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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찬호의 새 둥지 휴스턴 에스트로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15.


박찬호가 마침내 새로운 팀을 찾았다. 현지 시간으로 6월 13일 현재 27승 38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5위에 올라있는 휴스턴 에스트로스가 바로 그의 새로운 보금자리이다. 당장 메이져리그에서 선발 투수에 대한 갈증이 가장 심한 팀 중 하나였고, 앞으로의 반격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는 점에서 그의 선택은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 두세 번의 마이너 등판 이후 빅리그에 승격 될 것으로 보이는 박찬호, 그와 함께 우리의 시선 집중을 받게 될 팀 동료들의 소개와 함께, 팀의 현재 전력과 앞으로의 간단한 전망을 해보자.

1선발 : 로이 오스왈트 (15경기 6승 4패 방어율 3.44)

두말 할 것 없이 현 메이져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특급 에이스다. 그의 통산 방어율 3.08은 페드로 마르티네즈(2.81)를 제외한 현역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기록이며, 지난 3년간 요한 산타나와 함께 메이져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55승)을 거둔 선수이기도 하다. 가장 나빴던 시즌의 방어율이 3.49일 정도로 압도적인 구위와 꾸준함을 자랑하는, " 왜 이정도의 선수가 아직까지 사이영상을 받지 못했나? "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드는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에이스이다.

2-3선발 : 제이슨 제닝스 (5경기 1패 2.70) &크리스 샘슨(13경기 6승 5패 3.29)

뛰어난 구위와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쿠어스 필드에서 오랫동안 고생을 했던 신인왕 출신의 이 선수가 드디어 산에서 내려왔다. 잠시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었으나, 지난달 말 복귀하여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90마일까지 이르는 지저분한 싱커와 수준급의 슬라이더까지 보유하고 있는 제닝스, 승운이 따라 주지 않아 아직 1승도 따내지 못했지만 5경기 동안 그의 실점은 단 9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년에야 겨우 메이져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29살의 샘슨은 아직 신인 신분이며, 지금 당장 신인왕 투표를 한다면 내셔널리그에서는 신인 다승-방어율 1위를 기록 중인 이 선수가 뽑힐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나이가 있는 만큼 보통의 신인들이 가지지 못한 완성된 커맨드를 가지고 있고, 거기에 싱커, 슬라이더, 스플리터, 커브에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구사 하며 맞춰 잡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다. 12번의 선발 등판 중 10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그의 꾸준함은, 지금과 같은 활약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4-5선발 : 원디 로드리게스 (3승 6패 4.52) &우디 윌리암스 (2승 9패 5.51)

박찬호가 노려야할 자리는 바로 이 두 자리 중 하나이다. 로드리게스의 경우 그다지 나쁜 방어율은 아닌 듯 보이지만, 이 선수는 6회가 넘어서면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최근 7번의 선발 등판에서도 6이닝을 채운 적은 단 한 번, 선발 보다는 롱 릴리프로서 적격인 이런 타입의 선수가 선발 로테이션에 있는 한,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휴스턴의 불펜이 가지는 부담은 상당하다.

휴스턴이 5할 승률에 무려 11경기나 모자란 상황까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윌리암스의 선발 경기에서 5승 9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2번의 마이너 등판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을 경우, 이 자리를 차지 하게 될 확률이 크다. 물론 박찬호를 대신할만한 카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시즌 초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팀내 투수 유망주 랭킹 1위(전체 25위)인 좌완 트로이 패튼이 더블 A에서 뛰어난 성적(83.1이닝 2.38)을 보여주고 있다. 휴스턴 입장에서 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후반기 구도는, 박찬호-패튼(또는 윌리암스)이 4-5선발 자리를 책임져주고 로드리게스가 롱 릴리프로써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불펜 및 클로져

현재 휴스턴의 불펜은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갈수록 불펜의 부담은 늘어만 가고 불안만 노출한 채 이제는 누가 클로져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좌완 셋업맨의 부족으로 인해 상대 좌타자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고 있다. 무엇보다 이 팀에 꼭 필요한 것은 지난 2005년 리그 챔피언십에서 알버트 푸홀스에게 홈런을 맞은 후, 리그 탑 수준의 클로져에서 수준 이하의 방화범이 되어 버린 팀의 주전 마무리 브래드 릿지의 부활이다.

댄 휠러는 역시나 뛰어난 셋업맨일 뿐 평범한 수준의 클로져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상대 좌타자를 대비하여 원 포인트 릴리프로 투입되는 좌완 트레버 밀러는 17.1이닝에서 15점이나 내주며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역시나 릿지가 되살아나고 앞서 언급했듯이 원디 로드리게스가 불펜으로 내려가 좌타자들을 제압해 주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일 것이다.

