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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박희수의 팔꿈치와 혹사 논란, 누구의 책임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6. 22.

SK 와이번스가 시즌 개막 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그 동안 팀의 승리를 지켜왔던 박희수(29)와 정우람(27), 두 명의 필승계투조가 나란히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직은 가벼운 증세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과연 그렇게 쉽게 넘어갈 문제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봄 직하다. 이들의 부상이 혹사로 인한 결과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SK는 시즌 개막 당시부터 선발진의 줄 부상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김광현과 송은범이 시즌 초반부터 개점휴업 상태였으며, 기대 속에 영입한 외국인 투수 로페즈마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오랜 기간 2군에 머물렀다. 제대로 가동되는 선발투수는 윤희상과 마리오 뿐, 결국 나머지 부담은 고스란히 불펜이 떠안아야 했다.

 

그런데도 SK는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독주라고 할 순 없지만, 현재까지 그들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팀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불펜투수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희수가 있었다.

 

박희수는 현재 8개 구단에서 뛰고 있는 모든 구원투수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맹활약을 펼쳐왔다. 31경기에 등판해 3 5세이브 18홀드를 기록, 홀드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 있다. 4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허용한 점수는 단 3, 시즌 평균자책점이 0.67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정우람이 부진한 틈을 타 마무리 투수의 역할도 제대로 해내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블론 세이브나 패전을 기록하지 않았다.

 

포지션에 상관 없이 선수의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여 그 가치를 비교할 수 있는 카스포인트(Cass Point)를 보면 박희수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까지 박희수는 1,753점의 카스포인트를 획득, 주키치(1,417)와 니퍼트(1,338) 등 쟁쟁한 선발투수들을 큰 차이로 따돌리고 압도적인 투수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구원투수 중에 최고가 아니라, 올 시즌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가운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런 박희수가 전열에서 이탈했다. 게다가 그 원인으로는 혹사가 지적되고 있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팔꿈치라는 점이 더더욱 불안하다. 덕분에 SK가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 이만수 감독의 용병술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식 야구를 하겠다던 이만수 감독이기에 선수 혹사 논란에 휘말린 이 상황이 더욱 충격적이다.

 

투수의 어깨는 소모품이다

 

박희수의 혹사 문제는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박희수는 지난해 김성근 전 감독이 퇴진하고 난 후 이만수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중용되기 시작한 케이스다. 박희수는 지난해 39경기에 등판해 67이닝을 소화했는데, 그 중 후반기에만 29경기에서 49이닝을 던졌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넥센 이보근(43이닝)과 한화 박정진(37이닝)을 제치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불펜투수였다.

 

그리고 올해는 전반기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31경기에 등판해 40이닝을 소화했다. 이대로 탈이 나지 않고 그대로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뛰었다면, 최근 1년간 투구이닝이 100이닝을 넘었을 가능성이 매우 컸다. 구원투수가 70경기 이상을 뛰면서 100이닝을 던진다는 것은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다.

 

같은 팀의 정우람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우람은 2010년에 75경기에서 102이닝, 작년에는 68경기에서 94이닝을 던졌다. 2년 동안 정우람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구원투수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여파로 올해 5월부터 이상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부상 증세를 자각하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만약 정우람의 증상이 혹사로 인한 데드암증세라면, 1~2년 안에 예전과 같은 구위를 회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임창용과 배영수의 경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정우람의 혹사에 대한 책임은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에게 있지만, 박희수는 전적으로 이만수 현임 감독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게다가 박희수는 83년생으로 나이만 많을 뿐, 개막부터 풀타임으로 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게다가 팀의 필요에 따라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전천후로 기용된다는 것은 결과와 관계 없이 많은 피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자기 몸은 자기가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이 흔히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틀렸다. 사람은 자신의 몸 상태를 명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와 병원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심근경색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일은 일어나지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운동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그 어떤 종목의 선수도 스스로의 몸 상태를 자신이 진단할 수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몸에 대한 판단은 트레이너나 담당 의사가 내려야 하고, 그에 대한 관리는 감독이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스포츠계, 특히 프로야구에서는 트레이너의 가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 팀 내에서 트레이너의 발언권은 거의 없으며, 감독이 트레이너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프로야구 선수, 특히 투수의 경우 당장의 성적이 좋으면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드레날린 분비의 효과다. 하지만 계속되는 등판에 의한 후유증은 몸에 쌓이기 마련이고, 그렇게 누적된 피로는 어느 한 순간에 폭발하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겉으로 드러날 때쯤이 되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선수가 필요 이상으로 무리하지 않도록 항상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신경을 써야 한다. 선수가 괜찮다고 말한다고 하여 그를 계속 마운드에 올린다면, 그 사람은 이미 감독의 자격이 없다. 아무리 선수가 괜찮다고 말하고,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팀의 승패가 달려있다 해도, 그 승리를 포기하고 선수를 지키는 것이 감독의 올바른 역할이 아닐까?

 

박희수의 경우는 정우람과 달리 아직 몸에 확실히 무리가 갔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패턴의 기용이 계속된다면 그의 어깨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 팀의 보물이 될 수도 있던 선수의 부상이라 SK 팬들 역시 이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으며, 그건 그 동안 박희수의 피칭에 감탄한 다른 구단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카스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올 시즌 최고 투수의 이탈. 그로 인해 SK가 위기를 맞았지만, 그보다 박희수의 몸 상태가 더 신경 쓰인다. 이대로 SK1위 자리에서 물러나 하위권으로 추락하는 일이 있더라도, 박희수의 팔꿈치만큼은 크게 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 앞의 팀 성적보다는 선수가 중요하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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