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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두산 선발진이 약하다고? 천만에 말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7. 18.

지난 12일. 포털 사이트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현직 해설위원들을 대상으로 LG와 두산 중 4강에 진입할 확률이 더 높은 쪽은 어디냐는 설문으로 조사를 진행한 내용인데 무려 6명의 해설위원이 LG를, 그리고 두산은 단 두명의 해설위원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LG를 택한 6명의 의견을 종합하자면 두 팀 모두 불펜이 좋지 못하지만 그나마 선발진이 강한 LG가 좀 더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그냥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 질 수도 있겠지만 감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일단 두산의 불펜은 그리 약하지 않다. 비록 정재훈의 부재로 뒷문이 다소 허술해 지긴 했으나 사이드암 고창성을 필두로 우완 김강률, 노경은, 좌완 이혜천, 이현승 등으로 구성된 두산의 불펜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부족함이 없다.

선발진 역시 마찬가지다. 당시 기사에서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두산이 4경기 차를 따라잡으려면 연승을 해야 하는데 불펜이 무너진 데다 니퍼트와 김선우 외에 믿을만한 선발이 없어 가능할지 의문이다.” 라는 의견을 피력했는데, 두산을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저 섭섭할 따름이었다. 요즘 우리 투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잘해줬는데...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인 니퍼트와 ‘무한직구사랑’에서 ‘팔색조’로 거듭난 김선우로 이뤄진 원투펀치. 사실 많은 사람들이 두산의 선발진을 논할 때 이 두 선수만을 언급하고 더 이상의 언급은 자제하는 편인 듯싶다. 하지만 현재 두산의 로테이션은 이 둘 뿐만이 아닌 페르난도와 이용찬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두 선수들은 팀의 3, 4 선발로써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그 동안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온 이용찬은 이혜천, 이현승 좌완 듀오의 로테이션 탈락으로 인해 생긴 공백을 메우기위해 급작스레 시즌 도중에 선발투수로 전환하게 됐다. 지난 2년간 팀의 뒷문을 지켜왔고 이번 스프링캠프는 물론 심지어 시즌 개막 직전까지도 유력한 마무리 후보였던 이용찬에게 갑작스런 선발 전환은 사실 독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충분히 제 몫을 해주고 있다. 비록 승수는 3승으로 다소 부족하지만 평균자책점은 정확히 4.00으로 오늘(17일) 넥센 전을 치루기 전까지만 해도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에 있었다.

페르난도 역시 입단 초기 그저 곧 다시 한국을 떠날 미운오리 새끼와 같은 존재로 비춰졌던 것과는 달리 너무도 잘 해주고 있다. (이전 포스팅에서 페르난도 Go~Home!을 외쳤던 버닝곰, 페르난도님에게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I'm Sorry Fernando.)

시즌 초반만 해도 한국 타자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채 자기 고집만을 내세운 피칭, 그리고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하며 고전했으나 자기 고집을 버리고, 패스트볼 구위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하며 드디어 메이저리그 출신 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더운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장마 뒤 찾아올 무더위에 더욱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긍정적인 현상은 경기력에서 역시 확연히 드러나는데 시즌 평균자책점(6.75)보다 최근 다섯 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이 월등히 뛰어나다.(최근 다섯 경기 평균자책점 4.33)

니퍼트, 김선우, 이용찬, 페르난도로 이어지는 두산의 로테이션은 결코 약하지 않다.(라는 사실을 이효봉 위원이 꼭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다수의 해설위원들이 그렇게 표현한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간 LG의 타선은 꾸준한 투자를 거쳐왔다. FA 듀오 이진영, 정성훈을 비롯해 거액의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택근, 그리고 일본에서 복귀한 이병규까지. 사실 지금 LG의 강력한 타선에 놀랄 이유가 전혀 없다. 그저 당연히 그렇게 됐어야 할 일이 이제야 발생한 것일 뿐이다. 쏟아부은 돈이 얼마인가.

그런데 거기에 그동안 LG의 골머리를 앓게했던 허약한 선발진이 어느새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며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누가 봐도 현재 LG의 전력을 4강권에 들기에 충분할만큼 탄탄한 전력이다. 반면 두산은 근 몇 년간 쳐다도 보지 않던 하위권 구경에 재미가 들어 7위까지 기웃거리다 이제야 중위권을 거쳐 중상위권에 도약할 마음이 생긴 모양이다.

분명 현 상황은 LG가 앞서 있는 것이 분명하나 역전의 기회는 충분하다. 그런 면에서 19일부터 시작되는 5위 롯데와의 주중 3연전을 어떻게 치르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드시 이번 시리즈를 잡고 다음 평가 때는 좀 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