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가을야구는 '올해도 변함없이' 멀어졌다. 박종훈 감독 2년차를 맞이하며 야심차게 변화를 선언한 LG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중반까지 4강권을 유지하며 선전했으나 후반기로 갈수록 급격한 하향세를 겪은 끝에 결국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주저 않고 말았다.
마지막 PS 진출이던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무려 9년 연속 탈락. 현재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는 프로야구에서 4강만 들면 나갈 수 있는 포스트시즌에, 거의 강산이 한번 변할 시간이 되도록 중간조차 한번 못가고 있다는 점에서 LG야말로 가장 ‘일관성 있는 야구’를 보여주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 끝나지 않은 ‘3대 저주’ 퍼레이드, 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가을잔치 불참기간이 길어지면서 LG는 수많은 징크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LG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3대 저주’다.
첫 번째는 ‘감독의 저주’다. 2002년 LG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에서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고도 구단의 색깔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임된 김성근 전 감독 이후, 공교롭게도 LG를 거쳐간 감독들의 운명은 하나같이 불운했다.
LG 팬들 사이에서 지금도 ‘공공의 적’으로 평가받는 이순철 감독, DTD설의 창시자로 불리는 김재박 감독에 이어, 현재 LG를 이끄는 박종훈 감독도 이러한 징크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LG에서 선수장악력과 용병술에 문제를 드러내며 몇몇 선수들과는 불화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박종훈 감독은 지난 2년간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나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갈팡질팡하는 마운드 운용과 선수관리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LG 시절만 해도 팀을 재건할 수는 있어도 우승할 수 없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성근 감독이 SK로 옮긴 이후 3회의 우승을 이끌며 진정한 '야신'로 거듭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두 번째 ‘DTD 징크스’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의 영어 약자식 표현으로 LG의 고질적인 뒷심 부족을 꼬집을 때 쓰여진다. 원래는 김재박 감독이 현대 사령탑 시절 타팀을 평가한 발언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김재박 감독이 LG 부임 이후, 항상 시즌 초반에는 반짝 상승세를 타다가 후반기만 되면 추락하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LG 야구를 대표하는 징크스로 굳어졌다. 대표적으로 김재박 감독 부임 첫해인 2007년에도 초반 한때 6연승을 달리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2위까지 올라갔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결국 5위로 아깝게 4강행이 좌절됐다. 이후 2008년과 2009년에도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결국 김재박 감독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러한 징크스는 박종훈 감독 체제로 바뀐 2010시즌과 2011시즌에도 거짓말처럼 똑같이 재현되고 있다.
또한 LG는 선발투수가 호투하여 거의 이긴 경기를 불펜 난조나 수비 실책으로 역전패당한 경우가 유독 많다. 4-1로 앞선 9회 2사 이후에만 4연속 폭풍 볼넷을 허용하며 무너진 6월 17일 SK전이나, 연장 11회 결정적인 수비실책 이후 차일목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허용한 9월 18일 KIA전이 대표적이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비극의 주인공은 신예 임찬규였다. 올 시즌만이 아니라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DTD 징크스의 숨은 주역은 불(火)펜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세 번째는 ‘먹튀의 저주’다. 다른 팀에서는 잘하다가 유독 LG 유니폼만 입으면 힘을 못쓰거나, 혹은 LG에서는 못하다가 다른 팀으로 옮긴 후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을 빗댄 표현이다.
특히 한국프로야구에 FA 제도가 본격적인 도입된 이래, LG는 ‘먹튀의 전당’이라는 달갑지 않은 닉네임을 얻었을 만큼 역사에 남을 굵직한 FA 흉작들을 대거 배출(?)했다. 홍현우, 진필중, 박명환 등은 LG가 당시로서 엄청난 거액을 쏟아 붓고도 하나같이 본전도 못 뽑은 대표적인 실패작들이다.
최근에는 지난 몇 년간 그나마 ‘중박’ 정도를 기록한 이진영, 정성훈 등의 활약으로 FA 먹튀에 대한 공포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대신 이제는 김상현-이용규(KIA), 박병호(넥센), 이성열(두산)등 LG에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다가 다른 팀으로 이적만 하면 펄펄 나는 선수들이 속출하며 ‘탈(엘)지 효과’라는 새로운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징크스라고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것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정신적 구속'에 더 가깝다. 근본적으로 LG는 지난 수년간 적지 않은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구단 운영과 선수단의 보이지 않는 개인주의 속에서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실패했다.
5년이라는 계약기간을 보장하며 영입한 박종훈 감독 취임 이후에도 지난 2시즌간 LG는 리빌딩을 통한 근본적 체질개선과 당장의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방황했다. 9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이라는 참혹한 결과물은 운명이나 징크스를 따지기 이전에, LG 야구가 걸어온 비효율적인 행보의 증거가 아닐까.
(보너스) ▲ LG를 위한 가을의 송가(2) <4강은 배, LG는 항구>
(1)언제나 찾아오는 가을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가을을 핑계로 떨어지나
4강은 배 LG는 항구
맨날 지는 사람이 약속은 왜 해,
눈멀도록 가을만 바라게 하고~
부담스럽다는 변명 하지도 마세요~
하루하루 가을만 바라보다
눈물지으며 힘없이 돌아오네
4강은 4강은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 아
탈락의 눈물 보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LG는 다 그래
(2)매달리고 싶은, 팬들의 청문회
짧은 팬미팅으로 끝나면~
잘가요 쓰린 마음 아무도 몰라주네
4강은 배 LG는 항구~
못 견디게 4강 간다고~
달콤하던 말 그대로 믿었나~
4강은 4강은 다,
모두가 그렇게 다 아~ 아~
봄에는 약속하고
가을되면 잊어버리는
LG는 다 그래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