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개막한지 열흘이 지났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타자의 가세로 인한 공격야구’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시즌 초반 각 팀의 득점 페이스는 지난해와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까지 총 31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9개 구단 전체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5.34점이다. 이는 지난 시즌 평균인 4.65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된 원인은 홈런의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31경기에서 기록된 홈런은 60개, 거의 매 경기 2개씩의 홈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작년 평균인 1.39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상대적으로 고생하고 있는 건 투수들이다. 리그 전체의 평균자책점이 4.70으로 지난해 4.32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득점의 증가폭은 0.69점인데, 평균자책점의 증가폭은 그 절반 수준인 0.38점에 불과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야수들의 실책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투수들의 실점 중 비자책으로 기록되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올해 정규시즌 31경기에서 나온 실책은 50개, 경기당 1.61개다. 작년에는 1.27개였음을 감안하면 야수들의 실수가 꽤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수비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팀 성적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롯데는 현재 팀 평균자책점 3.80으로 NC(3.33)-KIA(3.68)에 이어 이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실점(3.80)은 NC(4.00)-KIA(4.50)보다 적은 수치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가 5경기에서 내준 19점은 모두 자책점이었던 반면, NC와 KIA의 실점에는 각각 4점과 7점의 비자책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금까지의 5경기에서 실책이 2개밖에 없었다. 적은 경기수를 감안하더라도 9개 구단 중 최소 기록이다. 게다가 그 중 하나는 투수 장원준이 범한 것으로, 롯데 야수들의 실책은 딱 하나뿐이었다. 바로 한화와의 시즌 개막전 1회 초 한화 펠릭스 피에의 타구를 잡지 못한 1루수 박종윤의 에러가 그것이다.
(박종윤 실책 동영상) http://tvpot.daum.net/v/v3d740GvmRmZxCC0cxCGJxF
하지만 위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박종윤의 실책은 기록원조차 고민을 해야 했을 정도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내야안타로 기록되었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어쨌든 롯데 야수진은 이후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다. 수비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흔들리던 유먼이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을 것이다.
또한, 리그 최고의 수비형 1루수인 박종윤은 4월 5일 삼성전에서 개막전에서의 실책을 만회하고도 남는 멋진 호수비를 보여주며 그 경기의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종윤 ADT캡스플레이) http://tvpot.daum.net/v/v3e31bWbuObb2gg2rvAvvXW
롯데가 지난해 98개로 9개 구단 중 최다 실책 팀의 불명예를 뒤집어쓴 팀이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정말 괄목할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전지훈련부터 시작된 치열한 포지션 다툼의 결과가 아닐까. 만약 롯데가 지금과 같은 안정된 수비력을 시즌 내내 보여줄 수 있다면, 2년만의 가을잔치 복귀는 문제 없을 것이다.
롯데와 반대로 수비에 우는 팀도 있다. 비운의 주인공은 바로 또 다시 최하위로 떨어진 한화 이글스다. 한화는 7경기에서 무려 12개의 실책을 범해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두 자리 숫자를 기록 중이다. 더 큰 문제는 그 중 7개가 유격수 송광민 한 명이 저지른 실수라는 점이다. 참고로 나머지 8개 구단 중에 송광민 개인보다 실책이 많은 팀은 두산과 SK(이상 8개)뿐이다.
특히 한화는 SK와의 지난 주말 3연전에서 무려 9개의 실책을 남발했는데, 그 중 5개가 송광민의 몫이었다. 현재 송광민은 아예 수비에서의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 6일 경기에서 두 번의 실책을 범하는 장면은 지금 송광민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송광민 1회 실책) http://tvpot.daum.net/v/v9febQxQ2ya9NHH9xyyf9If
(송광민 3회 실책) http://tvpot.daum.net/v/v5a253lDltk3hUUeo39hh9k
지난 시즌의 한화는 이렇게 실책이 많은 팀이 아니었다. 2013시즌 한화의 팀 실책은 74개로 두산(61개)과 KIA(71개)에 이어 3번째로 적었다. 그런데 올해는 가장 많은 범실을 저지르고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투수진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잖아도 투수력이 약한 한화로서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송광민을 3루에서 유격수로 옮기고 김회성을 3루수로 기용하고 있는데, 이대로 가다간 송광민의 멘탈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한편, 한화 다음으로 실책이 많은 두산과 SK의 성적이 극과 극이란 점은 재미있다. 두산의 경기당 평균실점(6.75점)은 한화(7.29점) 다음으로 많고, 그것이 원인이 되어 현재 8위에 랭크되어 있다. 한화와 마찬가지로 야수들의 실책이 투수진의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막강 수비력으로 유명한 SK는 그들답지 않게 많은 실책을 범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7.63득점을 기록하는 막강 화력으로 이를 상쇄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된 멋진 수비가 벌써 3번이나 나오는 등 실책을 덮고도 남을 호수비도 여러 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한화-두산과는 차이가 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