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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PO 5차전 리뷰 - '진짜 두산야구'를 보여주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0. 23.

김현수와 김동주의 홈런포를 앞세운 두산 베어스가 박진만과 진갑용의 홈런포로 응수한 삼성 라이온즈를 6 : 4로 꺽고, 시리즈 전적에서 3승 2패로 앞서나갔다. 남은 6, 7차전에서 1승만 거두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두산 베어스보다 더 많은 14안타를 치고서도 찬스를 살리지 못한 삼성 라이온즈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게다가, 6차전 선발 투수로 예상되던 에니스가 부상으로 이탈함으로서 마운드 운영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반면에, 두산 베어스는 선발 투수인 랜들이 10피안타를 허용했지만, 2실점으로 막으면서 5와 ⅓이닝을 소화했다. 또한, 9회 무사 1, 2루의 위기 상황에서 등판해서 세 타자를 삼진과 범타로 처리한 임태훈의 깔끔한 마무리로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양준혁은 1회에 우전 안타를 치면서,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수립하였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두산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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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이종욱과 오재원의 테이블세터는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모자랄 정도다. 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비에서도 그 실력을 확실하게 뽐냈다. 7회 말 진갑용의 빗맞은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해 최소한 동점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을 막아낸 이종욱과 2회 박한이의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처리한 오재원의 과감한 수비가 5차전 승리의 핵심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현수와 김동주가 드디어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두산으로서는 무척 고무적이다. 굳이 하위 타선에서 큰 활약을 해주지 않아도 상위 타선의 집중력만으로 6점을 뽑아내는 것, 바로 이것이 원래 두산의 스타일이다. 1회 2,3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홍성흔과 방심하다가 진갑용의 견제구에 아웃당한 고영민의 주루플레이는 옥에 티였다.


야구라 - 시리즈 내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테이블 세터진에 중심 타선이 살아나면서, 그 위압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홍성흔의 경우에는 1안타에 불과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에 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삼성 투수들로서는 1~5번까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성적 상으로 김현수에게 뒤지는 이종욱과 김동주에게 최고 평점을 준 이유는 김동주의 2점 홈런과 이종욱의 수비가 두산을 승리로 이끈 결정적인 요소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차전과 같이 중심 타선이 압박감을 줄 수 있다면, 테이블 세터진이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산에게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 삼성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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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4차전에서도 지적했듯이 박한이가 타선의 구멍이 되고 있다. 주자가 있는 3번의 찬스에서 진루타 한 번 때려내지 못하고 병살타 등으로 물러난 것은 5차전 경기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진갑용은 첫 타석에서의 홈런 이후 4번의 타석에서는 8명이나 되는 주자를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종욱의 호수비 탓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진갑용과 박한이에서 번번이 찬스가 끊긴 것도 사실이다. 박진만은 4차전에 이어 여전히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고, 김재걸은 다소 억울한 실책을 범했을 뿐(김현수에게 타구가 가렸던 터라 누구라도 어레럴 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타격에서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닝이 끝나는 시점에서 무려 13명의 주자를 남긴 삼성의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멸한 경기였다.


야구라 - 박한이를 제외하고 선발 전원이 안타를 기록했지만, 솔로 홈런 2방을 제외한 득점은 단 2점에 불과했다. 주자가 2루나 3루까지는 진출하지만 홈을 밟지 못하는, 홈 플레이트에 뭐라도 있는지 정말 열심히 피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잘 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안타를 기록하지 못한 박한이의 경우에도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불운'이라는 말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경기였다. 3차전의 두산과 비슷하지만, 삼성은 중심 타선도 안타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4차전에 불펜을 소모한 두산이 랜들과 이재우를 오래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약점을 결정타 빈곤으로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결과가 가장 중요한 5차전에서의 패배라는 악몽을 꾸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 두산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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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2차전에서 한 이닝에 4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자멸했던 랜들은 5차전에서는 10개의 안타를 허용하면서도 단 하나의 4사구도 허락지 않은 덕에 2실점으로 버티며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이재우의 등판 시기나 타이밍은 적절했던 것 같지만 이미 8회까지의 투구수가 48개에 이른 구원투수를 굳이 9회까지 올려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임태훈의 위력적인 구위가 아니었더라면 다잡은 시합을 놓칠 뻔했다. 4차전에 이어 김경문 감독의 투수교체 타이밍은 다소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야구라 - 사실 랜들이나 이재우나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랜들의 경우에는 2홈런을 포함해서 10개의 피안타를 허용했지만, 볼넷을 주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5.1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는 충실히 수행했다. 사실 9회에 바로 임태훈이 등판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대로 이재우로 갔다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과가 나빴다면 상당히 뒷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임태훈은 압도적인 구위로 세타자를 처리하면서 두산의 승리를 지켰다.


