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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남의 야구베네

전문가들을 바보로 만든 LG-삼성의 개막 2연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4. 8.


 


전문가들은 올 시즌 프로야구를 예상함에 있어 삼성을 독보적인 우승후보로 꼽았고, 삼성은 나머지 7개 구단의 표적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탄탄한 마운드의 높이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승엽까지 더해지면서 올해도 여전히 강한 팀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승엽 외에 거물급 선수의 보강은 없었지만, 기존 전력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팀이기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시범경기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삼성의 전력을 평가할 순 없었습니다. 주전급 보단 비주전급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시즌 시작 전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단계였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전문가와 팬들은 시범경기 성적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게 맞이한 개막전. 삼성의 홈인 대구에서 열린 개막전에서는 양 팀의 좌완 에이스인 차우찬(삼성)과 주키치(LG)가 맞붙어 자웅을 겨뤘고, 그 결과 주키치의 호투를 앞세운 원정팀 LG6-3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경기초반부터 흔들린 차우찬은 이병규에게 시즌 첫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등 4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고, 주키치는 6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기분 좋은 승리를 따냈습니다. 삼성으로선 LG의 좌타 라인을 봉쇄하기 위해 들고나 온 필승카드가 무너진 격이었습니다.

 

삼성의 입장에서 개막전의 쓰라린 패배는 우선 에이스 차우찬이 제구력 난조와 더불어 무너졌고, LG 타선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공략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발투수가 무너진 이상 어쩔 수 없는 패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차전은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습니다. 국내 최고의 왼팔 중 한명인 장원삼이 7회까지 상대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았지만, 팀 타선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득점의 물꼬를 제대로 트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했기 때문이죠.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던 삼성이지만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장원삼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결국 뜻하지 않은 일격을 허용하며 LG에게 선취점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투구수 관리도 환상적이었던 장원삼이 8회 급격하게 흔들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마운드를 넘겨받은 권혁마저 안타를 허용하면서 앞선 주자가 모두 밟았고, 그렇게 잘 던지던 장원삼의 실점은 3점이 되었습니다. 득점지원에 실패한 타선이 원망스러운 상황이었고, 권혁의 피칭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LG의 마무리 리즈를 상대로 2점을 만회하긴 했지만, 끝내 동점이나 역전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각각 땅볼로 타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승엽과 최형우가 해결해주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되어버린 박석민의 삼진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2차전의 주인공은 3년만에 깜짝 선발등판하여 4.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LG 이승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승리투수요건은 갖추지 못했지만, 903일만의 등판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직구의 구속은 130km/h대로 그다지 빠른 편이 아니었지만, 수준급 서클 체인지업과 간간히 섞어 던진 100km/h대의 각이 큰 슬로우 커브가 예술이었죠. 안방에서 2연패를 하며 원정팀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긴 삼성의 자존심은 완전히 구겨지고 말았습니다.

 

LG는 개막 원정 2연전을 1 1패를 목표로 삼았지만, 2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초반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개막전에서 우규민이 2실점한 것과 2차전에서 마무리 리즈가 2실점한 것이 다소 불안했지만,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남부럽지 않은 불펜진을 꾸려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으니 말이죠. 김기태 감독 또한 원정 2연전의 결과에 흐뭇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적진에서 거둔 승리였으니 기쁨은 배가 되겠죠.

 

1차전은 초반부터 흔들린 차우찬을 상대로 신바람 야구를 제대로 보여줬지만, 2차전엔 차우찬보다 한 수 위인 장원삼을 상대로 확실히 고전했습니다. 그래도 하위타선의 활약을 바탕으로 삼성의 국가대표급 투수들을 침몰시켰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시종일관 환한 표정을 지었던 LG 김기태 감독과 반대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던 삼성의 류중일 감독의 모습도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공은 둥글고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그 결과는 절대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예상에서는 LG가 최하위였지만, 디펜딩챔피언 삼성을 연파하며 반전의 시나리오를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이는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전문가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린 LG와 삼성의 개막 2연전, 역시 야구는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 완소남 배재민[사진=삼성 라이온즈, O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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