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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준PO 3차전 리뷰 - 선동렬식의 '머니볼'이 가져온 3연승!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12.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겠다고 했던 롯데지만, 오히려 3차전에서 양준혁의 투런포와 조동찬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인해 그림 같은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삼성의 시리즈 전적 3-0의 스윕. 2923일을 기다린 롯데의 가을잔치는 4일 만에 아쉽게 막을 내렸다.


삼성의 완승이었다. 감독의 단기전 승부 능력부터 시작해서, 타선의 끈기와 집중력, 거기에 투수력까지 삼성 라이온즈가 롯데 자이언츠를 완벽하게 압도했다.


전문가들로부터 경험은 몰라도 전력에서는 확실한 우위라고 평가받던 3위와 경험을 제외하면 앞설게 없다던 4위와의 대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양 팀은 확실한 경기력의 차이를 나타냈다. 선동렬 식의 ‘머니볼’ 야구가 롯데의 ‘툴(tool) 중심의 야구’를 확실하게 무너뜨린 것이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김홍석의 야구스페셜][야구라의 뻬이쓰볼]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삼성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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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1번 타자 박한이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던 것이 삼성이 경기를 어렵게 풀어간 원인이었다. 2회 병살타와 5회의 도루실패는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이 2번으로 기용한 조동찬이 3번이나 출루하며 기회를 만들었고, 중심 타선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결정적인 동점 홈런을 때려낸 양준혁의 평점을 더 높게 주지 않은 것은 지명타자였기 때문일 뿐, 타석에서의 그는 만점짜리 활약을 펼쳤다. 2차전의 주역 채태인은 1회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하더니 4회에는 견제사까지 당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9번 최형우도 5회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2번의 수비 범실을 범하며 역전당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경기에 이겼기에 두드러지지 않았을 뿐, 만약 패했다면 채태인과 최형우는 책임을 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야구라 - 1회와 4회에 각각 1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1득점씩을 올리는데 그쳤다. 또한, 우익수인 최형우가 미숙한 플레이를 펼치는 등 5회에는 자멸하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초반 대량 득점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삼성은 7회초까지 2 : 4로 뒤지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이 분위기를 전환한 것이 양준혁의 홈런포였다. 8회에 조동찬이 결승타를 날렸지만, 사실상 삼성이 승리할 수 있었던 분위기를 만든 존재가 양준혁이었다. 단기전에서는 연속 안타 등도 중요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의 가치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선발 라인업에서는 최형우가 아닌 김창희가 출전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다.


▶ 롯데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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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전형적인 지는 팀의 타격을 2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잘 보여주며 맥없이 패했다. 열심히 하려고 그런 것이겠으나 다소 서두르는 공격과 베이스러닝에서의 미숙함은 많은 점수를 뽑을 수 있는 찬스를 스스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5회 이인구와 7회 이대호의 주루사는 결국 공격의 맥을 끊었다. 무엇보다 가르시아의 부진이 심각했다. 4회 1사 1-3루의 찬스와 5회 1사 1-2루, 7회 1사 1-3루의 세 번의 찬스에서 타점은커녕 진루타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박종윤의 1루수 기용은 롯데의 패인 가운데 하나다. 첫 타석에서 긴장한 탓에 사인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라면 바로 그 다음 타석(4회 2사 1,2루 상황)에서 교체했어야 했다. 강민호의 평점이 가장 높은 이유는 정확한 2루 송구로 두 번이나 상대의 도루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야구라 - 분명히 가르시아의 강한 어깨는 삼성의 주자들에게 큰 제약 요소가 되었지만,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1차전 초반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롯데가 3연패를 당한 것은 11타수 무안타 끝에 2안타를 친 조성환의 부진도 큰 부분이었지만, 이대호-가르시아의 장타가 침묵을 지킨 것도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투타의 전력이 두텁지 않은 것도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였다. 이인구와 손광민이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3, 4회에 보여준 박종윤의 타격은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5회에 2득점하면서 경기를 역전시켰지만,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범타에 그치면서 더 이상 득점하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역전패를 불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삼성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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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상대전적(2패 7.71)에 비해 호투하던 윤성환은 갑작스런 난조와 더불어 5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됐다. 다만 연속해서 3자 범퇴로 잘 막아냈던 1,2회의 피칭이 초반 분위기를 삼성 쪽으로 끌어오는 데는 어느 정도 일조를 했다. 유일하게 3경기를 모두 등판한 안지만은 1차전에 이어 3차전에서도 호투하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켜냈다. 안지만이야말로 이번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하는 투수다. 조진호는 기대 이상의 투구로 승리투수가 되었고, 9회를 3자 범퇴로 틀어막은 오승환의 피칭도 깔끔했다.