▶ 삼성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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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아마도 이 경기를 지켜본 모든 이들이 ‘지금 눈앞의 이상목이 어제의 그 선수가 맞나?’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상목의 투구는 깔끔했고, 덕분에 마지막까지 승리의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배영수는 전성기 같지 않은 구위로 인해 고생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안지만의 경우 적당한 타이밍에 교체했다고 생각되지만 결과적으로는 나쁜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1회 오재원의 타구가 끝내 페어가 되고, 고영민의 3루 땅볼이 예기치 않은 실책으로 이어지는 바람에 경기가 꼬였다. 야구를 하다보면 가끔 있는 ‘정말로 끝내주게 운이 따라주지 않는 날’이 있는데 바로 5차전의 삼성이 그랬다.


야구라 - 1회에 꼬이면서 2실점(비자책)한 배영수는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4.2이닝을 소화하면서 자신의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배영수 이후 안지만-차우찬으로 간 것이나 그 타이밍은 적절했다. 단지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 차우찬을 구원 등판한 이상목의 피칭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제 이렇게 던지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 두산과 삼성, 승패를 가른 요소

김홍석 - 역시 중심 타선이 4차전에 이어서 위용을 보인 것이 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두산이 잘한 부분도 많지만, 이 경기는 삼성이 자멸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두산 쪽으로 운이 많이 따른 경기였다.


야구라 - 삼성으로서는 질 수 없는 경기를 진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의 승리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5차전의 삼성은 야구가 안 되는 날이었다. 그렇게 많은 찬스에서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두산은 적은 찬스에서 그것이 운(김재걸의 에러 등)이던 실력(김현수와 김동주의 홈런 등)이던 득점으로 연결된 것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 같다. 두산의 1~5번은 그들이 안타를 치던 못치던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빈틈을 도저히 찾기 어려웠다.


김홍석 - 그것이 바로 두산의 야구이고, 정말 5차전이야말로 진짜 두산다운 야구를 만끽할 수 있는 경기였다. 굳이 홈런이 아니더라도 중심 타선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질만한 경기도 결국에는 이기는 것이 두산의 야구라고 생각한다. 김현수는 말할 필요도 없고, 김동주가 가장 필요할 때에, 그리고 이제쯤은 한 방 해줄 때가 되었다고 모두가 느끼고 있을 때에 큰 것 한방을 날려준 것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한다.


야구라 - 홍성흔도 1안타밖에 치지 못했지만,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타격감이 확실히 살아난 느낌이다.


김홍석 - 홍성흔이 4차전의 타격감을 이어간 것은 고무적이었다. 하지만, 두 번의 찬스를 살리지 못한 점이나 1회에 보인 주루 플레이는 정말 아쉬웠다. 고영민의 횡사도 그렇고. 이게 두산 특유의 발야구가 동렬 감독과 진갑용에게 완전히 읽힌 결과라고 본다. 1차전에서는 삼성이 두산의 발야구에 완전히 휘둘렸지만, 점점 적응하더니 5차전에서는 진갑용과 야수들에 의해 두산의 기동력이 거의 철저하게 봉쇄당한 느낌도 들었다. 이런 점이 삼성의 강점은 아닐지 싶다. 두산의 중심타선이 터져주지 않았더라면, 쉽지 않은 경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라 - 삼성으로서는 박한이의 부진(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갔지만, 결과론적으로)도 컸지만, 주자를 홈을 불러들이는 결정타가 나오지 못한 것이 패배한 가장 큰 이유는 아닐지 싶다.


