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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WBC Special] WBC 진행방식 : 이중탈락이란 무엇인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2. 3.


전편에서 우리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을 '오프시즌 3라운드'의 선상으로 볼 수 있음을 알아보았다. 바꿔 말하자면 WBC를 스프링캠프의 일환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야구팬들에게는 시범경기 이상의 볼거리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WBC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상업적인 목적과 메이저리그 사무국 일변도로 진행된다는 점을 뒤로 하더라도 기나 긴 오프시즌을 종료한다는 점에서 WBC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3년 만에 벌어지는 국가대항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대표를 이끄는 감독과 코칭 스태프, 그리고 선수단 선임이다. 이에 야구선진국 3국은 각각 김인식(한국), 하라 다쓰노리(일본), 데이비 존슨(미국) 감독을 내정해 놓은 상태다. 이에 앞서 많은 선수들이 스스로 참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 중 유격수 마이클 영(텍사스 레인저스), 3루수 알렉스 로드리게즈(뉴욕 양키스), 포수 제이슨 베리텍(보스턴 레드삭스)은 이미 부르기도 전에 참가의사를 밝혔고, 페드로 마르티네즈(뉴욕메츠) 또한 WBC를 통하여 부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를 반영하듯 각 국가별 45인 예비 로스터가 발표되어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국가별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에 대한 논의를 떠나 WBC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09년 WBC는 초대 대회 때와는 다른 점이 있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상당히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WBC에 참가하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대회 진행 방식이 어떠냐에 중점을 놓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2006년도와는 달라진 2009 WBC, 무엇이 달라졌는가?

WBC 경기진행방식 : 이중탈락(Double Elimination) 방식 적용

지난 2006년도에는 각 풀리그별로 1라운드를 통과한 팀이 풀리그 A와 풀리그 B로 재편되어 2라운드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는 A, B리그의 팀은 결승에서만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데에 있었다. 이로 인해 당시 A조 1, 2위에 올랐던 한국과 일본은 다시 3라운드 준결승전에서 만나는, 다소 기이한 현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2009년도에는 다소 비정상적이었던 본 규정을 어느 정도 해소하였다. 이를 반영하듯 1라운드 조별 편성부터 달라졌다(그림 1 참조).


그림 1 : 각 국가별 풀리그 배정

풀리그 A의 네 개 팀이 아시아 4개국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으나, 나머지 B, C, D리그에는 약간의 조정이 있다. 초대대회에서 쿠바나 베네주엘라 등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B조를 선택했던 미국이 이번에는 스스로 중남미의 강호를 선택했다. 따라서 2009년 대회에서는 미국이 1라운드를 통과했을 경우 베네주엘라나 푸에르토 리코를 만나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 있다.
또 하나는 1, 2라운드에서 연승팀에게 메리트를 주는 ‘이중탈락(Double Elimination)’이라는, 다소 특이한 경기방식을 도입했다는 사실이다. 즉, 풀리그 A의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그림 2 참조)


그림 2 : 이중탈락(Double Elimination)에 대한 보충설명


WBC 초대 대회 우승팀인 일본이 네 팀 중 가장 약체인 중국과 경기를 치르고(제1경기), 나머지 두 팀(한국, 대만)이 제2경기를 치른다. 이후 양 경기의 승자가 제3경기를 치르고, 여기에서 다시 승리한 팀은 풀리그 결승에 바로 진출함과 동시에 2라운드 출전권을 획득한다. 여기서 또 다른 풀리그 결승팀을 가리기 위해 '패자부활전'을 치른다. 1, 2경기 패배팀이 모여 제1차 패자부활전을 치르고, 여기에서 승리한 팀이 다시 제3경기 패자와 최종전을 치른다. 여기서 살아남은 팀이 비로소 제3경기의 승자와 풀리그 결승을 치르는 것이다. 
즉, 2연패는 곧바로 탈락을 의미한다. 초반 2연승이 중요한 것도 최소 경기로, 최소한의 선수만을 기용한 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도 이중탈락 룰이 적용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1라운드 조 1위를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1라운드 조1위를 하는 팀이 2라운드에서 2위를 차지한 팀과 첫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풀리그 B의 1위 팀을 만나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중탈락 경기의 변수는 2연승으로 2라운드 출전권을 획득한 국가가 풀리그 1위를 차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한 국가가 풀리그 결승에서 승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2연승으로 일찌감치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패자부활'로 올라 온 일본이 한국과의 제6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풀리그 A의 1위 팀은 일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경기를 포기하고, 어느 경기를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머리싸움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간에 1라운드에서 일본을 최소 두 번 만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제 3라운드에서는 '일방통행식 풀리그' 진행이 일어나지 않아

2009 WBC는 초대대회때와 같은 '일방통행식 풀리그'가 다소 개선되었다. 즉, 각조 1, 2위팀이 다시 3라운드에서 준결승을 실시하지 않고, 각 조의 1위팀이 상대조의 2위팀과 준결승전을 갖는다. 예를 들어 풀리그 1조에서 쿠바가 1위, 한국이 2위를 차지하고, 풀리그 2조에서 미국이 1위, 도미니카가 2위를 치자했을 경우 준결승은 쿠바 VS 도미니카, 미국 VS 한국으로 결정된다. 작년과 같이 2라운드 풀리그에서 1승만 거둔 팀이 우승할 가능성은 없어진 셈이다. 다만 '이중탈락' 룰이 3라운드부터는 적용되지 않고 단판승으로 진행된다(그림 3 참조).


그림 3 : 1~3라운드까지 알아 본 2009 WBC

그렇다면 같은 국가를 최대 몇 번 만날 수 있는가?

우리나라가 초대 대회 우승을 놓친 것도 일본을 무려 세 번이나 만났기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강한 팀이라 해도 똑같은 수준의 팀을 세 번 만나 세 번 이기기란 상당히 어렵다. 그러나 이번 WBC에서는 같은 팀을 다수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물론 2라운드 1승만 한 팀이 우승하는, 어이없는 결과는 일어나지 않겠지만 '이중탈락' 룰의 적용으로 1회대회 때와 같은 '한 국가가 특정 국가를 다수 만날 경우의 수는 제법 많아졌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일본을 최대한 많이 만날 경우 몇 번이나 만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1라운드에서 두 번 만날 수 있다. 대만전을 이길 경우, 제3경기에서 만나게 되며, 제 3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제 6경기에서 다시 일본을 만나게 된다(물론 일본이 대만과 중국을 만났을 경우 이긴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 풀리그 1에서 우리나라가 첫 경기를 이겼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에 일본도 이겼을 경우 다시 '풀리그 1의 제 3 경기'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이 경기에서 이기고 일본이 패자부활전에서 쿠바나 맥시코 등에 패하면 2라운드까지 일본을 세 번 만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일본이 이들을 모두 이길 경우 '풀리그 1의 제 6경기'에서 또 만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1, 2라운드 합쳐 네 번이나 만나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만약에 준결승전에서 양 국가가 상대팀을 이겼을 경우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1, 2, 3라운드 모두 합쳐 같은 나라를 다섯 번 만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국가대표 김인식 감독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도 바로 이런 점이다.

WBC 스페셜 제 2편을 통하여 WBC 경기진행 방식까지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는 ESPN에서 판단한 각 국가별 전력 랭킹을 바탕으로 한 '국가별 분석'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진(C) =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공식 홈페이지 인용, 재구성>

* 위의 포스팅은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한 글입니다.

// MC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