야구라 - 2차전에 이어서 선발 투수인 윤성환은 조기 강판하였다.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기에, 불펜을 총동원하는 운영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선발 투수의 조기 강판은 긴 관점에서는 결코 좋은 점수를 얻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안지만에 이어서 등판한 조현근이 2타자를 상대로 1안타 1볼넷을 허용하는 장면에서 삼성은 거의 수건을 던질 태세였다. 이 분위기를 바꾸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조진호의 호투이다. 조진호가 추가 실점을 했다면, 삼성이 흐름을 뒤바꾸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 롯데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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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롯데의 투수들이 참을성 있는 삼성 타자들에 대한 공략에 끝내 실패했다. 무려 9개의 4사구를 허용하면서 스스로 침몰했다. 초반 난조를 보였던 장원준이 그나마 4회까지 2실점으로 막은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왼손 투수인 강영식이 같은 왼손잡이인 양준혁에게 홈런을 허용한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었다. 동점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정상 컨디션이랄 수 없는 코르테스를 8회에 등판시킬 수밖에 없었던 롯데 코칭스탭과, 그 8회에 2점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되어버린 코르테스는 연민이 느껴질 뿐이다.


야구라 - 당초 롯데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선발 3카드라고 말해졌지만, 송승준과 손민한에 이어서 장원준도 6이닝은커녕 5이닝도 채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조정훈이 등판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김이슬에 이어서 염종석이 등판한 것이 뜻밖이었다. 염종석은 짧은 ⅔이닝을 던졌지만, 자신의 몫은 다하였다. 하지만, 조정훈이 아닌 염종석이 등판하면서, 강영식이 1이닝이 아닌 1과 ⅔이닝을 던질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양준혁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였다. 코르테스는 멕시칸 불쇼로 대미를 장식하였다.


▶ 자신들의 야구를 하지 못한 롯데의 자멸

야구라 - 2차전에 이어 이번 3차전도 롯데가 스스로 자멸한 듯 보인다. 삼성이 특별히 잘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김홍석 - 동감이다. 마지막에 터져 나온 양준혁의 홈런과 조동찬의 역전 적시타 덕분에 가리긴 했지만 어설픈 주루플레이와 도루 실패, 깔끔하지 못한 수비 등 졸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시합이었다.


야구라 - 도저히 3위와 4위 간의 대결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삼성은 그게 원래 올 시즌 보여줬던 야구 스타일이긴 하지만, 롯데는 자신들의 야구를 전혀 하지 못했다. 가르시아를 비롯한 롯데의 홈런 타자들이 3차전 내내 큰 것 한 방을 터뜨리지 못한 점이 결정적 패인이다.


김홍석 - 시즌 내내 봐왔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투구와 타격 그리고 수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리듬이 한꺼번에 흐트러졌다. 중심타선의 강력한 화력으로 점수를 뽑아온 롯데이기에 3~5번 타자들이 단 하나의 타점도 기록하지 못한다면 이기기 힘들다.


야구라 - 3차전은 롯데는 대량득점을 할 수 있을만한 찬스를 몇 차례나 날려버렸다. 특히 5회와 7회의 찬스에서 정규시즌 타점 1위 가르시아가 점수를 뽑지 못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김홍석 - 누상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계속 연출됐다. 5회 홈으로 쇄도하다 아웃된 이인구와 7회 가르시아의 타구 때 1루에서 잡힌 이대호. 이 두 번의 미숙한 주루플레이가 패배를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좌투수인 강영식이 좌타자인 양준혁에서 홈런을 허용했다는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 로이스터 감독의 단기전 경험

김홍석 - 선수들의 경험보다는 감독의 경험이 승부를 가른 듯한 느낌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과 일본의 야구는 단기전에 특화되어 있는 경향이 있다. 최근의 국제무대에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이 장점으로 드러나기 때문이 아닌가. 시즌 전체를 넓게 보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스타일의 로이스터 감독이 한국의 단기전 승부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듯 보인다.


