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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30홈런-100타점’ 박병호의 MVP 가능성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9. 22.

넥센 히어로즈의 박병호(26)가 마침내 30홈런-100타점이란 상징적인 기록을 세웠다. 20일까지 29홈런 97타점으로 홈런-타점 선두를 달리던 박병호는 21일 경기에서 1홈런 3타점을 추가하면서 30홈런과 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했다. 명실공히 올 시즌 최고의 강타자임을 입증한 것이다.

 

30홈런과 100타점은 아주 상징적인 기록이다. 특히 올 시즌은 박병호 본인을 제외하면 다른 타자가 30홈런이나 100타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인 상황이라 더욱 그 가치가 빛난다. 박병호는 홈런 2위 최정(SK) 6개 차, 타점 2위 박석민(88)과의 격차를 12개로 벌이며 사실상 홈런-타점왕 타이틀을 확정지었다. 최정이나 박석민이 모두 30홈런이나 100타점에 실패한다면, 박병호의 올 시즌 기록은 더욱 빛날 전망이다.

 

그렇다면 박병호의 시즌 MVP 등극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박병호는 현재 카스포인트 랭킹에서 3,220점을 얻어 투수 1위 오승환(2,842)과 타자 2위 박석민(2,830)을 비교적 큰 차이로 따돌리고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만하면 개인기록만 놓고 봤을 때 시즌 MVP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타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개막 이후 줄곧 타율 선두를 지키고 있는 김태균(2,625-종합 9)이다. 타율(.374)과 최다안타(145), 그리고 출루율(.476)까지 총 3개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공식 타이틀은 아니지만 그 어떤 기록보다 비중이 높은 OPS(1.030)에서도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중심타자로서 가장 중요한 홈런(16)과 타점(77)이 적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홈런 3(23), 타점 2(88)에 올라 있는 박석민도 무시할 수 없는 다크호스다. 박석민은 타율(.311-3)에서 박병호(.292)에 앞서 있으며, 박병호와 동일한 OPS(.966)를 기록하고 있다. 정규시즌 1위 팀의 중심타자라는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 그러나 단 하나의 타이틀도 획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이상, 남은 12경기에서 7홈런 12타점을 추가해 30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하지 못한다면 박병호의 앞을 가로막힌 힘들어 보인다.

 

투수들 중에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팀 동료인 브랜든 나이트(카스포인트 2,782)와 삼성의 철벽 마무리 오승환, 그리고 SK의 최고 셋업맨 박희수(2,775)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이들은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투수 부문 1~3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홀드 부문 타이틀 수상이 유력하다고 해도 박희수의 경우는 중간계투라는 점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중간과 허리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하며 7 1 6세이브 29홀드 평균자책점 1.32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지만, 아무래도 그 동안의 경향을 토대로 살펴보면 박희수에게 표를 던질 기자단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 자신의 성적이 걸림돌이다. 오승환은 지난해 역대 최다 세이브 타이 기록인 47세이브와 0점대 평균자책점(0.63)을 기록하고도 MVP 수상에 실패했다. 올 시즌은 현재까지 2.17의 평균자책점으로 33세이브를 기록 중인데, 지난해의 활약이 너무 뛰어났던 만큼 올해 정도의 성적으로는 MVP 레이스에 도전장을 내밀기에 다소 부족함해 보인다.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합쳐서 박병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다승(15)과 평균자책점(2.27)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동료 나이트다. 나이트는 두말이 필요 없는 올 시즌 최고의 에이스다. 28번 선발 등판해서 25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을 정도로 안정적인 피칭을 자랑했고, 꾸준한 피칭으로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팀 공헌도나 타이틀의 가치를 살펴봐도 나이트가 박병호에 비해 밀릴 이유가 없다.

 

그래도 박병호와 나이트, 둘을 직접적으로 비교한다면 박병호 쪽으로 좀 더 기울 확률이 높다. 같은 값이면 투수보다는 타자 쪽에 표를 던지는 것이 그간의 MVP 투표에서 나타났던 특징이었기 때문. 지난해엔 홈런-타점왕인 최형우가 윤석민에게 밀리고 말았지만, 그건 윤석민이 역대 3번째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 달성이라는 특별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였다.

 

오히려 박병호의 수상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그건 나이트가 같은 팀이라는 점이다. 같은 팀 소속의 선수가 MVP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가 표가 갈리는 바람에 다른 선수가 득을 본 경우가 과거에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볼 선수는 김태균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박병호와 같은 3관왕이라는 점이 플러스 요인이고, 만약 현재 1개 차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는 최다안타 타이틀을 수성하고, 박병호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장타율 부문에서 역전에 성공할 경우, 4관왕을 차지한 김태균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다.

 

올해처럼 MVP를 예상하기 어려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4위 팀 선수들 가운데 개인성적이 돋보이는 선수가 없다는 점 때문에 더욱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삼성의 박석민은 시즌 막판 박병호와의 타점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버렸고, 롯데의 유먼도 갑자기 흔들리며 나이트와의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고 말았다.

 

덕분에 역대 3번째로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시즌 MVP가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병호-나이트-김태균의 3파전 양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누가 주인공이 되더라도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다. 1루수인 박병호와 김태균은 1983년의 이만수처럼 홈런-타점왕을 동시에 거머쥔 포수라는 상징성도 없고, 나이트 역시 2005년의 손민한처럼 다른 투수들을 압도하는 기록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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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인다면, 필자는 올 시즌 MVP로 가장 적합한 선수는 SK의 박희수라고 생각한다. 박희수만큼 팀의 승리를 많이 지켜내고, 또 승리를 얻어낸 선수가 또 누가 있는가? 팀이 필요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선수, 그가 바로 박희수다. 각종 기록이나 데이터로 드러난 숫자놀음이 아니라, 실제 경기를 통해 지켜본 팬들이라면, 필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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