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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난세의 LG, 우규민의 귀환에 거는 기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3. 14.

우규민은 LG 팬들에게는 애증의 이름이다. 한때는 LG 특급 마무리의 계보를 이을 유망주로 평가받은 적도 있었다. 2006 17세이브, 평균자책점 1.55를 기록한 데 이어 2007년에는 무려 30세이브를 기록하며 오승환(삼성)에 이어 구원 부문 2위까지 올랐다.

 

우규민은 LG 투수로서 30세이브를 넘긴 마지막 투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용수와 이상훈의 은퇴, 그리고 FA 먹튀로 끝난 진필중 이후 대형 마무리에 목말랐던 LG로서 우규민의 성장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나 2008년부터 우규민의 성장세는 멈췄다. 2008 10세이브, 평균자책 4.91에 그쳤고, 2009년에는 7세이브 평균자책 5.70으로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 찬사는 사라지고 마운드에 오르기만 하면 방화를 저지른다며불규민이라는 치욕적인 닉네임이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 해 6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김광수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2이닝 동안 2실점으로 부진하자, 시즌 중에 2군으로 떨어지는 굴욕도 당했다. 당시 LG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김재박 감독은 우규민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며한두 해 반짝 잘했다고 마치 자기가 대단한 선수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처음부터 한발씩 차근차근 밟아올라 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다. 그때 이후로 한동안 우규민에게는반짝 스타혹은재능은 있지만 노력이 부족한 선수같은 달갑잖은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우규민은 2009년 시즌을 마친 후 경찰청에 입대했다. 우규민은 당시를 회상하며솔직히 도망치고 싶었다. 타자와의 승부가 두려운 느낌까지 들었다.”며 부진한 성적과 주변의 질타에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청에서 보낸 2년간은 우규민에게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초반에는 마무리를 맡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선발로 전환했다. 우규민 본인이 유승안 감독에게 자청한 면도 컸다. 새로운 구종을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타자를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다.

 

우규민이 올 시즌 자신의 새로운 승부구로 선언한 서클 체인지업은 이전에도 던질 수는 있었지만 마음대로 제구가 되지 않았던 탓에 마무리로 뛰었던 과거에는 실전에서 많이 써먹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경찰청 시절 동안 우규민은 절치부심한 끝에 서클 체인지업을 자신만의 무기로 완벽히 마스터할 수 있었다.

 

우규민은 서클 체인지업을 앞세워 2011 2군 리그에서 15승 무패 1세이브, 평균자책 2.34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물론 1군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우규민은 자신이 원하는 공을 마음껏 뿌리며 프로 시절 위축되었던 자신감과 구종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마운드에 설 때마다 항상 지금 자신이 1군 무대에 서있고, 위기상황에서 이대호나 김현수를 상대한다는 심정으로 머릿속에 시뮬레이션을 그려가며 절치부심했다.

 

낙차 폭이 크고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보유하게 되면서 좌타자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었고, 좋은 성과가 뒤따르지 자신감도 얻었다. 제대 후 실제로 많은 야구계 인사들이 올해 예비역 선수들 중에서 가장 기량이 발전한 선수로 우규민을 꼽을 만큼 LG가 거는 기대도 크다.

 

우규민은 경찰청에서도 틈날 때마다 LG의 경기를 지켜봤다. LG는 우규민이 팀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특히 4강행이 유력했던 상황에서 연이어 중요한 경기마다 대형 방화쇼와 더불어 나가떨어지는 팀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규민은 안타까움에 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우규민은 올 시즌 LG 마운드 운영의 중요한 한 축을 맡을 것이 확실시된다. 다만 보직은 아직 유동적이다. 당초 선발 진입을 목표로 경쟁해왔으나, 최근에는 다시 마무리 복귀로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

 

김기태 감독이 당초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눈독을 들였던 셋업맨 한희가 스프링캠프에서 부진을 보인데다, 다른 투수들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 그나마 30세이브 경력을 지니고 있는 우규민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현준과 김성현이 경기조작 사건에 연루되며 구멍이 생긴 선발진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 아직 우규민이 선발진에 투입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불안한 전력에 경기조작 사건까지 얽혀 뒤숭숭한 LG 2012시즌 마운드에는 새로운 히어로가 필요하다. 특히 몇 년째 이렇다 할 해결사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마무리 문제는 오래된 고민이다. 과거의 아픔을 딛고 돌아온 우규민이 다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 [사진제공=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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