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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양키스의 ‘제국의 역습’은 과연 가능할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5. 21.

알렉스 로드리게스 2770만

제이슨 지암비 2343만

데릭 지터 2160만

앤디 페티트 1600만

바비 에브레유 1560만

쟈니 데이먼 1300만

히데키 마쓰이 1300만

헤르헤 포사다 1200만

마이크 무시나 1107만

마리아노 리베라 1050만

칼 파바노 1000만


  위의 명단과 뒤의 숫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보는 순간 다들 예상했을 것이다. 그렇다, 뉴욕 양키스 선수들 중 천만불 이상 받는 선수들의 명단과 올시즌 연봉이다. 천만불 이상 받는 선수만 무려 11명! 현재 양키스의 연봉 총액은 1억 9523만불 가량으로, 2위인 보스턴(1억 4312만불)과 5000만불 이상이 차이가 난다.

  게다가 위의 명단에는 중요한 선수 한명이 빠져있다. 바로 얼마 전 컴백을 선언한 로져 클레멘스. 무려 450만불의 월급(!)을 받게 되어있는 그가 지금의 예상대로 5월 말에 빅리그로 컴백하게 된다면 시즌 종료까지 받게 되는 연봉은 거의 2000만불에 근접하게 된다. 거기에 포스팅 금액까지 합치면 연 평균 920만불을 지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이가와까지 합친다면 양키스의 연봉 총액은 2억불이 훨씬 넘어간다. 아니 전체도 필요 없다, 상위 13명만 합쳐도 넘는다.


  올시즌 메이져리그 전체 고액 연봉자 순위 1위~4위까지가 모두 양키스 소속이다.(5위는 올시즌 1700만불을 받게 되어있는 매니 라미레즈) 무려 20개나 되는 구단의 총 페이롤이 이들 네 명의 합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2위인 보스턴의 페이롤 마저도 양키스 고액 연봉자 상위 8명만 합치면 가뿐하게 제친다.


  유럽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지구 방위대’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의 연봉이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주워들은 바에 따르면 이적료가 아니라 순수 연봉만 따진다면 레알 마드리드에다가 멘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합쳐도 연봉으로 양키스와 비교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양키스의 현재 성적은 19승 23패, 오늘 승리로 이번 시즌 처음으로 30승 달성에 성공한 보스턴에 무려 10.5게임이나 뒤져있다. 10년 연속 지구 우승과 13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는 ‘제국’ 양키스에게 있어서도 안되고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과 재작년 그리고 2004년에도 이맘때의 양키스는 지구 수위가 아니었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양키스는 항상 여름이 되어서야 힘을 내고 지구의 다른 팀들을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갔던 것이다. 하지만 지구 4위로 처져있던 2005년에도 그들의 승률은 5할이 넘는 상황이었고, 1위와의 승차도 5.5게임에 불과했었다. 5할 승률에 4승이나 모자란 상황에, 10.5게임이라는 승차가 느끼게 하는 무게는 정말 상상 이상이다.


  그것도 따라 잡아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올시즌 최강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아메리칸 리그 중부지구 우승팀인 미네소타 트윈스가 작년 이맘때까지 19승 25패로 선두 디트로이트와 딱 10.5게임 차이가 났었다. 이후 미네소타는 77승 41패의 성적으로 .653 이라는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중부지구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올해의 양키스는 이후로 이러한 승률을 보인다 하더라도 보스턴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만큼 올시즌의 보스턴은 무섭다.


  그들의 타선은 전혀 문제가 없다. 4월 한때 에이로드 혼자서 이끄는 듯한 느낌을 주던 타선이었지만, 이후 몇몇 타자들이 살아나면서 그것만으로도 리그 최강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타격 1,2위에 올라와 있는 포사다와 지터, 20여 경기 동안 침묵하다가 최근 2경기 연속 홈런으로 살아나는 듯한 홈런-타점 1위 에이로드,


  작년 리그 타격 3위 로빈슨 카노와 중심타자 역할을 해줘야 할 바비 에브레유가 부진하고, 1번 타자 자니 데이먼이 부상으로 인해 툭하면 경기를 빠지고 있고, 제이슨 지암비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스테로이드 발언으로 인해 계약 파기설까지 나돌고 있지만, 그래도 양키스 타선의 위력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부진한 타자들이 살아난다면 후반기에는 더욱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마저 가지고 있는 강타선이다.

