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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팬과 구단은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스타를 원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2. 28.


얼마 전 왕년의 스타
새미 소사가 메이저리그에서 다시금 뛰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소사는 역대 5번째로 600홈런 고지를 돌파했으며, 통산 609홈런으로 이 부문 역대 6위(올 시즌 켄 그리피 주니어가 611개로 추월)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구단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1989년 그를 처음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켰고, 마지막 시즌이었던 2007년을 함께했던 텍사스는 가장 먼저 “우리는 소사에게 관심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구단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진 않다. 실력을 떠나서 여러 가지 의혹이 뒤따라 다니는 소사를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그리고 이런 시선은 팬들 역시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com에서는 흥미로운 설문 조사를 진행 중이다.


“Would you want your favorite team to sign Sammy Sosa?(당신의 가장 좋아하는 팀이 새미 소사와 계약하길 원하는가?)”


라는 내용의 설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 설문에 응답한 3만 여명의 팬들 가운데 무려 77%가 ‘No'라고 답했다. 'Yes’라고 응답한 이는 겨우 23%에 불과하다. 건강하기만 하다면 여전히 20홈런 이상은 때려줄 수 있는 선수임에도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군다나 미국 전역의 50개 주(州) 가운데 ‘No'보다 'Yes'의 비율이 더 높은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가 전성기를 보내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던 시카고 컵스가 위치한 일리노이 주에서는 무려 80%가 반대표를 던져 전체 평균보다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03년에 있었던 ‘코르크 부정 배트 사건’은 소사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또한 ‘미첼 레포트’에서는 그 이름이 빠져 있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소사가 금지 약물에 관련되어 있을 확률은 100%에 가깝다. 이 두 사건은 소사를 곤경에 빠뜨리기에 충분했고, 팬들로부터 외면 받게 되는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볼티모어에서의 2005시즌 이후 2006년을 통째로 쉰 다음 텍사스와의 마이너 계약을 통해 2007년 빅리그에 복귀했지만, 21홈런 9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후 70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을 요구, 결국은 각 구단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말았다.


구단과 팬들에게 완전히 외면 받은 왕년의 스타... 한 때 그의 이름을 딴 야구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을 정도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던 선수이기에 현재의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센스(?) 있는 ESPN은 다른 선수를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설문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FA신분으로 겨울 시장에 나와 있는 매니 라미레즈다.


매니의 경우 전체 응답자 가운데 62%가 ‘Yes'라고 답하고 있다. 특히 올해 매니를 통해 엄청난 기쁨을 맛봤던 LA 다저스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모든 주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인 75%가 ‘Yes’라고 응답해 그가 잔류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의견도 38%로 적지 않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매니의 전 소속팀인 보스턴 레드삭스가 위치한 매사추세츠 주(반대 66%)를 비롯해 보스턴의 인기가 높은 지역에서는 오히려 반대 의견이 더욱 많다.


매니의 활약 덕분에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의 우승을 맛본 보스턴 팬들은 이제 그를 애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것에 비해 두 달 남짓 함께 했던 다저스의 팬들은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점이 한편으로 아이러니하다.


매니가 그 동안의 포스트시즌과 2008년 정규시즌에서 보여준 엄청난 타격을 생각해봤을 때, 이와 같은 결과는 다소 의외이기도 하다. 그 정도의 타자라면 ‘영입할 수만 있다면 데려오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이라고 생각할 법도 한데, 3분의 1이상의 팬들은 오히려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팀으로 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것은 그가 그 동안 보여준 불성실한 태도와 언행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태업을 할 수도 있다는 것. 이러한 점은 구단주나 팬들에게 반발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요소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각 구단의 단장들은 매니에게 쉽게 영입 의사를 타진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이면 37살이 되는 나이와 4년간 1억 달러라는 요구조건도 부담스럽지만, 그에 못지않게 매니가 평소에 보여준 태도가 껄끄럽다.


테세이라는 LA 에인절스의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그의 인품에 반했다”고 말 할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겸비한 선수로 알려져 있다. 실력과 젊은 나이, 그리고 친화적인 성격이 바로 모든 팀들이 매니보다 테세이라의 영입을 먼저 추진했던 이유다.


경기 중에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것이 ‘소속팀의 승리를 위한 욕심의 삐뚤어진 표출’일 경우에는 적어도 홈팬들에게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용서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욕심의 삐뚤어진 표출’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것을 매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존재 자체로 ‘팀의 결속력’을 해칠 수도 있는 선수이기에 정상급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구단들이 섣불리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라미레즈의 경우는 머지않은 미래에 2009시즌의 소속팀이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이 마크 테세이라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상태이기에(자신의 친구를 통해 ‘이처럼 관심을 못 받을 바에는 은퇴도 불사하겠다’며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적도 있다), 앞으로의 행보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판도라의 상자’나 다름없는 두 가지(약물, 코르크 방망이) 사건에 모두 연루된 소사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그의 모습을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보게 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프로는 실력이 최우선이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하지만 야구는 팀스포츠이며, 팀의 단합을 깨뜨릴 만한 요소는 실력과 별개의 요소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ESPN에서 실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설문은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그렉 매덕스에 관한 것이었다.


“1940년 이후 가장 위대한 투수는 누구인가?”라는 설문에서 매덕스는 샌디 쿠펙스, 스티브 칼튼,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워렌 스판 등의 쟁쟁한 경쟁자 14명을 모두 따돌리고 1위에 올라 있다.


보통 이러한 설문에서 가장 최근까지 활약한 선수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나, 그 이상으로 ‘과거의 신화적인 선수에 대한 환상’도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한 면은 우리나라에서도 ‘박찬호 vs 선동렬’ 이나 ‘차범근 vs 박지성’을 주제로 한 팬들의 논쟁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다.


팬들은 매덕스에게 ‘Mad Dog’과 ‘Professor(또는 Master)'라는 상반된 두 종류의 별명을 붙여주었다. 전자가 마운드 위에서 이기고 싶어 하는 강한 투쟁심을 지닌 매덕스를 드러내는 것이라면, 후자는 실력과 더불어 그의 외모와 인품까지 함께 표현한 것이다.


매덕스가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실력’과 ‘인격(성실함)’을 동시에 겸비한 스타다. 매덕스와 칼 립켄 주니어, 크렉 비지오처럼 실력만이 아니라 야구에 임하는 태도에서도 어린 야구팬들의 ‘롤 모델(Role Model)’이 될 만한 그런 선수들 말이다.


팬과 구단들이 그러한 선수들을 더욱 선호하고 영입하길 원하는 것은, 비단 메이저리그나 야구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진리’가 아닐까.

// 김홍석(http://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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