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출신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투수를 기용하는 방법도 메이저리그식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지금까지 9경기를 치르는 동안 27명의 투수를 내보냈다. 경기당 평균 3명에 불과하다. 투수 운영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선발-중간-마무리로 매 시합을 끝낸 것이다.
투수 교체가 잦기로 유명한 SK의 김성근 감독이 경기당 5.1명, 우리 히어로즈의 이광환 감독이 4.8명, 삼성의 선동렬 감독이 4.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차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아직까지 한 경기에 5명의 투수를 내보낸 적이 없다.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롯데의 투수진이 특별히 호투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아니다. 8일까지 롯데의 팀방어율은 3.42로 4위(1위는 2.85의 SK). 롯데가 1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은 투수력보다는 이대호와 가르시아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타격 때문이었다.
지금까지의 경기를 잘 들여다보면 투수 운용에 있어서 로이스터만의 법칙이 몇 가지 엿보인다. 그리고 그 법칙들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당연시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1) 선발 투수는 5회까지 던지게 한다
지난달 30일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롯데의 선발 투수는 외국인 선수인 매클레리였다. 매클래리는 3회와 4회에 2점씩을 허용하는 등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로이스터 감독은 매클레리를 5회까지 던지게 했다. 결과적으로 3점 홈런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매클레리는 스스로 5회를 마무리했다.
지금까지 롯데의 선발 투수 가운데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선수는 한 명도 없을 정도. 홈런을 허용하더라도 한계 투구수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그 이닝까지는 스스로 마무리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이 선발투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5일 경기에서 매클레리는 2회와 3회에 3실점하며 또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그를 믿고 교체하지 않았다. 결국 매클레리는 4회부터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7이닝을 채우고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비록 그 경기는 최동수의 연장 끝내기 홈런으로 롯데가 패했지만, 2선발 매클레리가 살아났다는 점에서 손해만 본 시합은 아니었다.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
2) 원 포인트 릴리프는 웬만하면 기용하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시합에서 로이스터가 한 명의 타자를 잡기 위한 스페셜리스트를 기용한 것은 단 한 번뿐이다. 4일 LG 전에서 손민한이 마운드에서 내려간 뒤 좌타자 박용택의 차례가 되자 좌완 투수인 강영식을 투입해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그 외에는 구원 투수를 원 포인트 릴리프로 기용한 적이 없다. 김성근 감독은 좌완인 정우람과 가득염을 왼손 타자 상대 전문요원으로 기용하고 있고 다른 감독들도 그와 비슷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롯데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해당 이닝을 마무리 짓는 것을 투수 운용의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덕에 롯데는 비교적 적은 투수로 한 시합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롯데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강영식과 임경완도 각각 4경기씩에 투입되었을 뿐이다. SK의 정우람과 윤길현은 7경기씩, 가득염은 6경기에 등판했다.
3) 메이저리그식 운영의 결과는?
위의 두 가지는 전형적인 메이저리그식 투수 운영 방식이다. 물론 감독의 성향과 경기의 중요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이러한 투수 운용은 두 가지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첫째, 경기 시간이 단축된다. 경기당 2명의 투수를 덜 기용한다는 것은 10분 이상 경기시간이 단축된다는 뜻이다. 자연스레 경기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시합이 길어지는 것을 경계해왔던 많은 팬들은 이 같은 변화를 환영하게 될 것이다.
둘째, 체력 안배에 유리하다. 한 타자만 잡고 내려온다 하더라도 몸을 풀기 위한 연습투구와 경기의 긴장감을 생각한다면 그 피로감은 무시할 수 없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 프로야구에서 승부는 여름에 갈리기 마련, 롯데처럼 투수들의 등판 경기수가 적게 유지가 된다면 여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메이저리그는 눈앞의 한 경기가 아니라 6개월 동안 펼쳐질 전체 페넌트레이스를 보고 경기를 조율한다. 오늘 당장의 시합에서 지더라도 그 다음의 경기에 악영향을 초래할 만큼 무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7승 2패의 고공비행으로 ‘구도’ 부산의 야구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어쩌면 그는 벌써부터 7~8월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수진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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