김홍석 - 동감이다. 결과적으로 7회에 이종욱의 슬라이딩 캐치가 정말 컸고, 9회 말의 찬스를 놓친 것은 임태훈이 잘 던졌다고 해도 삼성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4차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박한이가 9번과 2번 타순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패인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김재걸이 그렇게 잘했는데.


▶ 강공책과 투수 교체

야구라 - 9회 무사 1, 2루에서 박진만에게 희생 번트를 대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김홍석 - 역시 2점 차이였기 때문에, 희생 번트를 구사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어쩌면 선동렬 감독은 운 좋게 나간 주자가 모두 득점으로 연결되어서, 연장으로 돌입한다고 해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지 싶다. 홈런을 포함해서, 3안타로 타격감이 좋은 박진만을 믿는 것이 경기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야구라 - 아마 희생 번트를 댄다고 해도 후속 타자가 진갑용과 김창희인 점을 생각하면, 2점을 만회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지 싶다. 또한, 이미 채태인을 대타로 기용했기에, 활용 가능한 대타 요원도 없다는 점도 걸렸던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선동렬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결과가 나빴지만, 삼성의 투수 교체 타이밍은 적절했다. 오히려 승리는 했지만, 두산이 늦은 감이 없지는 않다. 이재우를 굳이 9회까지 올릴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미 8회까지 투구 수가 48개였는데, 9회에도 마운드에 올린 것은 무리수는 아니었나 싶다.


▶ 앞으로의 경기에 대한 전망

야구라 - 에니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삼성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5차전을 패함으로서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당장 6차전 선발 투수로 누구를 내세울지, 혹은 6차전에서 기사회생한다고 해도 7차전의 선발 투수에 대한 해답이 없는 상황이다. 아마도 선동렬 감독이 배영수에 이어서 안지만을 내세운 점을 봤을 때에 6차전의 선발 투수로 윤성환이 아닌 정현욱을 올릴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다고 해도 두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김홍석 - 두산도 이재우라는 필승 카드를 쉽게 내밀 수 없는 상황이고, 선동렬 감독이 정현욱-오승환을 푹 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니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기에 두산이 유리한 것은 확실하다. 게다가, 6차전의 선발은 이혜천이다. 4차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양준혁을 봉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혜천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3차전처럼 선동렬 감독이 양준혁을 하위 타순에 배치할지는 모르겠지만, 홈런을 쳤다고 해도 진갑용의 컨디션을 봤을 때에 박한이의 부진과 더불어서 타선 전체의 흐름이 끊어질 위험성이 엿보인다.


야구라 - 어려운 처지가 된 삼성이지만, 아직 탈락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아무리 희망이 작다고 해도 자포자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승을 거둘 필요가 있었던 5차전에서 패함으로서 4차전에서의 투수 운용이 도마 위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동렬 감독이 보인 4차전에서의 마운드 운영은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홍석 - 두산이 유리한 것은 맞지만, 6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짓지 못할 경우에는 불안하기에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6차전에 전력을 다하고서도 패한다면, 7차전은 김선우가 호투를 펼치지 않는 한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난타전이 된다면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4차전에서 보인 선동렬 감독의 투수 기용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삼성은 완성된 팀이 아니다.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올인은, 그것이 아무리 포스트시즌이라고 해도 미래를 갉아먹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라 - 동감한다. 4차전에서의 투수 운영을 비난, 혹은 비판하는 사람들은 안지만의 모자에 새겨진 45, 50이라는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반인보다 체격이 좋은 야구 선수라지만, 그들도 기계는 아니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