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No.1 투수’ 없는 올스타 투표, 이건 뭐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5. 31.

2012년의 올스타전은 오는 7 21()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 여름에 축제로 기억될 ‘2012 팔도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선발 출장할베스트10 인기투표가 지난 29일부터 시작됐다. 투표는 78일까지 인터넷과 모바일 및 오프라인을 통해 실시된다.

 

이번 투표를 통해 Eastern League(동군 : SK, 두산, 롯데, 삼성) Western League(서군 : 한화, KIA, 넥센, LG)로 나뉜 각 포지션별 10(투수, 야수 8, 지명타자)의 선수들이 양 팀의베스트 10’으로 선발되어, 올스타전 주전 멤버로 출장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각 구단 별로 10명씩 추천한 선수들이 그 후보가 되며, 팬들은 그 선수들 가운데 포지션 별로 한 명씩의 선수를 고를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보라는 것이 문제다. 팬들은 각 구단에서 후보로 올려준 선수들에게만 표를 던질 수 있다. 게다가 이 후보추천은 투표가 시작되기 1~2주 전에 각 팀이 KBO에 통보한 것이며, 이후 변경이 불가능하다. 아무리 뽑고 싶은 선수가 있다 해도, 그 선수가 후보로 등록되어 있지 않다면 투표를 할 수 없다.

 

그나마 야수들의 경우는 좀 낫다. 각 팀의 주전급 멤버들이 각 포지션마다 모두 한 명씩은 후보로 올라가 있기 때문에 억울하게 후보에 누락되는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 올해는 한화의 김경언(.301) 대신 이여상(.220)이 후보로 올라 있다는 점, 그리고 LG 최동수(.321)가 포지션 문제 때문에 후보에서 누락됐다는 점 등을 제외하면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투수는 다르다. 각 구단은 다른 포지션과 마찬가지로 투수들 중에서도 단 한 명만 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데, 애당초 선수단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 중 단 한 명만 후보로 추천한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게다가 후보를 정하는 기준도 각 구단과 감독의 성향에 따라 인기를 기준으로 한 팀과 당장의 성적을 기준으로 한 팀이 나뉜다.

 

올 시즌 올스타 후보가 된 각 팀의 투수들은 동군의 윤성환(삼성), 박희수(SK), 송승준(롯데), 이용찬(두산), 서군의 윤석민(KIA), 봉중근(LG), 류현진(한화), 나이트(넥센)까지 이렇게 모두 8명이다. 팬들은 이들 중에서만 리그 별로 한 명씩, 2명의 선수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KIA와 한화의 경우는 윤석민과 류현진 외의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다. 성적으로 보나 인기로 보나 최상의 선택이다. SK는 이름값을 전혀 배제한 채 현재 성적이 가장 좋은 박희수를, 넥센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 없이 팀 내에서 가장 공헌도가 높은 나이트를 후보로 올렸다. 이 역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나머지 4명의 후보군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삼성의 경우 윤성환(3 3패 평균자책 3.42)도 좋지만, 현재 팀 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투수는 외국인 투수인 탈보트(5 1 3.40). 롯데의 경우 후보로 올라 있는 송승준(4 4 4.76)의 시즌 성적은 이용훈(5 1 3.16)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두산에서 현재 가장 활약상이 좋은 선발은 이용찬(44 2.55)이지만, 현재 리그 최고의 구원투수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프록터(14세이브 0.96)가 후보에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LG는 팀 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봉중근(8세이브 1.74)을 후보로 내세웠는데, 그 때문에 현재 다승 1, 평균자책점 2위에 올라 있는 주키치(6승 무패 2.42)를 애써 외면해야만 했다. 주키치는 지금 시점까지만 놓고 보면 두 말 할 것 없는 리그 최고의 투수다. 리그 No.1 투수를 배제한 상황에서 올스타전 선발투수를 뽑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한, 각 팀의 후보 선정 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외국인 선수 차별이라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예 후보라는 것을 정하지 않았더라면, 또는 그 후보를 각 팀 당 1명이 아닌 3명 정도로 늘렸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문제다. 그런데 굳이 후보를 1명씩만 정하고, 그 후보를 선정하는 기준도 구단별로 천차만별이니 이러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매년 올스타 투표의 기준이 올해의 성적이 되야 하는가, 아니면 인기가 우선인가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현재 동군 투수들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선수는 4명의 후보들 가운데 가장 성적이 처지는 송승준이다. 이대로 송승준이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뽑힌다면, 다른 팀 팬들의 반발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부터 이용훈이 후보였다면 논란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물론 주키치나 탈보트, 프록터, 밴헤켄 같은 선수들은 아마도 결국에는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출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팬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후보자 명단에 오른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기에, 실력 외적인 요소로 선택의 기회조차 박탈당한 그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후보군이 형성되어야, 뽑힌 자들도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올스타 투표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특별히 구단으로부터 후보를 추천 받거나 하는 일이 없다. 각 팀의 주전 선수들이 1차적인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투표 기간 중에라도 주전이 바뀌는 경우는 후보도 바뀐다.

 

뿐만 아니라 선수 이름을 검색하는 기능이 첨가되어 있어, 혹시라도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당장 이름이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그 선수를 직접 찾아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올스타 투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올스타 베스트10’ 투표가인기투표라고는 해도, 투표를 하는 팬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선수들의 실력과 올 시즌 성적을 가장 먼저 고려하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당장 올스타전 선발투수로 뽑혀도 손색이 없을 만한 선수의 이름이 후보 명단에 누락되어 있고, 그에게 표를 던질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과거 야구장에서의 현장투표가 올스타 투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투표의 편의성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방식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투표가 주가 된 지금에 와서까지 굳이 후보군을 따로 선정하여 고정시킬 필요가 있을까.

 

좀 더 즐거운 올스타전을 위해서, 그리고 올스타 투표를 하는 기간에도 팬들이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 KBO의 좀 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소해 보이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쓸 때, 팬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두 배가 된다. 외국의 좋은 시스템이 있다면, 배워서 도입하는 것이발전의 지름길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