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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본헤드’ 용덕한,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5. 28.

본헤드(bonehead) : 바보, 얼간이, 바보 같은, 얼빠진

 

어릴 적부터 주위가 산만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나는 쉽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의 생활기록부에는주위가 산만함이라는 말이 빠지는 법이 없었고, 수업 시간에도 딴 생각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수백 번을 강조해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려 정작 시험 날에는 기억조차 해내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어릴 적 이야기다. 성인이 된 지금까지 저러한 행동을 보였다면 사회부적응자로 낙인이 찍혔거나, 아니면 도시외곽 어딘가 정신병원에 보내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신체 건강하고 정신 멀쩡한 대한민국 청년이다. 머리가 굵어진 뒤로는 항상 남의 말에 경청하려 노력하고, 누가 한번 한 말은 다시 말하게 하지 않도록 온 정신을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그런데 그런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간혹 잊어 버리는 선수들을 야구 경기가 벌어지는 그라운드 위에서 가끔 만날 수 있다. 특히, 그 어떤 때보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승부처에서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선수들이 종종 있어 팬들의 심장을 멍들게 만든다.

 

얼마 전 넥센의 강정호는 말도 안 되는 본헤드 플레이로 다른 팀 감독들에게 조차 질책을 받은바 있다. 1점차로 뒤지고 있던 9회말, 1사 이후 안타를 치고 출루한 강정호는 알드리지의 유격수 뜬공 때 2루로 질주하는 본헤드 플레이의 정석을 선보이며 경기를 매조지했다.

 

결국 김시진 감독의 분노를 사 2군으로 내려갔는데, 이를 두고 야신김성근 감독은 “2군이 아니라 3군으로 가야할 플레이라고 했으며, ‘야왕한대화 감독은 강정호가 긴장이 풀려서 제대로 어이없는 플레이를 했다는 혹평을 남겼다. 하지만 강정호의 이러한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은 빠른 시일 내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경기에서 그것을 능가하는 장면을 두산에서 연출해냈기 때문이다.

 

한화의 공격인 9회초 1 2루 상황, 10-9로 두산이 리드한 상황에 8회부터 등판한 정재훈이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었다. 타자는 오선진. 득점권에 주자가 있기는 했으나 포수가 안정적인 리드로 정평이 나있는 용덕한이었고, 투수 역시 팀 내에서 가장 믿음직한 불펜투수인 정재훈이었기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여기서 어처구니 없는 문제가 발생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기어코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정재훈은 2-1 상황에서 낮게 깔리는 4구째 공으로 오선진에게 헛스윙을 유도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낮게 들어오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운드된 공을 포수 용덕한이 포구해내지 못한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공이 포수를 지나 저 멀리 뒤로 가고 있음에도 용덕한은 공을 쫓아갈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 용덕한은 심판과 파울이냐 낫아웃이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앞서 주심의 볼 판정을 가지고 한번 어필을 했던 용덕한은 분이 풀리지 않은 모양인지 또다시 주심의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여 그걸 따지고 있었다.

 

2루 주자가 3루에 도달하고 타자 주자가 1루에 안착할 때까지도 용덕한은 심판과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투수 정재훈이 공을 주우러 가는 사이 선행주자 추승우는 홈인, 타자 주자 오선진은 3루에 안착했다. 한화 덕아웃은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고, 정재훈은 똥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동영상이 보고 싶으면 클릭)

 

양의지가 경기 도중 부상으로 실려나간 후 교체되어 투입된 용덕한의 입장에선 한 점 차 싸움에서 예민할 수도 있다. 그 상황에서 낫아웃으로 역전 주자까지 내보내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집중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판정에 대한 어필을 하려거든 일단 최선을 다해서 플레이를 진행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하지만 그 상황은 볼 데드가 아닌 엄연한 인플레이 상황이었다. 할 수 없이 김경문 감독이 항의를 했지만, 슬로 비디오를 통해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었음이 증명되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결국 평정심을 잃어버린 정재훈은 강동우에게 적시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 중단은 오로지 심판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다. 선수가 임의로 경기를 중단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용덕한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인플레이 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필만 하고 있었다.

 

그 결과는 어떠했나? 두산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패만 하나 늘었고, 김경문 감독은 화가 났으며, 팀 분위기는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2011 5 27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와의 경기는 두산팬이기도 한 내가 야구를 보는 한 평생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시합으로 기억될 듯한 느낌이 든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스포츠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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