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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아름다운 남자의 눈물, 박찬호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 13.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코리아 특급’ 박찬호가 결국 제2회 WBC 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국가대표 박찬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국가대표에서 은퇴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혹시나...’하는 기대를 가졌던 일부 팬과 김인식 감독에게는 아쉬운 선택이었겠지만, 박찬호 개인과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박찬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자회견장에서 박찬호는 눈물을 흘렸다. 그토록 자신을 믿고 함께해주길 원했던 김인식 감독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했던 것이다.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역시 박찬호는 박찬호였다’는 점이다.


미국으로 출국했던 박찬호는 WBC 입장과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12일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 위해서였다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겠지만, 불참의 뜻을 밝히고 국가대표로서의 은퇴까지 선언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얼굴을 내비치고 말을 전해야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마도 그것이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라고 느꼈던 것이 아닐까. 급기야 눈물까지 흘리고 만 박찬호는 평소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불굴의 투지와 따뜻한 감성을 동시에 소유한 그 특유의 모습 말이다.


국가대표 은퇴 선언 이후, 박찬호는 자신이 새로 합류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에게는 박찬호가 새로운 팀의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그것은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 또한 박찬호다운 모습이었다. 누가 있어 일일이 이렇게 배려를 해주고, 노력을 한단 말인가?


박찬호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구원투수로서 재기에 성공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의 최종 목표는 선발투수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선발투수로도 훌륭하게 재기할 수만 있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질 것이다.


노모가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정받았던 것은 그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그에 따른 부활 때문이었다. 박찬호도 동일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많은 팬들이 그를 향해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너무나도 중요한 3월에 개최되는 WBC와 월드시리즈 우승팀의 5선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노린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박찬호 역시도 “그렇게 할 수 있을만한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선택은 옳았다고 본다.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가장 크게 느끼는 선수는 오히려 박찬호 본인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충분히 할 만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최종적인 꿈을 위해 대표팀을 물러나는 것을 너무나도 아쉬워하는 한 남자, 그래서 눈물까지 보이고 마는 야구 선수.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박찬호가 그토록 존경받고 사랑받아왔던 것이 아닐까.


하나의 과제를 마무리 하고 자신의 앞에 기다리고 있는 또 하나의 숙제를 풀기 위해 개막전까지 힘든 훈련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박찬호.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그의 넓은 등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것을 이루고야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PS. 박찬호 선수, 그 동안 국가와 국민들의 즐거움을 위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 김홍석(http://mlbspeci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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