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삼성은 전문가들에 의해 투-타에 걸쳐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예상대로 삼성은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시즌 막판까지 1위 SK를 강하게 압박했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소 무기력하게 물러나고 말았지만, 2009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충격을 극복하고 준우승을 거뒀다는 것은 분명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말이 되자 그런 삼성에 예상치 못한 ‘태풍’이 몰아쳤다. 2010년부터 시작되는 5년짜리 재계약에 성공한 선동열 감독이 계약기간을 4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갑작스레 해임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삼성은 오랜 세월 팀을 이끌었던 김응용-김재하-선동열 체제의 마지막을 고하며 ‘순혈주의’로 돌아갈 것을 천명했다.
물론 신임 류중일 감독이 전임 감독의 유산을 이어받아 팀을 잘 꾸려나간다면 지난해 못지 않은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낸 감독을 성적 이외의 요인으로 해고한 팀들은 대체로 이듬해 성적이 좋지 못했다. 이는 올 시즌 삼성이 가장 조심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전력은 지난해와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이들을 직접 다루어야 하는 지휘관은 감독으로서의 경험이 전무하다. 이러한 사정을 안고 있는 삼성은 2011년에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삼성의 올 시즌 전망을 내적인 역량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루 따져 보는 SWOT 분석으로 살펴보자.
▲ 삼성의 강점(Strength)
삼성은 지난해 다른 구단이 흉내도 낼 수 없었던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시즌 막판에 롯데에 의해 깨지긴 했지만, 강력한 불펜의 힘을 바탕으로 하여 5회까지 리드하고 있던 경기에서는 거의 패하지 않았었다. 삼성과 붙는 팀들은 5회까지 리드를 잡지 못했을 경우는, 그 경기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그만큼 삼성은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하고 있었고, 특히 ‘안정권(안지만-정현욱-권혁)’이라 불리던 필승계투조의 활약은 삼성의 자랑거리였다.
올해에도 이변이 없는 한 이 시스템이 그대로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선발 마운드에는 ‘토종 좌완 원투펀치’ 차우찬-장원삼 듀오가 버티고 있고, SK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투수 카도쿠라는 국내무대 검증이 끝난 선수다. 세 명 모두 무난히 10승 이상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불펜에는 안정권 트리오와 더불어 올해는 그 동안 부상으로 고생했던 ‘돌부처’ 오승환까지 힘을 보탤 전망이다. 이만하면 이름값만으로도 상대 타선을 주눅들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다.
타선에서는 추신수의 옛 동료였던 메이저리그 출신 라이언 가코가 합류했다. 그가 가세하면서 자연스럽게 4번 타자 문제가 해결됐다. 또한, 기존 멤버인 진갑용, 박한이, 박석민, 조동찬, 채태인, 신명철, 최형우, 김상수 등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다. 그만큼 투-타에서 절묘한 벨런스를 유지한 팀이 삼성이다.
▲ 삼성의 약점(Weakness)
외국인 듀오 카도쿠라 켄과 라이언 가코는 그 활약상에 따라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약점이 될 수도 있다. SK가 카도쿠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가 부상에 대한 우려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라이언 가코는 아직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타자다. 가코가 훌리오 프랑코가 될지, 아니면 트로이 오리어리가 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마무리 오승환이 예전 구위를 되찾을 수 있을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부상에서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그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여러 차례 불안한 모습을 보인바 있다. 올해에도 오승환이 마무리로서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삼성은 그만큼 안정권 트리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다.
▲ 삼성의 기회 요소(Opportunity)
외부적인 요인들을 살펴보면 삼성의 입장에선 반가워 할만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먼저, 우승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SK가 외국인 선수 선발에 있어 비교적 애를 먹었다. 글로버는 시범경기에서 상당히 부진한 편이며, 매그레인도 아직 완전히 합격점을 줄 정도는 아니다. SK의 외국인 선수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시즌 초반의 기 싸움에서 삼성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대구시에서는 현재 사용 중인 시민구장을 대신할 새 구장 건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것은 선수단은 물론 팬들의 사기를 드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이다.
▲ 삼성의 위협요소(Threat)
뜬금없이 ‘순혈주의’를 외친 삼성을 향해 많은 야구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류중일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것까지는 좋으나, 임기가 남아 있는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을 내쳤다는 점은 석연찮은 뒷맛을 남겼다.
류중일 신임 감독이 선동열 전임 감독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의문이다. 전임 감독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물러난 상황이니, 그 자체게 류중일 감독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행여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할 경우, 지역 팬들은 물론 모든 프로야구 팬들의 비웃음을 감내해야만 할 것이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