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장원준-강민호 콤비의 부활 vs 수비에서 자멸한 한화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1.

개막전에서 패배한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 간의 두 번째 경기가 펼쳐진 3 31. 올 시즌 바뀐 규정에 따라 월요일에 치러진 이 경기 역시 초반 분위기는 한화가 이끌고 갔다.

 

5회까지는 롯데가 그대로 개막 2연패를 당하는 줄 알았다. 롯데 출신의 한화 선발 송창현은 볼넷을 남발하면서도 꾸역꾸역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있었고, 롯데 타자들은 찬스 때마다 번번히 삼진으로 물러났다. 각각 1 2사 만루와 5 2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와 최준석의 방망이는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마운드에서는 3년 만에 1군 무대에 나선 장원준이 명성에 어울리는 피칭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개막전에서도 2득점에 그쳤던 타선은 도무지 겨울잠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만약 이 경기를 그대로 패했다면, 롯데의 시즌 초반 행보는 뒤죽박죽으로 꼬였을 지도 모른다.

 

0-2로 뒤져 있던 그러나 6회 말, 기적과 같은 반전이 시작됐다. 선두타자 박종윤에게 안타를 내준 송창현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신인 최영환이 올라왔다. 그리고 같은 날 오전 브라이언 윌슨이 류현진의 승리를 날린 것처럼, 2구만에 강민호에게 동점 투런을 맞고 송창현의 승리를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강민호의 한방이 다른 롯데 타자들을 자극했던 것일까? 5회까지 2안타에 그쳤던 타선이 6회에만 6안타 1볼넷을 집중시키며 무려 6점을 뽑아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한화 유격수 송광민의 실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화를 완전히 침몰시킨 것은 김문호였다. 김문호는 7 1사 후 타석에 들어서서 무려 14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상대 투수와 벤치의 기를 꺾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집중력이었다. 김문호의 출루 이후 롯데는 문규현-이승화-정훈-손아섭의 4연속 안타가 나오며 4점을 더 보탰다. 8회 말 강민호의 2호 홈런은 보너스.

 

결국 끝나고 보니 홈런 두 개 포함 13안타로 11점을 뽑은 롯데의 11-2 대승이었다. 장원준은 6.2이닝 2실점 호투로 913일만의 승리를 거뒀고, 그 뒤에는 입단 동기이자 절친인 강민호(2홈런 3타점)의 맹활약이 있었다. 오랜만에 1군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둘의 궁합은 최고였다.

 

반대로 한화는 2연승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분위기가 꺾이고 말았다. 접전 끝에 당한 한두 점 차 역전패라면 충격이 그리 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5회까지 이기고 있던 경기가 무려 9점 차로 뒤집힌 상황이다. 허약한 불펜진과 부실한 수비라는 자신들의 약점을 모두 드러낸 채 당한 어이 없는 역전패였다.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v/v9db7lrBVJnldttBgtWrNdj

 

이날 한화의 기록된 실책은 두 개였고, 모두 유격수 송광민이 저지른 것이었다. 4회의 실책은 송창현이 수습해줬지만, 6회의 실책은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롯데 쪽으로 넘겨주는 결정적인 것이었다. 송광민이 서둘지 않고 타구를 잘 처리해 타자주자 정훈을 잡았다면, 이후의 경기 양상은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는 전날 펼쳐진 개막전 경기의 한 장면과 완벽한 대조를 이뤘다. 개막전에서 한화가 롯데를 꺾고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던 건 투수진의 호투 덕분이었는데, 거기에는 수비수들의 도움도 컸다. 특히 정근우가 보여준 견고한 수비는 왜 그가 ‘70억의 사나이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1회 말 2사 후 롯데 3번 타자 손아섭의 타구가 2-유 간으로 향했다. 워낙 깊숙한 타구라 2루수가 처리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설령 잡아낸다 하더라도 1루로 송구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았다. 하지만 정근우는 그 타구를 잡아낸 후 역동작으로 점프한 채 1루로 송구, 발 빠른 손아섭을 잡아냈다.

 

(동영상 링크) http://tvpot.daum.net/v/vd07fYfYp4YZXMMp45M53XM

 

단 한 번의 수비였지만, 마치 그날 경기의 결과를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 정도. 지난해 숱한 실책으로 자멸했던 한화의 이미지가 대번에 지워지는 순간이었다. 수비에서 보여준 정근우의 활약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7회 말 2 3루 상황에서 이승화의 땅볼 타구를 침착하게 처리해 이닝을 끝낸 것도, 9회 말 선두타자 박종윤의 어려운 바운드 타구를 능숙하게 잡아내 아웃을 잡아낸 것도 정근우였다.

 

정근우가 1회 손아섭을 아웃시킨 플레이는 해당 경기에서 가장 돋보였던 수비로 인정받아 ‘ADT캡스 플레이로 선정되었다.

 

야구뿐 아니라 축구나 농구도 똑같다.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눈부신 공격력이지만, 정작 팀을 승리로 이끄는 건 수비. 프로스포츠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규정을 통해 공격 장려책을 사용할 뿐, 결국 정상의 자리에 서는 건 언제나 수비가 더 좋은 팀이었다.(야구의 경우 투수의 피칭도 넓은 의미에서 수비에 포함된다는 걸 기억하자.)

 

개막전에서는 정근우를 중심으로 한 야수들이 투수들을 도와 롯데의 추격을 물리쳤던 한화지만, 2차전에서는 야수들이 투수를 도와주지 못해 이후의 경기가 완전히 꼬이고 말았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지만, 팀의 승리를 지켜주는 건 야수들의 헌신적인 수비다. 한화가 올 시즌 좀 더 나은 팀이 되려면, 바로 이 수비에 있어서 좀 더 철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