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8개 구단은 16명의 외국인 선수 엔트리를 모두 투수로만 채웠다.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으며, 그만큼 좋은 투수 한 명의 가치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 결과 각 팀의 투수진에서 외국인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지게 됐는데, 그들의 활약에 따라 투수진의 레벨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럼 과연 어느 팀이 외국인 투수를 가장 잘 뽑았고, 또한 잘 써먹고 있을까? 각 팀의 외국인 투수 2명의 성적을 합해 팀 별 순위를 매겨보면, 그 순위가 현재 성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직이 다른 경우는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두 외국인 투수의 카스포인트(CassPoint)를 합산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각 팀의 순위와 ‘외국인 투수 학점’을 함께 매겨봤다.
1. 두산(A+) : 니퍼트(1,208점) + 프록터(1,043점) = 2,251점
두 외국인 투수의 성적이 가장 좋은 팀은 역시 두산이다. 니퍼트(7승 4패 평균자책 2.88)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선발투수 중 하나다. 다승 2위, 평균자책점 7위에 올라 있으며, 현재까지 12번 선발 등판해 84⅓이닝(1위)을 소화, 리그에서 유일하게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이닝이터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16세이브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는 프록터 역시 1점대 평균자책점(1.54)을 기록하며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얼마 전 롯데를 상대로 의외의 일격을 당하며 완벽했던 경력에 오점(1블론 1패)이 생기긴 했지만, 그것을 문제 삼기엔 지금까지 프록터가 보여준 것이 너무 많았다. 올 시즌 현재 1,000포인트 이상의 카스포인트를 기록한 투수는 모두 7명, 그 중 5명이 외국인 투수다. 그리고 두산만이 유일하게 두 선수가 모두 그 대열에 합류해 있다. 니퍼트는 투수 부문 3위, 프록터는 5위에 각각 랭크되어 있다.
2. 넥센(A) : 나이트(,1017점) + 밴헤켄(975점) = 1,992점
올 시즌 넥센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도 두 외국인 투수가 원-투 펀치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2009년의 KIA를 보는 듯하다. 한국에서 4년째를 맞은 나이트(6승 1패 2.40)는 뒤늦게 ‘도’를 깨달은 모습이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0번의 퀄리스타트를 기록 중이며, 현재 다승 3위, 평균자책 2위에 올라 있다. 승 운이 조금 따르지 않았을 뿐, 좌완 밴헤켄(5승 1패 2.69)의 피칭도 아주 훌륭하다. 11번의 등판에서 기록한 9번의 퀄리티스타트는 리그 3위,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 6위에 올라 있다. 두 선수는 카스포인트 투수랭킹에서도 나란히 7위와 8위를 기록 중이다.
3. LG(B+) : 주키치(1,437점) + 리즈(327점) = 1,764점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라는 놀라운 성적의 주인공인 주키치는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 할 수 있다. 아니 국내 선수까지 모두 합치더라도 올해 최고의 선발투수는 현재까지 분명 주키치다. 다승과 평균자책점, 승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12경기에서 11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해 이 또한 1위다. 시즌 초반 팀의 마무리로 각종 방화의 주범이 되었던 리즈도 선발로 보직을 바꾼 이후로는 아주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6번의 선발 등판에서 2.8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주키치와 원-투 펀치를 제대로 형성하고 있다. 리즈가 시즌 초반부터 선발로 뛰었다면, 어쩌면 LG의 시즌 순위가 1위였을 지도 모른다. 리즈는 아직 순위를 매기기 민망한 수준이지만, 주키치는 박희수(1,627점)에 이어 카스포인트 투수 부문 2위에 랭크되어 있다.
4. 삼성(B) : 탈보트(775점) + 고든(640점) = 1,415점
삼성도 두 외국인 투수가 나름 잘해주고 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탈보트(6승 1패 3.75)와 고든(4승 3패 3.63) 정도면 정말 준수한 선발요원이다. 특히 삼성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풍부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기에 굳이 선발이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할 이유도 없다. 둘 다 경기당 평균투구이닝이 6이닝이 채 되지 않지만, 이 팀에선 그걸로 충분하다. 주키치나 니퍼트처럼 팀 투수진의 레벨을 바꿔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삼성처럼 투수진의 수준이 높은 팀에서 거기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들은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카스포인트 랭킹에서 탈보트는 투수 부문 18위, 고든은 21위다.
5. 롯데(B) : 유먼(1,020점) + 사도스키(307점) = 1,327점
사도스키(3승 2패 4.76)가 작년만큼만 해줬다면 롯데의 순위가 이보다는 훨씬 높았을 것이다. 유먼(4승 2패 2.69)은 지금까지 롯데가 뽑은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2위를 다툴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타선이 도와주지 않거나 구원투수의 방화 등으로 인해 승수는 많지 않지만, 리그에서 가장 낮은 피안타율(.210)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투구내용은 아주 훌륭하다. 주키치-니퍼트-나이트와 더불어 1,000점 이상의 카스포인트를 기록 중인 4명의 외국인 선발투수 중 한 명(투수 부문 6위)이며, 평균자책점 4위, 탈삼진(52개) 2위에 올라 있다. 사도스키 역시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챙기는 등, 점점 되살아나고 있어 LG와 마찬가지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콤비다.
6. SK(C) : 마리오(440점) + 로페즈(370점) + 부시(0점) = 810점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팀이다. 마리오(3승 1패 3.57)는 좋은 피칭을 하고 있지만, 팀 타선이 도와주지 않고 있다. 실제 퀄리티스타트 회수도 6번(12경기)에 그쳐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건강하기만 했다면 좋은 피칭을 보여줄 수 있었던 로페즈(3승 2패 3.86)는 끝내 퇴출되고 말았다.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경력이 있는 데이브 부시를 영입했지만, 아직 실전에선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수 사정이 이런데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데에서 SK의 진짜 무서움을 느낄 수 있다. 외국인 투수 성적과 팀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팀은 두산과 SK 뿐이다.
7. KIA(D-) : 앤서니(292점) + 소사(-175점) + 라미레즈(186점) = 303점
그나마 앤서니(5승 6패 4.80)가 최근 들어 제 몫을 해주고 있기에 D- 등급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 라미레즈가 아닌 앤서니를 남긴 선동열 감독의 안목은 인정해줘야 할 듯. 하지만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자랑했던 라미레즈는 별로 보여준 것도 없이 한국을 떠났고, 그 대체 선수로 들어온 소사(3패 7.29) 역시 4경기 만에 팬들로 하여금 ‘맙소사’를 외치게 만들고 있다. 직구-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라도 제구력만 좋으면 한국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 문제는 소사는 제구력 자체가 엉망인 투수다. KIA의 경우 양현종이 선발진에 정착하게 되면, 외국인 타자의 영입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8. 한화(F) : 바티스타(395점) + 배스(-198점) + 션헨(-53점) = 144점
말 그대로 ‘낙제’ 수준이다. 21이닝 동안 무려 30개의 4사구를 남발한 바티스타도 낙제, 그런 바티스타를 계속해서 중요한 순간마다 내세웠던 한대화 감독의 용병술도 낙제다. 2경기 만에 짐을 쌌던 배스는 따로 언급할 가치도 없고, 대체 선수 션 헨도 최근 경기에서 난타(⅓이닝 5피안타 1피홈런 5실점)당하며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팀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출처 : 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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