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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올림픽이 군면제를 위한 수단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14.
 

또다시 국민과 야구팬들이 우롱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늘 낮에 있었던 북경 올림픽 야구 대표 팀 선발 이야기다.


대표명단(링크)


대체 국가대표를 뽑는 기준은 무엇일까? ‘실력과 경험’이 최우선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첫 번째 조건이 ‘아직까지 군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선수’인 것은 아닐까? 이것이 단순한 기우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 리그의 최고 타자인 김태균이 선발에서 제외되었다. 물론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김경문 감독이 내세운 이유가 나름대로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 경기 경험이나 그 동안의 공헌도를 생각했을 때 이승엽이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이상 그와 좋은 파트너를 이뤄왔던 3루 터주대감 김동주까지 감안하면 1-3루 자원에서 한 명만을 추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마당에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고, 1-2차 예선에서 모두 대표팀에서 헌신한 이대호의 선발했다는 김경문 감독의 말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물론 100% 납득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렇다면 송승준은 뭔가? 일본 리그 2군에 있는 이승엽과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이대호를 뽑은 이유가 위와 같았다면, 그와 완전히 동일한 이유로 손민한을 뽑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은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그 동안의 공헌도를 무시하고 송승준을 뽑았다면 최근 타격감이 절정에 달했다는 이유로 이대호 대신 김태균을 뽑는 것은 뭐가 이상한가?


두 그룹의 결정적인 차이는 다름아닌 군문제다. 김태균과 손민한은 이미 군문제가 해결된 선수. 송승준과 이대호는 이번 기회를 통해 군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양자의 운명을 갈랐다. 이것 이외에 김태균과 손민한이 탈락한 이유로 김경문 감독이 그 어떤 이유를 든다 하더라도 그것은 감독의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대표선발 명단 발표를 보면서 느낀 것은 짜증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번 선발이 ‘소신 있는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그의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모두가 웃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웃어야할 선수들을 울게 만들고, 굳이 웃음을 안기지 않아도 될 선수들을 웃게 만든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24명의 선수 가운데 14명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군면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예비 엔트리 선정 당시부터 철저하게 군면제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듯한 인상을 주더니 최종 결정에서 그러한 면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군면제의 혜택을 얻는 것에 대해선 99%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메달이라는 ‘목적’을 달성해낸 선수에게 보답 차원의 ‘부상’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하지만 야구 대표팀 선발을 보면 군면제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대체 언제부터 올림픽이 군면제를 위한 ‘수단’이 되었던가?


다른 종목에서는 올림픽에 한 번 출전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경쟁을 한다. 그리고 거기서 이긴 선수가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게 되는 것이다. 과연 현재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될 24명의 선수가 모두 떳떳하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롯데의 송승준과 두산의 임태훈 등을 비롯한 몇몇 선수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들보다 뛰어난 성적을 기록 중인 선배들이 한 둘이 아니다.


물론 군면제라는 최고의 ‘당근’이 걸린 이상, 이 젊은 선수들은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과 프로야구 선수들이 아직 모르는 것이 있다.


팬들이 보고 싶은 것은 군면제라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을 수단으로 삼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아니라, 태극기를 가슴에 달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국가대표’다.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 자격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태극기를 달아주고 싶은 맘은 없다.
진심으로... 진!짜! 국가대표 야구팀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