포수 : 브래드 어스무스

만약 박찬호가 다시 메이져리그에 복귀하게 되어 어스무스를 파트너로 만나게 된다면 그것은 정말로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현역 포수 중 포수 수비와 투수 리드라는 측면에서 그와 비교해 견줄만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그 유명한 이반 로드리게스조차도 투수 리드 측면에서 어스무스에게 한수 접어줘야 하는 상황.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타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동안 한결 같이 풀타임 주전 포수로 뛸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순수한 포수로서의 능력치가 역대 포수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외야수 : 카를로스 리 - 루크 스캇 - 헌터 펜스

지난 오프시즌 기간 동안 6년간 총액 1억불의 대형 계약을 터트린 카를로스 리(11홈런 53타점)는 31개의 장타를 때려내며 현재 내셔널리그 타점부문 공동 1위에 올르는 등 나름대로의 몫은 충분히 하고 있다. 작년 시즌, 겨우 65경기에서 24개의 장타를 때려내, 시즌 초 큰 기대를 모았던 루크 스캇은 예상과는 달리 4월 한 달 동안 1할 대의 빈타에 시달렸지만, 최근 살아나는 모습(5월 이후 4홈런 20타점 장타율.545)을 보이고 있다.

거기다 랜스 버크만 이후 휴스턴 최고의 타자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는 헌터 펜스(.354 25타점)는 4월 말 빅리그로 콜업된 이후, 40경기에서 무려 23개의 장타를 기록하는 등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펜스의 가세로 휴스턴의 외야는 타격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외야 수비면에서는 세 명이 모두 2개씩을 에러를 기록하고 있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편이라 볼 수 있다. 그다지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할 만큼의 나쁜 수준도 아니다.

내야수 : 랜스 버크만 - 크렉 비지오 - 아담 에버렛 - 모건 엔스버그

현재 휴스턴 에스트로스 팀득점과 팀타율에서 내셔널리그 16개 팀 중 14위를 기록하는 등 타격 대부분의 부문에서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 내야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한명인 1루수 랜스 버크만과 5번 타순에서 카를로스 리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줘야할 3루수 모건 앤스버그의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 시즌 45홈런 136타점의 막강 화력을 과시했던 랜스 버크만이 겨우 12개의 장타에 그치고 있고, 지난 2년 동안 59홈런을 쳤던 3루수 모건 엔스버그는 최근 아예 백업으로 밀린 상태다.

20년째 한결 같이 휴스턴에 몸담아오며 목표인 3000안타와 함께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2루수 크렉 비지오도 예년만 못한 상황. 유격수 아담 에버렛도 역시나 수비전문 선수일 뿐 타격에선 크게 기대할 수 없다. 2루, 3루, 유격수 세 포지션의 백업을 도맡아 하며 최근에는 주전선수들 보다 자주 출장하는 마크 로레타만이 3할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죄다 2할 6푼에도 못 미치는 타율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마크 로레타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똑같이 3할 대.

공격의 첨병이 되어줘야 할 1번 타자 크렉 비지오와 버크만이 살아난다면, 경쟁력 있는 외야와 함께 짜임새 있는 타선을 구축할 수 있겠지만, 이대로 이들의 부진이 길어진다면 후반기 대반격의 실마리는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골드글러브 경력이 있는 비지오와 어스무스에,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에버렛과 로레타가 더해진 이들의 내야 수비는 상당한 짜임새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3루를 책임지고 있는 앤스버그와 마이크 램이 합쳐서 무려 13개의 에러를 범했기 때문. 이래서야 은퇴한 캡틴 제프 벡웰의 리더쉽이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아직 가능성은 있다.

현지 시간으로 6월 13일 현재 휴스턴은 선두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8경기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는 결코 따라잡지 못할 만큼의 절대적인 차이는 아니다. 이미 밀워키의 상승세가 한풀 꺾여 이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가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다가, 그들의 감독 필 가너는 시즌 중반에 팀을 맡게 된 2004년, 44승 44패를 기록 중이던 팀을 후반기 48승 26패의 팀으로 변모시켜 포스트 시즌으로 이끈 전적이 있다.

현재는 여러 가지 면이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지만 잘 찾아보면 그 해답이 없는 것만도 아니다. 랜스 버크만 같은 타자가 이대로 시즌을 마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버크만의 방망이가 불을 뿜는 순간부터 휴스턴의 반격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크렉 비지오 역시 결국은 제 몫을 해줄 선수. 이 둘만 살아난다면 헌터 펜스가 더해진 외야 3명과 함께 타선의 짜임새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투수 운용면에서의 핵심은 역시나 박찬호(또는 트로이 패튼)의 빅리그 선발 진입 여부와 클로져 브래드 릿지의 부활이다. 불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이 두 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타선이야 어찌보면 걱정 안해도 될만큼의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만, 투수력에서는 이 두 가지 요건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남은 시즌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미 킬러-B 타선이 건재하던 시절부터 국내에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던 휴스턴 에스트로스에 박찬호가 가세했다. 과연 이 팀에서 그의 재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런지, 그리고 과연 휴스턴은 올시즌 가을잔치에 나갈 수 있을 것인지. 한국 메이져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