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xtra Sports

슈퍼히어로를 기다리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11.

20승 투수 마이크 스캇, 전설이라 불렸던 제프 백웰, 크렉 비지오 그리고 심지어 랜디 존슨, 놀란 라이언까지 휴스턴은 수많은 슈퍼스타를 배출해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미닛메이드파크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사용했던 애스트로돔은 야구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장소는 아니었다. 휴스턴의 관중동원력은 매년 리그 7위를 넘지 못했고, 그저 그런 성적과 그저 그런 서포트를 받는 것. 이것이 휴스턴이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최소한... 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프 백웰, 크렉 비지오조차 휴스턴팬들을 구장으로 이끌진 못했지만, 그는 가능했다.


휴스턴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지도, 끝내지도 않았지만 휴스턴팬들에게 역대최고의 "Houston Astro"로서 사랑받는 이 행복한 사나이... 바로 로저 클레멘스이다.


우리는 클레멘스가 유명한 선수인만큼, 그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제 곧 46세를 바라보는 야구계의 전설, 미래의 명예의 전당 1순위...이 정도는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읊을 수 있을만한 것이다.


그런데, 왜 그가 휴스턴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것일까? 그는 휴스턴에서 겨우 3년을 뛰었을 뿐이며,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때도 분명히 휴스턴의 유니폼을 입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클레멘스가 휴스턴에 특별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조차도 아니다.


그러나 단언컨대, 로저 클레멘스가 휴스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떤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차지하는 것보다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미식축구밖에 신경쓰지 않는 휴스턴에서 로저 클레멘스덕분에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티켓이 팔린다는 이야기조차 했었다니 그 비중이 어떤 것인지는 익히 짐작할 만하다. 


로저 클레멘스를 휴스턴 팬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휴스턴과 텍사스가 어떤 곳인지 일단 간단하게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텍사스는 평소에도 "Everything's big in Texas"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주이다. 그만큼 여러 가지 스포츠에도 애정을 보여주고 있고, 최고의 팀도 많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야구만큼은 휴스턴 애스트로스, 텍사스 레인저스 둘 다 그런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텍사스출신의 선수들도 그렇게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다. 물론 어니 뱅크스가 텍사스출신이긴 하지만, 그가 텍사스출신이라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가 뭐라고 하든, 그는 시카고 컵스에서 "Let's play two"라는 말을 외치던 선수로만 기억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휴스턴을 구해줄 영웅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팬들은 드디어 2004년에 그 슈퍼영웅을 만나게 된다. 휴스턴은 그가 나타난 이후, 완전히 다른 레벨의 팀이 되어버렸고, 이것은 수많은 휴스턴의 팬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첫 시즌에 "슈퍼영웅"이 18승을 거두자 휴스턴의 팬들은 말 그대로 클레멘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심지어, 팬들은 클레멘스의 아내와 아이들의 소식까지 자주 들을 수 있기를 원했다.


아마도 선수가 고향에 돌아오자마자 가족들의 사생활을 TV시리즈로 4부작 특집방송으로 방영해 주는 곳은 휴스턴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스테로이드문제로 미국전체가 시끄럽고, 로저 클레멘스도 진실공방으로 지루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휴스턴의 팬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줄 것이다. 클레멘스가 약물을 했든 안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이들이 바라는 것은 고향의 자랑 로저 클레멘스가 돌아오는 것뿐이다. 이미 ‘휴스턴이 가공할만한 타선을 가졌는가?’나 ‘포스트 시즌 컨텐더가 되느냐?’는 그들의 관심에서 멀어진지 오래이다.(솔직히, 에드 웨이드가 좋은 팀을 만들 거라고 생각할 만큼, 휴스턴의 팬들은 멍청하지 않다.)


휴스턴의 팬들에겐 ‘로저 클레멘스가 정상적으로 메이저리그로 돌아올 수 있느냐?’ 그리고 ‘휴스턴으로의 컴백이 가능하냐?’가 이번 시즌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야유? 약물을 했다고 뻔히 인정받는 미겔 테하다조차도 휴스턴에 도착했을 때 휴스턴의 팬들에게서 야유를 듣지 않았다.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휴스턴의 팬들이 무조건 약물을 한 선수를 감싸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다른 모든 팬들이 욕과 야유를 퍼붓는대도, 휴스턴의 팬들만큼은 그를 보호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Lonestar State"의 자존심, "슈퍼영웅" 로저 클레멘스가 올 시즌 휴스턴의 마운드에서 그를 기다리는 수많은 "클레멘스 매니아"를 위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인지... 5월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