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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홍석 vs 야구라] KS 5차전 리뷰 - SK왕조의 시작을 알린 한국시리즈 2연패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1. 1.


SK 와이번스가 5차전에서도 두산 베어스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를 2연패를 달성했다.


7회초 2사 만루에서 김동주의 에러를 틈타 선취점을 올린 SK 와이번스는 8회에 2사 1, 2루 찬스에서 최정의 좌중간 적시타로 1점을 추가했다. 안정된 수비와 함께 3차전 결승 2점 홈런을 비롯해서 고비마다 적시타를 친 3루수인 최정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었다.


찬스마다 타선이 침묵을 지키는 등 4차전 3회부터 16이닝 연속 무득점에 시달린 두산 베어스는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본 칼럼은 2008시즌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맞이하여 [야구라의 뻬이쓰볼][김홍석의 야구스페셜]이 공동 기획한 것으로, 전반부는 선수들의 평점과 더불어 그에 대한 간략한 멘트가, 후반부에는 경기에 관해 서로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SK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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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SK의 야수들은 공격과 수비에서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공격에서는 2개의 도루 실패를 비롯해 9번의 득점권 타석에서 단 하나의 안타를 뽑아내는 데 그쳤다. 그 하나의 안타를 때려낸 선수가 시리즈 MVP로 뽑힌 최정이다. 상대 수비의 실책으로 1점을 더해 총 2득점했을 뿐, 전체적으로 타석에서의 모습은 수준 이하였다. 하지만 수비는 전혀 달랐다. 특히 8회 중견수 조동화와 좌익수 박재상의 ‘메이저리그급’ 외야 수비는 SK의 우승을 결정지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설령 잡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을 비난할 수 없을만한 성질의 타구였고, 둘 중 하나라도 놓쳤더라면 경기는 그대로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포수로서는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타자로서는 빵점짜리였던 박경완의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 우승을 차지했기에 다행일 뿐, 반대 상황이었다면 현재 김현수를 향한 시선이 고스란히 박경완을 향할 수도 있었다.


야구라 - 두산의 마운드를 상대로 SK의 타선은 단 5안타를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상대의 에러로 선취점을 얻은데 이어서 최정의 적시타로 추가 득점을 올렸다. 1안타와 2볼넷을 기록한 4회에 2번의 도루 실패로 득점에 실패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시리즈 MVP에 선정된 최정은 결정적인 추가 타점과 함께 안정된 수비를 보였다. 사실 SK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타격이 아닌 수비였다. 8회에 나온 조동화와 박재상의 수비는 승패를 결정짓는 천금 같은 호수비였다. 결국, 외야의 스피드를 중시한 김성근 감독과 함께 SK 전력 분석 팀이 승리의 밑바탕이 되었다.


▶ 두산 타선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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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휴... 아무리 생각해도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5차전에서 두산 타자들은 득점권 상황에서 맞이한 16번의 타석에서 14타수 1안타에 그쳤고, 그 하나의 안타는 9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만루를 만든 이종욱의 좌전 안타였다. 볼넷과 희생번트도 나온 적이 있지만 적시타가 터지지 않으니 득점과 연결되지 못했다. 6회 홍성흔과 9회 김현수의 병살타, 그리고 8회 오재원의 좌익수 플라이 때 괜히 서두르다가 태그업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김현수의 본헤드 플레이. 홍성흔은 자신 앞에 있던 6명의 주자들 중 단 한 명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고, 김현수는 안타까운 마지막을 장식하며 뜨거운 눈물을 쏟아야 했다. 9회말의 마지막 찬스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김동주에게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쉬운 경기였다.


야구라 - 초반인 1,2,3회에 선취점을 얻을 수 있는 호기를 잡고서도 득점에 실패한 두산은 경기 종반인 7,8,9회에도 동점 내지 역전의 찬스가 왔지만, 1점도 만회하지 못했다. 4차전의 2회에 더블플레이로 1득점 한 후에 16이닝 연속 무득점이라는 득점력 빈곤을 드러냈다. 김동주가 3안타 1볼넷으로 타석에서는 만점 활약을 펼쳤지만, 수비에서는 결정적인 에러를 범했다. 채상병을 대신해서 선발 출장한 최승환은 타석과 도루 저지에서는 200% 자신의 몫을 다했지만, 미숙한 원바운드 볼 대처로 선취점을 내주는 빌미를 제공했기에, 평점을 낮게 매겼다. 두산으로서는 8회말에 오재원의 좌익수 플라이 아웃 때에 보인 김현수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로 1점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결정적인 패인이 되었다.


