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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KS 전망] SK의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0. 25.



개인적으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팀이 어디가 되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만나면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2~4위를 차지한 롯데, SK, KIA 중 어느 팀이 상대가 되더라도 그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확신이 무너지고 말았다.

 

SK 와이번스는 특별하다. 김성근 감독이 키워낸 팀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감독이 바뀌었는데도 그 특별함은 여전하다. 그건 어쩌면 그 동안 김성근이라는 커다란 이름 앞에서 퇴색될 수밖에 없었던 그들만의 장점이 뒤늦게 빛을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성근 감독이 특별했던 것처럼, 그와 별개로 SK 선수들 역시 특별했던 것이다.

 

예전부터 정말 신기했던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SK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의 지시를 너무나 잘 따르고, 또한 그 작전을 너무나 잘 실행한다는 점이었다. 이전까지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팀의 선수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고, 그래서 김성근 감독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SK 선수들은 그런 김성근 감독의 지시를 잘 따랐고,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얻어냈다.

 

김성근 감독이 요구했던 훈련의 강도, 그리고 선수 기용이나 투수 운용에서의 독특함을 감안한다면, 그런 김성근 감독이 특별했던 것만큼이나 그걸 100% 따라준 선수들도 특별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런 특별한 감독특별한 선수들이 한 팀에서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삼성은 확실히 강하다.

 

삼성은 강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1위의 팀이며, 리그 최강의 투수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래 강했던 불펜진 위에 올 시즌은 든든한 선발진까지 가세하면서 마침내 완전체가 되었다. 올 시즌 삼성의 팀 방어율은 3.35로 리그 1, 그것도 후반기에는 2.99로 더 좋았다.

 

재미있는 건 팀 내 방어율 1위이자 최다승 투수인 윤성환(14 5 3.54) 4차전 선발이란 점이다. 1차전과 3차전은 후반기에 합류해 일찍 한국무대에 적응한 매티스(5 2 2.52)와 저마노(5 1 2.78)가 책임질 전망이고, 2차전 선발은 후반기 들어 완벽하게 부활하며 10경기에서 2.74의 방어율을 기록한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맡기로 되어 있다. 이 선발진의 무게는 단연 리그 최강이다.

 

정현욱(4 3 24홀드 2.36), 안지만(11 5 17홀드 2.83), 권혁(1 3 19홀드 2.79), 권오준(1 1 11홀드 2.79), 이렇게 4명의 불펜 에이스급 투수가 한 팀에서 뛴다는 건 롯데나 KIA 입장에서는 부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그런데 이들 뒤에는 끝판대장오승환(1 47세이브 0.63)이 버티고 있다.

 

더 당황스러운 건 차우찬(10 6 3.69)이 한국시리즈에서는 권혁과 함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등판할 예정이고, 다른 팀 소속이었다면 젊은 우완 에이스로 각광받았을 정인욱(6 2 2.25)도 불펜에서 대기한다는 점이다. 상대하는 팀의 입장에선 그야말로 미치고 팔딱 뛸 상황이다.

 

그나마 SK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최형우(30홈런 118타점 .340)를 제외한 대부분의 타자들이 후반기 들어 상당한 부진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특히 박석민과 채태인, 조영훈 등 최형우의 앞뒤에서 그를 도와줘야 할 중심타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득점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최형우 한 명의 원맨쇼만으로도 삼성은 승리할 수 있었다. 투수진이 그만큼 잘 버텨줬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에 따른 양 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삼성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SK는 확실히 특별하다.

 

분명 삼성은 강하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삼성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만나고 싶진 않았을 것 같다. 특히 준PO PO를 지켜봤다면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SK KIA와의 준PO에서는 4경기 동안 7실점, 최강의 타력을 자랑하는 롯데와 싸운 PO에서는 5경기에서 16점만 허용했다. 경기당 평균 2.56실점, 삼성의 타력 수준이 KIA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앞선 시리즈의 결과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홀드왕정우람(4 7세이브 25홀드 1.81)을 필두로 정대현(16세이브 11홀드 1.48), 박희수(48홀드 1.81), 엄정욱(3 6세이브 2.13)이 버틴 SK의 불펜진은 삼성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는다. 오승환만큼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내뿜는 붙박이 마무리 투수가 없을 뿐, 필승 계투진의 방어율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삼성보다 낫다.

 

우려했던 선발진도 기대 이상이다. 송은범(12이닝 2실점)과 고든(142이닝 2실점), 거기에 윤희상(11이닝 1실점)까지 포스트시즌 들어 상당히 좋은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김광현의 부진(9이닝 6실점)이 유일한 걱정거리인데, 에이스가 무너진 상황에서도 한국시리즈에 올라왔다는 점이 되려 놀라울 정도다.

 

타력만 놓고 보면 오히려 SK가 삼성보다 강해 보인다. ‘조선의 4번 타자이대호와의 4번 타자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박정권은 가을의 전설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정근우처럼 경기를 좌우하는 1번 타자는 이종범 이후 처음인 듯싶다. 최정과 박재상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으며, 나란히 게으른 천재라 불리는 안치용과 정상호의 한 방도 위력적이다.

 

특히 경기가 접전으로 진행될 때 SK 선수들의 집중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PO 1차전과 5차전에서 보여준 승리를 향한 SK 선수들의 집념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지고 있어도 언제든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 쫓기고 있어도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 등은 해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SK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SK는 정규시즌 3위의 팀이었다. 그럼에도 준PO에서 KIA의 승리를 예상한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PO를 앞두고는 그보다 더 높은 비율로 전문가들은 롯데의 승리를 예상했다. 그러나 그 모든 예상을 깨고 SK는 승리했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앞선 두 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삼성의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예상을 깨고 두 번 정도 승리한 것을 두고 기적이라 표현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감이 없잖아 있다. 하지만 세 번 연속 이긴다면 그 때는 감히 기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지금의 SK는 김성근 감독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김성근 감독 없이 새로운 기적을 창조하려 하고 있다.

 

지금 삼성의 주축 선수들은 2005~6년의 우승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반면 SK의 주력 멤버들은 지난 4년간 ‘SK 왕조를 일궈낸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SK에게 4전 전패의 치욕스런 패배를 당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양 팀의 입장이 반대가 되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1점의 소중함을 아는 두 팀의 대결인 만큼, 이번 한국시리즈는 매 경기가 수준 높은 투수전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가?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삼성이 이기고 환호하는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가슴은 SK의 특별함이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내길 바라고 있다. 지금부터 기적 시리즈를 즐겨보자.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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