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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류현진의 ‘맞춤형’ LG 사냥, 대체 언제까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8.



류현진이 또 다시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LG 킬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류현진이 또 다시 ‘LG 사냥에 나선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시즌 중의 한 경기일 뿐이지만, 류현진의 등판 일정 자체가 LG 전에 맞춰서 결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썩 달갑지만은 않다.

 

올 시즌 류현진은 시즌 개막전에 등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이 개막전에 등판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고? 그렇다!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이 작년에는 벌어지지 않았었다. 당시 한대화 감독이 홈 팬들을 위해 대전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기용하겠다고 밝히며 개막전에서 류현진을 아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군말 없이 류현진을 개막전에 등판시켰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 팀을 가려서 류현진의 등판일정을 잡았기 때문이다. 물론, 류현진이 선택한 것은 아니다. 일일이 그걸 신경 쓰면서 일정을 조정하는 장본인은 그를 기용하는 한대화 감독이다. 그리고 이 점이 너무나 맘에 들지 않는다.

 

지난해 한화의 개막 2연전 상대는 SK였다. 한대화 감독은 2009시즌 준우승 팀이자, 8개 구단 중 팀 득점 1위였던 SK와의 경기에 류현진을 소모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괜히 등판시켰다가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손해라고 생각해 그를 홈 개막전으로 돌린 것이다. 홈 개막전의 상대였던 롯데는 2009시즌만 하더라도 8개 구단 중 득점력 꼴찌였던 팀이니, 류현진의 상대로 만만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럼 올 시즌 개막전에서 류현진이 등판한 이유는 뭘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지난해 롯데가 가공할 득점력을 보여줬지만 류현진을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다는 점(상대전적 4승 무패 1.82), 그리고 개막전에 등판을 해야 다음 주말 LG와의 경기에 류현진을 또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 개막전이라서가 아니라, LG와의 경기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류현진을 개막전에 내세운 것 뿐이다.

 

30경기 출장 29선발 225.2이닝 235탈삼진 20 5패 평균자책 2.07! 이것이 류현진의 개인 통산 대 LG전 상대 전적이다. 완벽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상대를 박살냈다는 것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리고 경기 수 자체가 상당히 많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은 데뷔 후 지금까지 총 140경기(137선발)에 등판했다. 그 중 7분의 1이라면 20경기여야 한다. 하지만 LG와의 경기에는 30번이나 등판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숫자다. 류현진이 LG전에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일부러 LG전 등판 회수를 늘린 결과다.

 

작년에 류현진은 25경기에 등판했는데, 그 중 1~3위인 SK-삼성-두산과의 경기는 고작 7번밖에 되지 않는다. 4~5위인 롯데-KIA 전이 8, 6~7위인 LG-넥센 전은 무려 10번이다. 상위팀은 요리조리 피하고 하위팀만 상대할 수 있도록 한대화 감독이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류현진의 괴물 같은 성적이 상위팀을 피한 결과냐? 절대 그렇지 않다. 류현진은 역대급 타력을 보여준 롯데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등 상위 팀과의 경기에서도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상대 팀의 투수력을 타선이 극복하지 못하는 바람에 1~3위 팀과의 7경기에서 류현진은 3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한대화 감독은 이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럼 그 노력의 결과가 항상 좋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류현진의 연속 퀄리티 스타트 세계 기록이 깨졌던 지난해 8 26일 넥센과의 경기를 기억한다. 당시 8 17일에 등판했던 류현진은 로테이션상 25일 두산과의 경기에 등판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두산전에 18일에 선발등판 했던 유원상을 내세우고 류현진의 등판을 하루 미뤘다. 두산과의 경기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류현진은 또 다시 만만한 상대를 골라서 선발 등판했다. 그렇게 한대화 감독은 류현진이 전 구단 상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무산시킨 채 눈 앞의 1승만 찾았다.(류현진이 지난해 유일하게 1승도 거두지 못한 상대가 두산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만하게 봤던 넥센과의 경기에서 사단이 나고 말았다. 류현진의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 깨지고 만 것이다.

 

당시 경기가 벌어지기 전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어 한대화의 과잉보호가 류현진을 망친다!라는 제목의 포스팅을 한 적이 있다. 결국 퀄리티 스타트 기록이 깨진 류현진은 이후 1경기만을 더 등판한 이후 20승을 향한 꿈을 접고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한대화 감독의 쓸 데 없는 꼼수배려가 만들어낸 최악의 결과였던 셈이다.

 

올해는 시즌 시즌과 동시에 그런 패턴이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올 시즌에도 류현진과 김광현이 맞대결을 펼칠 일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리 류현진이 의욕을 드러내면 뭐하겠는가? 정작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한화의 팀 사정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국내 최고의 에이스를 이런 식으로 기용한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였다. 에르난데스는 34경기에 등판해 무려 249.2이닝(232탈삼진)을 던지면서 2.27이라는 환상적인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승-패 기록은 13 12패에 불과했다. 지난해 시애틀 타선의 득점력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압도적으로 최하위인 경기당 평균 3.17점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상대를 고르는 일 없이 묵묵하게 자기의 로테이션을 지켰고, 그 결과 20승 투수인 C.C. 사바시아(21 7 3.18)를 다소 큰 차이로 제치고 사이영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승수와 관계없이 빛난 그의 가치를 전문가와 팬들이 모두 인정했기 때문이다. 승패에 관계없이 자신이 등판한 모든 경기에서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준 에르난데스의 모습은 정말 멋있었다.

 

이에 비하면 지난해 경기당 평균 4.08점을 기록한 한화의 타선은 양반이랄 수 있다. 그런데 팀 내의 특급 에이스를 기용하는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약한 팀을 골라서 상대하여 1승을 거둔다고 해서 한화 이글스와 류현진의 자존심이 세워지는 걸까? 그보다는 승수를 챙기지 못하더라도 상대를 가리지 않고 등판해 당당하게 승부를 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 아닐까? 한대화 감독의 투수 운용이 오히려 팬들을 부끄럽게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이렇듯 쉬운 상대만 골라주는 감독 밑에 있는 류현진이 과연 행복할까? 개인적으로는 류현진이 또 다시 LG 전에 등판한다는 이유로 한숨 짓는 LG팬들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만큼이나, 류현진도 불쌍하게 느껴진다. 한대화 감독의 이런 쓸 데 없는 배려가 류현진 흠집내기의 좋은 구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상대방을 가려서 등판 일정을 잡아야 할 만큼 보잘 것 없는 투수가 아니기에 더더욱 그렇다.

 

아무쪼록 이제부터라도 남은 시즌 동안은 ‘LG 사냥에 열을 올리지 않고 그냥 평범한 일정과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서 등판하는 류현진을 기대해 본다. 그것이 설령 이뤄지지 않을 꿈이라도 말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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