▶ SK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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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역시나 김광현은 좋은 투수였다. 1,2회 제구력 난조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후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이번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모든 선발 투수들 가운데 유일한 무실점을 기록했다. 5경기 모두를 등판해서 제 역할을 해준 정우람과 이승호는 숨은 MVP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9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무사 만루로 불을 지른 후, 땅볼 두 개로 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아낸 채병용의 피칭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6차전 선발이 마땅찮았던 SK 입장에서는, 만약 경기가 뒤집어졌다면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야구라 - 1,2회에 부진한 출발을 보인 김광현은 3회 2사 후에 김동주에게 2루타를 허용한 후로 거의 완벽하게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두산의 김선우와 함께 김광현의 피칭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야구다운 경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김광현에 이어서 정우람-윤길현-이승호-채병용 등은 계속된 등판으로 인해 정상적인 구위를 보이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병살타나 수비진의 호수비로 2:0 승리를 지켜냈다.


▶ 두산 투수진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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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석 - 김선우는 기대한대로 ‘슈퍼맨’이 되어 돌아왔다. 김광현처럼 무실점(1실점 비자책)은 아니었지만 1,2,5,6회를 3자 범퇴로 돌려세운 환상적인 피칭이었다. 김동주의 예기치 못한 실책 때문에 1점을 허용했을 뿐,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 김광현과 맞서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재우는 3차전에서 홈런을 허용한 최정에게 또다시 적시타를 허용하는 바람에 그렇잖아도 정상이 아닌 타자들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겨줬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시리즈에서 패하긴 했어도 두산의 투수들은 시리즈 내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5경기 동안 16점 밖에 허용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승 4패를 했다면, 그것을 투수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야구라 -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부터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구위에 비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김선우는 메이저리거다운 투구를 하였다. 단지, 7회에 와일드피칭과 에러로 1실점을 하면서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그에게 돌을 던질 야구팬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SK의 불펜 투수들이 지친 것처럼 두산의 이재우도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8회에 2사 후에 추가 실점한 것은 결국 9회에 두산이 무사 만루 찬스에서 별다른 작전 없이 강공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한 요인이 되었다.


▶ SK왕조를 여는 한국시리즈 2연패

야구라 - 두산이 패배한 이유로는 경기 종반의 찬스를 놓친 것도 결정적이었지만, 경기 초반에 난조를 보인 김광현이 차려준 밥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이 컸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동감이다. 1,2회에 김광현이 흔들릴 때, 완전히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 정말 컸다. 4차전의 리뷰에서 희망했던 것처럼 김선우는 슈퍼맨이 되어주었지만, 타자들은 여전히 기대에 부응하질 못했다. 5차전에서 두산은 득점권 찬스에서 무려 14타수 1안타(이종욱)를 기록했다. 이래서야 이길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야구라 - 개인적으로는 김현수를 5번으로 내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결과론적이지만, 올 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인 김현수라고 해도, 지금과 같은 깊은 슬럼프에 빠진 적 없이 승승장구했던 그였기에, 뜻밖의 부진에 스스로 여유를 가지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타순의 조정을 통해서, 여유를 줄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홍석 - 김경문 감독이 좀 더 길게 본 것은 아닐까 싶다. 임시변통으로 5차전을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김현수가 살아나야지만 대역전극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김현수가 아직 겨우 20살의 어린 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경기 후에 우는 모습을 보이는 등 무척이나 정신적으로 충격을 심하게 받은 것 같던데, 이 정도라면 내년 시즌에도 그 여파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걱정이다.


야구라 - 역시 SK가 승리하는 데는 조동화와 박재상 등의 수비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5차전에서 두산은 에러로 선취 실점을 한 것을 생각하면, 수비가 양 팀의 승패를 가른 느낌이다.


김홍석 - 8회말에 나온 두 번의 수비는 당사자보고 똑같이 다시 해보라고 해도 십중팔구는 실패할 만한 그러한 수비였다. 두산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원래대로라면 홍성흔과 오재원의 연속 2루타로 3:2로 역전 시킨 상황에서 무사 주자 2루의 찬스가 이어졌어야 했는데, 그것이 득점 없이 2사가 되고만 것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안타까웠는데, 두산에게는 운도 끝까지 따라 주지 않았고, 그와는 반대로 SK 야수들의 수비는 빛이 났다.


