규정이나 국내 프로야구가 그렇게 쉬운 곳도 아니다.

 

어차피 박찬호의 국내 복귀가 당장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은, 현 규정상 KBO 드래프트를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파인 박찬호가 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년 이전에 입장을 명확하게 결정해야만 하다.

 

박찬호의 입장에선 드래프트를 위하여 온전히 한 시즌을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매년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8월 이전까지 소속 팀이 없으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미국무대 입단을 타진해보다가 여의치 않으면 돌아온다는 식의 인상을 주는 것은 박찬호로서도 좋지 않은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박찬호는 미국무대에서 계약제의가 전혀 없을 때 일본무대 진출도 잠시 생각해본 일이 있다고 고백한바 있는데, 사실 박찬호에게는 한국 프로야구 역시 완전히 새로운 리그나 마찬가지다. 한국야구 역시 그렇게 만만한 무대가 아닐뿐더러, 1~2년 정도 더 시간이 흐르면 전성기가 지난 박찬호가 뛰고 싶다고 해도 마음대로 뛸 수 있는 구단이 있을지도 미지수다.

 

물론 박찬호 개인에게도 여러 가지 현실적인 고충이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가장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복귀 가능성을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두고 있다면, 거기에 대한 최종입장은 되도록 빨리, 그리고 확실하게 정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어쩌면 한국야구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선수박찬호보다는 메이저리그에서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해줄 수 있는 야구인박찬호가 아닐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연합뉴스, 홍순국의 순스포츠,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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