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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SF 맷 모리스…‘에이스의 귀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13.

[데일리안 김홍석]맷 모리스(3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12일(한국시간), 토론토와의 인터리그 홈경기 완투승(9이닝 7안타 3실점)의 기쁨과 함께 팀의 3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날 경기는 시즌 13호(통산 747개) 홈런을 뽑아낸 배리 본즈(43)가 행크 애런의 통산 홈런기록에 8개 차로 다가서며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모리스의 완투승은 슬그머니 묻히고 말았다.
 
게다가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 선발진들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7승 3패, 방어율 2.53)을 거두고 있지만, 투수 최고액 배지 지토(29)와 유망주 맷 캐인(23)에 비해 관심을 덜 받고 있어 모리스로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진에 빠지며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그가 올 시즌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부동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치던 맷 모리스가 이제는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스로 다시 한 번 발돋움하고 있다.
 
 
모리스, 2001년 실링과의 명승부
지난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맞붙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은 그 해 다승왕(22승)끼리의 대결이었다.
 
애리조나는 커트 실링(방어율 2.98)을 선발로, 세인트루이스는 맷 모리스(방어율 3.16)를 앞세워 기선제압에 나섰다. 팬들의 기대만큼이나 두 선수는 살얼음판 투수전을 보여줬다. 모리스는 7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지만, 9이닝을 단 3개의 안타로 막으며 완봉승을 거둔 실링에 패하고 말았다.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 두 선수는 다시 만났다. 모리스는 1차전보다 뛰어난 투구(8이닝 1실점)를 선보였지만, 상대선발 실링은 9이닝동안 1실점으로 틀어막는 괴력을 떨쳤다. 경기는 9회말 애리조나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났다.
 
모리스와 실링의 매치 업은 이후 애리조나와 양키스의 월드시리즈로 인해 조용히 묻혀버리긴 했으나, 최다승 투수간의 자존심을 건 멋진 승부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이듬해 두 팀은 또 다시 디비전 시리즈에서 맞붙게 됐다. 많은 이들이 모리스와 실링의 리벤지 매치를 기대했지만, 당시 애리조나의 1차전 선발은 트리플크라운에 빛나는 랜디 존슨이었다. 이 승부에서 모리스는 7이닝을 1자책으로 승리를 따냈고, 기세를 이어간 세인트루이스는 시리즈전적 3-0으로 단단히 설욕했다.
 
 
박찬호와 맷 모리스
 
1997년 내셔널리그에는 두 명의 젊은 선발 투수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LA 다저스의 박찬호(14승 8패 방어율 3.38)와 세인트루이스의 맷 모리스(12승 9패 방어율 3.19)였다.
 
당시 박찬호는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로 직행한 사상 17번째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고, 모리스 역시 1995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12위)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이었다. 박찬호(73년생)와 모리스(74년생)는 그 때 당시 데뷔했던 젊은 선발투수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고, 미래의 에이스를 논함에 있어서도 두 선수는 나란히 거론됐다.
 
1998년, 빅리그 2년차였던 모리스는 당시 킬러-B라 불리며 리그 최고의 살인타선을 자랑하던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는 등, 17경기에서 7승 5패 2.53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특급 투수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에이스로 카디널스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모리스는 갑작스런 팔꿈치 통증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된다.
 
2001년이 되어서야 모리스는 다시금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하며 다승왕 타이틀을 따냈고, 이 시기의 박찬호는 이미 에이스급의 투수로 인정받고 있었다. 이제는 주목받는 신인이 아닌 에이스급 투수로 메이저리그 정상에 서있던 두 투수. 유난히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박찬호(15승 11패 방어율 3.50)에 비해, 모리스는 세인트루이스의 강타선을 지원받으며 다승왕을 차지(22승 8패 방어율 3.16), 사이영상 투표에서도 존슨-실링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둘은 비슷한 나이라는 점 외에도 홈경기에서 아주 강했다는 점, 98마일의 강속구를 지닌 파워피처라는 공통점이 있어 자연스레 비교 대상이 됐다. 당시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두 선수를 놓고 '누가 더 뛰어난 투수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후 두 선수는 부진의 늪에 빠지게 된다.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찬호는 부상으로 인해 기대만큼의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고, 모리스는 2년 더 에이스로서의 위상을 이어나갔지만, 2004년부터 갑작스럽게 슬럼프에 빠지게 됐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로부터 재계약에 실패한 모리스는 샌프란시스코로 둥지를 옮긴 지난 해, 커리어 로우(10승 15패 방어율 4.98)를 기록하게 된다.
 
 
다시 비상하는 맷 모리스
 
올 시즌 현재, 모리스의 성적은 7승 3패 방어율 2.56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부문 리그 3위, 방어율 또한 리그 4위의 빼어난 성적이지만 무엇보다 13번 등판 중 무려 11번이나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3번의 완투 경기는 리그 공동 1위에 올라있을 만큼 다시 한 번 에이사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고 있다.
 
모리스의 주무기는 최고 구속 97마일의 포심 패스트볼과 90마일 초반대의 싱킹 패스트볼. 은퇴한 케빈 브라운이 연상될 만큼 두 구질을 완벽하게 제구하며 특유의 배짱과 함께 타자들을 윽박지른다.
 
부활에 성공하며 샌프란시스코의 '실질적' 에이스로 거듭난 모리스가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