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주말에 치러진 개막 2연전에서 한 팀이 일방적으로 승리를 가져간 것은 SK(2승)-넥센(2패)의 시리즈뿐, 나머지 6개 팀은 모두 1승씩을 나눠가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부 팀들의 장단점이 확연히 갈렸는데, 그 중 특히 단점이 부각되는 팀들이 있었다.
넥센과 한화의 경우 워낙 팀 전체가 총체적인 난국이라 따로 단점만 언급하기 어렵다. 2승을 거둔 SK도 박경완이 빠진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과는 1승 1패였지만, 두산의 강타선을 이틀 동안 4점으로 누른 LG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외의 4팀은 올 시즌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심각한 약점을 벌써부터 드러냈다. 이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이들 4팀의 올 시즌은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IA – 조범현 감독 주연 불펜 조연의 ‘화려한 불쇼’
아무래도 개막 2연전에서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팀은 다름 아닌 KIA였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연이어 팬들의 분통을 터지게 만드는 야구를 보여준 덕에 1승 1패라는 결과와는 관계없이 KIA 팬들은 마치 10연패라도 당한 것 같이 울화가 치밀어 있다. 모두 조범현 감독의 석연찮은 투수 기용과 불펜 투수들의 난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1차전에서 윤석민을 7회까지만 던지게 한 후 곧바로 교체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KIA는 ‘불펜 투수들의 수난’이라는 달갑잖은 결과 없이 1~2차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2차전에서도 KIA는 6회 선발 트레비스의 갑작스런 난조에 이어 손영민과 양현종이 차례로 무너지며 6점차 리드를 한 순간 잃었다. 불펜의 주축이 되어야 하는 곽정철-손영민의 부진도 아쉽지만, KIA 팬들은 그 이상으로 양현종을 구원 등판시킨 조범현 감독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설령 패하는 일이 있더라도 팀의 주력 선발 투수를 이런 식으로 기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조범현 감독의 불펜 운용은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어차피 감독의 투수 운용은 결과로 말하는 것. 어떤 식으로든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납득하기 어려운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과 그 기대를 항상 저버리는 불펜, 혹시 거듭되는 촌극을 보고 있다가 병원에 실려간 KIA 팬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롯데 – 타자들의 지나치게 넘치는 자신감, 즉 자만!
롯데는 개막전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에이스인 ‘괴물’ 류현진을 무너뜨렸다. 작년에 롯데를 상대로 극강의 모습을 보였던 류현진이기에, 개막과 더불어 그를 극복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청신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 순간, 2차전의 패배는 예상된 것인지도 모른다. KIA의 불펜과 마찬가지로, 롯데 타선 역시 이런 패턴의 반복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 타자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물론 자신감을 가져도 될만한 충분한 실력이 있기도 하다. 문제는 때로는 그 자신감이 지나쳐 ‘자만’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조종 생긴다는 점이다. 에이스급 투수를 무너뜨렸을 때나, 아니면 대량득점을 한 다음 경기에서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자만심에 가득 찬 타자들이 너도 나도 해결사가 되어 보겠다고 ‘뻥 스윙’으로 일관하다 벌어지는 일이다.
작년에도 롯데는 경기 초반에 5~6점을 뽑고 나면, 이후 타자들의 스윙이 커지면서 불펜의 난조와 더불어 막판에 경기를 역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막 2연전에서 드러난 롯데 타선의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류현진을 무너뜨린 타선이 하루 만에 안승민 앞에서 물방망이가 된 것은 이렇게가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양승호 감독은 매일마다 경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들뜬 롯데 타자들의 마음을 ‘초심’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삼성 – 외국인 투수 보는 눈이 없는 걸까?
개막전에서 넥센 선발 브랜든 나이트는 디펜딩 챔피언 SK를 상대로 7회까지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모두가 인정할 만한 훌륭한 피칭이었다. 그리고 나이트는 지난해까지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선수다.
개막 2차전에서 삼성 선발 카도쿠라는 김상현에게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2이닝 동안 5피안타(2홈런) 3사사구로 8점을 내줬다. 비록 중간에 실책이 포함되어 있어 자책점은 1점에 그쳤지만, 누가 봐도 카도쿠라의 컨디션이 좋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의 부진한 투구였다. 카도쿠라는 지난해까지 활약하던 SK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해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다.
삼성은 올 시즌 나이트를 포기하고 카도쿠라를 잡았다. 고작 1경기씩일 뿐이지만, 첫 등판에서 양 선수의 명암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카도쿠라를 포기한 SK와 그를 붙잡은 삼성, 그리고 나이트를 포기한 삼성과 그를 붙잡은 넥센. 일단 그 첫 번째 간접 대결에서 삼성의 코칭스태프는 SK-넥센에게 모두 패했다. 과연 현재 삼성의 코칭스태프와 의료진에는 투수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는 눈이 없는 걸까?
두산 – 만약 이혜천이 무너지면 대안은 있나?
작년까지 두산이 안고 있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믿을 수 있는 좌완’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좋은 불펜투수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모두가 우완이다. 선발진에도 쓸만한 좌완이 없었다. 지난해 이현승을 영입한 것도 그래서였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 두산을 올 시즌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했던 것은 ‘이혜천의 컴백’이라는 희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혜천은 ‘좌타자들의 악몽’이라 불릴 정도로 좌완의 이점을 잘 살리는 투수. 그가 가세하면서 두산은 ‘선발진엔 이혜천, 불펜엔 이현승’이라는 꿈을 꿀 수 있었다. 하지만 개막도 하기 전에 라미레즈가 2군으로 강등되면서 이현승이 선발로 전향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고, 이혜천은 개막 2차전에서 LG 타자들에게 농락당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라미레즈가 불안한 가운데 이혜천마저 무너지면 두산은 대안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컨트롤 없이 구위로만 승부하던 이혜천이 일본에서 뛰면서 제구력이 어느 정도 잡히는 바람에 오히려 치기 좋게 됐다”고 말한다. 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올 시즌도 우승을 향한 두산의 희망고문은 계속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