야구라 - 로이스터 감독도 그렇지만 롯데의 프런트와 작전 팀 등이 제대로 움직였는지도 의문이다. 포스트시즌에서의 선동렬 감독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김홍석 - 로이스터 감독이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05년 이후 삼성의 포스트시즌 시합 비디오나 SK와 두산이 맞붙었던 지난해 한국시리즈 경기를 본 적이 있는지가 궁금하다. 선동렬 감독이 단기전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나마 국내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한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지난해 김성근 감독의 SK에게 어떤 식으로 무너졌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한국의 단기전 승부는 그만큼 특별한 면이 있다.


▶ 운도 롯데의 편이 아니었다

김홍석 - 개인적인 판단으로 3차전에서 장원준의 컨디션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시즌 내내 보여줬던 모습과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다만 주심과의 궁합이 나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마다 조금씩의 차이를 보이는 편이며, 3차전 주심이었던 최규순 심판은 타자 바깥쪽으로 꽉 차게 들어가는 장원준의 결정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주지 않았다. 물론 장원준만이 아니라 이날 등판한 모든 투수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시키며 일관성 있는 판정을 내렸기에 문제의 소지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하지만 장원준 개인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투구를 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운도 롯데의 편이 아니었다.


야구라 - 9회 김주찬의 파울 홈런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리플레이 화면 등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공이 홈런이냐 파울이냐도 문제지만, 나광남 심판이 그 공을 놓쳐버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4심제로 운영되는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포스트시즌은 6심제로 운영된다. 바로 이번과 같은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많은 심판을 두는 것인데 저런 실수를 하면 곤란하다.


▶ 승자 삼성의 약점은?

김홍석 - 3경기 동안 선발 투수가 소화한 이닝이 전체 27이닝 중 11.2이닝에 불과하다. 불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소화한다는 것은 단기전이라고 해도 7전 4선승제에서는 약점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몇몇 선수들의 수비 불안이 엿보였다는 점 정도가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야구라 - 타자들의 기동력이 부족하다. 스피드의 부족은 주루플레이 자체의 미숙함 보다는, 빠른 발을 이용한 상대 수비진을 교란을 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가 드러난다.


▶ 승자 삼성의 강점은?

김홍석 - 평소와 다른 배팅 오더를 내며 단기전 승부에 나서는 감독과, 그러한 기대에 부응해 주어진 타순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타자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투수진에서는 역시 현역 최고의 마무리인 오승환의 존재와, 그 오승환으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의 튼튼함이 삼성이 지닌 최고의 강점인 듯 보인다.


야구라 - 동감이다. 오승환 보다는 정현욱이나 안지만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이 삼성의 저력이다. 진갑용-박진만-박한이로 이어지는 센터라인의 안정된 수비도 삼성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김홍석 - ‘기다릴 줄 아는 타선’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이번 시리즈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졌다. 롯데 투수들의 제구력이 나빴던 점도 있지만, 8회까지 무려 185구를 던지게 한 삼성의 타석에서의 참을성 있는 태도는 이번 준플레이오프 내내 빛을 발했다. 기동력은 도외시한 채 출루를 최우선으로 하고, 필요할 때 큰 것 한 방씩 터뜨리는 모습이 마치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몰고왔던 오클랜드 빌리 빈 단장의 ‘머니볼’ 야구를 보는 듯 했다.


야구라 - 그러고 보니 삼성은 머니볼 식이고, 롯데는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는 툴(tool) 중심의 팀인 것 같다. 머니볼을 구사한 오클랜드는 포스트시즌만 되면 툴 중심의 팀인 뉴욕 양키스에게 번번이 무너졌지만, 선동렬 감독의 단기전용 투수 기용이 더해지면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며...

김홍석 - 비록 의도된 기획이긴 했지만, 실제로도 이길 것으로 생각했기에 응원한 롯데가 3연패로 허무하게 물러나게 되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덕분에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의 입장에 서서 다시 한 번 삼성을 상대하게 되었다. 로이스터 감독과 마찬가지로 미국식 야구를 구사하면서도 한국 야구에 익숙한 김경문 감독의 두산이 롯데의 복수를 통쾌하게 해줄 것으로 믿는다.


야구라 - 3연승까지는 예상치 못했지만, 응원한 삼성이 승리해서 기쁘다.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마찬가지로 삼성의 입장을 대변할 계획이다. 삼성은 신예와 베테랑이 잘 조화된 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2위 두산과의 승부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계속해서 지켜봐주길 바란다.


(PS.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해 [김홍석의 야구스페셜][야구라의 뻬이쓰볼]이 공동으로 기획한 ‘가을야구 갑론을박’은 플레이오프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기록참조=StatiZ.co.kr)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