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츠 팬은 롯데 구단이 부끄럽다...?
5월 8일 열린 KBO 이사회에서 신생구단 NC 다이노스의 2013년 1군 진입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많은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이 소식을 듣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끝까지 NC의 1군 진입을 반대한 팀이 있었으니, NC의 창단 과정에서부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던 롯데 구단이다.
롯데 장병수 사장은 이사회에서 의결에 참여한 9명 가운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대다수 야구팬들은 롯데의 이기주의를 비난했고, 야구인들도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롯데 구단의 반대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야구 커뮤니티에서는 롯데 구단과 장병수 사장을 성토하는 글로 넘쳐났다.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조차 ‘부끄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일부 롯데 팬들은 ‘이 일로 인해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까지 싸잡아 비난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다른 야구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프로야구의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더 많은 구단이 필요함은 대다수 야구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고, 팬들 또한 그 뜻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은 제9구단의 창단 과정에서부터 반대의 뜻을 표하더니, 최근에는 NC의 내년 시즌 1군 참가와 제10구단의 창단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프로야구는 팬들을 위재 존재한다’는 말은 각 구단의 관계자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로만 그칠 뿐, 실제로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팬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를 응원하는 대다수의 팬들은 제9구단의 창단을 반겼고, 그 연고가 통합 창원시라는 것에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부산과 창원의 야구팬들은 예전부터 함께 롯데를 응원하던 동지였고, 이제 각자의 연고를 가진 구단이 생기면서 좋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런데 정작 롯데 구단은 시작부터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팬들을 실망시켰고, 이제는 팬들의 입에서 “롯데 팬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는 말이 나오게끔 만들고 있다. 과연 롯데 자이언츠는 ‘팬을 위해 존재하는 구단’이 맞는 것일까.
사실 롯데 구단의 입장에서는 바로 옆 동네인 창원에 또 다른 프로구단이 생긴다는 사실이 달가울 리 없다. 말이 부산을 연고로 한 구단이지, 그 동안 롯데는 실질적으로는 부산과 경남권 전체를 연고지역으로 하여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구단이 나타나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제9구단의 창단은 프로야구계 전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더 큰 이득이 되는 일이라 해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도 마찬가지. 프로야구계와 팬들은 신생 구단의 창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지만, 정작 롯데는 당장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9구단이나 10구단 체제가 확립되어 프로야구가 훨씬 더 활성화된다면, 롯데 역시 언젠가는 지금 잃는 것 이상의 더 큰 이득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직 이루어지지도 않은 미래의 가능성일 뿐, 당장은 눈앞에 보이는 손실이 더 커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를 운영함에 있어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것은 ‘팬’이다. 수익성도 그에 못지 않은 중요한 문제지만, 애당초 팬이 존재하지 않으면 수익 자체를 낼 수 없는 게 프로야구다. 그렇다면 롯데 구단은 적어도 팬들의 입에서 ‘부끄럽다’는 말은 나오지 않게끔 행동했어야 했다.
장병수 사장은 줄곧 반대의 입장을 표하면서 “국내 프로야구는 기존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하기도 버겁다. 6개 구단 정도가 적당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제시하지 못했다. NC 구단이 각종 시장조사 결과 등 수치적인 자료를 토대로 신생 구단 창단의 당의성을 피력하고 있을 때, 롯데 구단이 반대의 이유로 내세운 것들은 팬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들뿐이었다.
NC가 꾸준히 다른 구단과 팬들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한 것과 달리, 롯데 구단은 팬들과 소통하기는커녕 눈과 귀를 막고 ‘반대’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야구팬들은 롯데의 반대가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롯데를 응원하던 팬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일부 롯데 팬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우리는 자이언츠 팬일 뿐, 롯데 팬이 아니다”는 말이다. 롯데 구단에 실망한 팬들이 어떤 심정인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반응이다. 언제나 사직구장을 가득 채워주고, 세계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연고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건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롯데 구단은 팬들의 생각을 읽고, 그들의 진정한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