  양키스의 반격이 가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투수진의 안정이다. 무시나-왕 치엔밍-앤디 페티트-칼 파바노-이가와 케이 로 예상되던 시즌 전 양키스의 선발 로테이션은 그다지 약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시나와 왕이 부상으로 아직 5번밖에 선발 등판 하지 못했고, 파바노는 또다시 시즌 아웃되며 기대를 저버렸다. 이가와는 아예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라는 듯 싱글 A로 내려간 상황. 기대를 받으며 올라왔던 필립 휴즈는 두 번째 등판에서 멋진 투구를 보였으나 바로 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한 달 후에나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시즌 한번이라도 선발로 등판한 선수만 해도 무려 11명. 당연히 리그에서 가장 많다. 42게임에서 선발 투수가 소화한 이닝은 겨우 218이닝으로 평균 5이닝이 겨우 넘는다. 이래가지고서야 불펜이 버텨내는 게 신기할 뿐이다. 오죽하면 루키시즌 이후 11년 동안 구원 등판이 3번에 불과한 페티트가 올시즌 2번이나 릴리프로 투입되었을까. 선발진이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불펜의 체력저하와 함께 투수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키스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마리아노 리베라의 불안이다. 이제는 리베라 이전의 양키스의 마무리가 누구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존 워틀랜드(통산 330세이브)에게서 양키스의 클로져 자리를 물려받은 이후,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41세이브를 올린 리베라와 ‘불안’ 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4년 연속으로 1점대 방어율을 자랑했던 마무리가 바로 리베라다.

  그러한 선수가 프란시스코 코데로가 17개나 되는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동안 단 3세이브에 그치고 있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이다. 거기에 2개의 블론 세이브와 3패. 컨디션 점검차 등판한 메츠와의 경기에서도 뜬금없이 데이먼 이즐리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역시 리베라도 서른여덟이라는 나이는 속이지 못하는 것일까? 그의 커터는 예전의 예리함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이다.


  브라이언 브루니, 스캇 프록터, 마이크 마이어스를 중심으로 한 계투진은 나름대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마지막을 장식해야할 리베라의 위력 상실은 그렇잖아도 갈 길 바쁜 양키스의 마음을 더욱더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브라이언 캐쉬맨과 조지 스타인브레너를 다급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로져 클레멘스와의 어마어마한 계약으로 나타났다.


  작년 메츠에게 지구 선두를 내주기 전까지 애틀란타는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라는 우리나라 속담을 몸소 실천해 보였다. 02시즌 18승씩을 달성했던 글래빈과 밀우드를 보내고도, 03시즌 이후 매덕스와 셰필드가 떠났음에도, JD 드류와 15승 투수 자렛 라이트를 보내고도 각각 03~05시즌 모두 지구 우승하는 저력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랜디 존슨과 게리 셰필드를 내보냈다고 해도 양키스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양키스와 애틀란타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연속 우승을 지켜보는 것은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었다. 브레이브스의 연속 기록이 깨진 현재, 양키스의 기록까지 깨진 다면 왠지 모를 허탈함이 느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힘들겠지만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페티트-무시나-왕 이 3명의 선발이 아직 건재하고, 다음번 마이너 등판도 괜찮은 결과를 보인다면 로켓이 생각보다 일찍 합류하게 된다. 거기에 한 달 뒤 돌아올 기대주 필립 휴즈가 더해진다면 양키스의 선발진은 지금보다 훨씬 솔리드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다. 특급 피칭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퀄리티 피칭에 가까운 수준의 투구만 이어진다면 그것을 연승으로 이끌고 갈 타선을 보유한 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리베라까지 살아난다면, 10.5게임을 따라잡는 것도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올해처럼 어려워 보이는 시즌은 없었다. 사실 냉정하게 말한자면 올해 양키스의 지구 1위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지 모른다. 보스턴의 짜임새 있는 전력을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생각은 확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돈으로 야구를 한다’ 느니 ‘악의 제국 양키스’ 라는 등 많은 비난을 들어도, 어떻게든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최소한의 성과만큼은 반드시 거두어 왔던 그들이기에 한번 기대를 해보게 된다.


  보스턴전 1승 5패를 비롯하여 올시즌 지구 팀들과의 경기에서 3승 11패로 매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키스. 이미 ‘공공의 적’ 이 되어버린 그들이 다시금 ‘제국’ 의 모습을 회복하고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왕-무시나-페티트 가 차례로 등판하여 치러지는 보스턴과의 홈 3연전에서 그 답을 어느 정도는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연 그들은 어떤 답을 보여줄 것인지 무척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