야구라 - 이번 시리즈는 4승 1패로 SK가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면서 끝났지만, 사실 게임 내용을 보면 두산이 4승 1패를 거두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리즈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5차전에서 두산이 승리할 경우에는 김성근 감독의 마운드 운영 - 심각할 정도로 불펜을 소모했기에, 6,7차전에서 대역전을 당할 위험성도 적지 않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빈곤한 득점력에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혔다.


김홍석 - 9회말 찬스 상황에서 사실 고영민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스퀴즈 번트가 성공했다면, 2:1에 1사 2,3루의 상황이 되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김현수가 느끼는 부담감도 조금은 덜했을 지도 모른다. 물론 어차피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 말이지만, 정규 시즌 중에 단 한 번도 번트를 댄 적이 없는 최승환에게는 계속해서 희생 번트를 지시한 김경문 감독이 왜 그 상황에서는 스퀴즈 번트 등을 시도하지 않았는지는 약간 의문스럽게 생각한다. 김현수에 가렸을 뿐, 고영민의 타격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는 않았다.


야구라 - 최승환의 대주자로 나간 정원석이 루상에서 보인 움직임을 봤을 때에 스퀴즈 번트가 나오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결과론적으로 정원석이 아닌 전상렬이 대주자였다면, 스퀴즈 번트와 같은 작전도 가능했을 것이다.


김홍석 - 어떻게든 타격감이 좋은 김동주까지는 이어지게끔 만들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무척 아쉬운 경기였다. 김선우는 기대 이상의 호투로 희망의 여지를 남겨뒀고, 최승환은 4회에 연속 도루를 저지하며 SK의 기동력을 묶는데 성공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접전이 벌어졌다. 사실 어느 팀이 이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시합이었지만, 결국 SK가 2차전부터 5차전까지 4연승을 거두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결국, 좌완 셋업맨과 우타 대타 요원의 부재라는 약점을 가진 두산이 SK를 넘기에는 2%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야구라 - 개인적으로는 최승환을 스타팅으로 출전시킨 것이 장단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타석과 상대의 도루를 저지한 부분에서는 채상병보다 최승환이 월등한 우위를 보였지만, 7회의 와일드피칭의 경우처럼 최승환의 풋워크는 포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었다. 7회 뿐만이 아니라 몸이 따라가지 않는 상황에서 미트로만 원 바운드 성 볼을 잡으려고 하였다. 비유를 한다면, 최승환의 미트가 토끼였다면, 몸은 거북이였다. 와일드 피칭이 단 1개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의 원 바운드 성 볼에 대한 대처는 문제가 있었다.


▶ 시리즈 총평

김홍석 - 두산이 실력도 부족했지만, 전체적으로 운이 따라주지 않은 경기였다. 하지만, 그 불운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SK 선수들이 만들어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승호와 정우람을 5경기 연속 등판시키는 등 김성근 감독의 투수 기용에는 여전히 의문점을 느끼고 있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해내는 선수들의 능력과 끈기에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김성근 감독이 이끈 승리라기보다는 SK 선수들의 집중력과 노력, 그리고 승리에 대한 의지가 돋보인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우승이라는 영광을 차지한 SK 선수단과 패했지만, 매 경기 접전을 펼친 두산 선수단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야구라 - 이번 포스트시즌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감독 중심의 야구가 가진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포스트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승패에 연연한 감독 중심의 야구는 불펜 중심으로 마운드를 운용하면서, 각 팀에서 선발 투수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손에 꼽을 수준으로 전락했다. 이것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는데도, 이것을 언론 등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칼 같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라는 둥 칭송에 칭송을 거듭했을 뿐이다.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서 실종된 경기가 대부분이 될 수밖에 없었던 원인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거론하지 않았다. 결과론과 승자 독식을 기반으로 한 감독 중심의 야구는 한국 프로야구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2년 연속으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는 과거의 해태에 버금가는 왕조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들이 보인 땀과 열정은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SK 뿐만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에 나온 두산과 삼성, 롯데 등 모든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 & 야구라(http://yagoo.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