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2011년 8개구단 최강 마운드는 어디?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3.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이 있다. 식상한 정의지만, 이제는 이 공식을 부정하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해 팀 타율과 홈런에서 각각 1,2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공격야구로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롯데와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1,2위인 SK와 삼성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팀 타율 3 LG는 아예 포스트시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마운드의 깊이에 있었다.

 

다음 시즌에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들은 어쨌든 기본적으로 마운드가 강한 팀들이다. 디펜딩 챔피언 SK를 비롯하여 KIA와 삼성 등이 투수력에 있어서 빅3로 꼽힌다. 강력한 마운드와 수비력을 바탕으로 2011시즌 패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SK 마운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강점은 밸런스타이밍이다. 사실 에이스 김광현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 개개인만을 놓고 봤을 때 선발이건 불펜이건 압도적이라고 할만한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한두 명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투수진의 전체적인 조화로 위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SK의 벌떼 마운드다. 어떤 투수를 어떤 상황에 내보내도 기복이 없고 맡은 바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것이 SK만의 특징이다.

 

카도쿠라(삼성)가 떠나게 되면서 김광현과 글로버를 받쳐줄 3선발 이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미 송은범, 엄정욱, 전병두, 고효준, 이승호, 정우람 등은 팀 상황에 따라 선발-롱릴리프-셋업맨-마무리 등 여러 가지 보직을 수시로 넘나드는 전천후 요원들로 단련되어 왔다. 투수리드에서 단연 국내 최고의 포수인 박경완과 작두 탄 투수운용을 자랑하는 김성근 감독의 존재도 마운드에 시너지 효과를 더해준다.

 

선발진만 놓고 보면 최강은 KIA. 지난해 비록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다소 부진했지만 여전히 기량만큼은 최고로 평가 받는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스를 비롯해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 등 언제든 10승 이상을 해줄 수 있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새롭게 영입된 좌완 외국인 투수 트래비스 블래클리를 더하면 선발진의 좌우 밸런스(3, 2)도 이상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불펜이다. 지난해 KIA는 팀 블론세이브(26) 1위였다. 선발이 호투하고도 불펜이 날려먹은 경기가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지난해 팀에 치명타를 안긴 로페즈의 덕아웃 난동과 윤석민의 자해 부상도 알고 보면 불펜의 불쇼에 그 원죄가 있다. 명예회복을 노리는 마무리 유동훈을 비롯하여 손영민, 곽정철, 이대진, 안영명, 박성호, 신용운 등이 올해 KIA의 불펜진을 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역시 양보다는 질이다. 올해 KIA 마운드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한기주와 김진우가 얼마나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되어줄지, 그리고 조범현 감독이 더 이상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욕을 먹지 않을지도 관건이다.

 

삼성은 성공적인 세대교체가 돋보인다. 선동열 감독 체제 이후 한동안 불펜 야구에 강점을 보여왔으나 상대적으로 선발이 취약했던 삼성은 다음 시즌에는 남부럽지 않은 선발진까지 구축하게 됐다. 지난해 팀 내 최다승을 거두며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 장원삼과 승률왕 차우찬이 건재한 가운데, 일본진출이 무산된 베테랑 배영수와 2009년 공동 다승왕 윤성환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SK에서 맹활약했던 카도쿠라 켄이 가세하며 신구조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선발투수들 모두가 조금씩의 불안요소를 안고 있기도 하다. 선발진 중에 최근 몇 년간 꾸준한 성적을 올린 선수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카도쿠라는 노장인데다 SK와 재계약에 실패했던 무릎상태에 대한 의문부호가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윤성환은 지난해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배영수는 일본진출에 실패한 심리적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안지만, 권혁, 정현욱이 버틴 불펜진은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2년간 부상으로 고전했던 오승환의 부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적재적소의 투수교체타이밍으로 마운드의 위력을 배가시켰던 선동열 감독의 빈 자리를 류중일 신임감독이 어떻게 메울지도 주목해야 할 부분.

 

두산과 롯데는 막강한 공격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취약하던 마운드 보강에 올 시즌 승부수를 걸고 있다. 두산은 선발진에 꾸준한 이닝이터가 절실하다. 지난해 14승을 올린 김선우가 건재하지만 일본으로 떠난 히메네스의 공백이 뼈아프다. 따라서 빅리그 경험을 갖춘 강속구 투수 더스틴 니퍼트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일본에서 다소 불명예스럽게 돌아온 왼손 이혜천과 이적 2년차인 이현승이 4~5선발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불펜의 핵이었던 이용찬과 임태훈은 마무리와 선발전환을 놓고 보직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롯데는 사도스키와 송승준, 장원준의 선발 3인방이 건재하지만, 조정훈이 빠진 상황에서 4~5선발 자리를 놓고 김수완과 이재곤, 새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 코리 등이 경쟁할 예정이다. 넥센에서 영입한 신예 고원준도 주목할만한 새 얼굴이다. 롯데 선발진은 경험과 기량은 의심할 나위 없으나 기복이 심한 것이 단점. 특히 롯데를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마무리의 불안은 양승호 감독 체제로 바뀐 올 시즌에도 최대 변수다.

 

LG, 넥센, 한화는 지난해 허약한 마운드로 곤욕을 치렀다. LG와 한화는 외국인 투수들에게 기대가 크다. LG는 최근 빅리그 출신의 강속구투수 라다메스 리즈와 벤저민 주키치를 각각 영입해 에이스 봉중근과 함께 선발진 강화를 꾀했다. 박명환과 심수창, 김광삼 등이 뒤를 받친다. 오카모토가 떠난 마무리 자리에는 이동현이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는 류현진이라는 대한민국의 에이스가 버티고 있지만 그 이외에는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가 없다. 우여곡절 끝에 재신임을 받은 데폴라는 올해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줘야 하고, 신인 유창식이 얼마나 전력에 보탬이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불펜 역시 박정진과 양훈 외에는 확실한 후보가 없어서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다.

 

투수사관학교로 불리는 넥센은 좋은 유망주 투수들이 많은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잠재력 있는 후보는 많은데 정작 10승 이상을 장담할만한 선수도 없다.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의 선발전환이 예고되면서 공백이 된 마무리도 불안하다. 고원준을 롯데로 보내면서 영입한 베테랑 이정훈이 마무리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검증이 덜된 것은 마찬가지다. 전력 외적으로 조금만 잠재력을 보이는 선수들은 금새 트레이드 카드로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것도 불안요소다.

 

전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역시 선발진은 KIA와 롯데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두 팀은 모두 뒷문이 불안하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반대로 불펜에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SK와 삼성, 두산은 선발진에서 상대적으로 의문부호가 그려진다. 이들 중 장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는 팀이 최고의 마운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바로 그 팀이 2011년의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 될 것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티스토리 초대장이 필요한 분은 댓글로 E-Mail 주소를 남겨주세요~
로그인도 필요 없는 추천 한 방(아래 손 모양), 아끼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