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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WBC 4강 진출 병역 혜택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9.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 2라운드 1조 승자전에서 일본을 4-1로 격파하고 대회 2연속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20억 상당의 대회 상금을 확보하며,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미 대표팀은 지난 WBC에서도 일본을 두 차례나 이기고 4강 진출이라는 꿈을 이룬 뒤 병역 면제라는 혜택까지 받았다. 이로 인하여 당시 메이저리거였던 김선우, 최희섭 등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음과 동시에 마음 놓고 미국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메이저리거의 꿈을 포기하고 국내무대로 유턴했으니, 이것이 또 다른 아이러니이기도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표팀은 다시 한 번 WBC 4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이는 올림픽 금메달과는 다른, 한국야구의 큰 성과이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이 WBC 4강 진출에 따른 병역면제 혜택 문제다.

▲ 다시 한 번 빅리그 마운드에 태극기를 꽃은 야구 국가대표팀에 병역혜택을 주어야 하는지의 여부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C) MLB.COM

찬성론 : WBC 4강은 올림피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녀

이에 많은 이들이 병역 혜택에 대한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WBC 4강이 올림픽 금메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왜냐? WBC는 올림픽과는 달리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빅리거들이 득실거리는 국가들을 제치고 대표팀이 ‘야구를 가장 잘 하는’ 4개국 안에 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병역혜택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이번 WBC에 참가한 선수들이 대부분 ‘아무 조건 없이’ 국가의 부름에 응했다는 것도 병역면제 혜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가대표팀 가운데 병역 미필자들은 빅리거 추신수(27)를 포함하여 박기혁(28), 최정(22), 임태훈(21) 등 28명 중 네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통하여 병역면제 혜택을 선물받았으며, 이들은 WBC 참가를 통하여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재미교포 등 해외거주 국민들에게 큰 자부심을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병역면제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반대론 : WBC는 이벤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그러나 반대하는 의견도 결코 적지 않다. 이들은 ‘WBC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각 국가들을 초청하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벤트에서 제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이벤트는 이벤트일 뿐이다. 선수로서의 최고 대우인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으로는 ‘병역면제 혜택이 아니라 FA 취득 년수 감소나 보상금을 통하여 그들의 노고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사실 WBC는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가 아니다. WBC는 메이저리그에서 수익구조나 중계권 등을 총괄하는, ‘메이저리그 초청 대회(MLB Invitational)’의 성격이 짙다. 이러한 대회에 소위 아시아권 국가들만 용을 썼다.

따라서 메이저리그 상업주의가 판을 치는 WBC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해서 병역 면제 혜택을 주자는 이야기는 다소 어불성설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구나 메이저리그는 중계권을 놓고 국내 방송사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등 자국 일변도의 경기진행 방식으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결론은 ‘여론’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은 다소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여론의 추이를 살펴가며 추진하겠다”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결국 찬반을 넘어서 중요한 것은 여론인 셈이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통하여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도 정부 당국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만약에 ‘병역면제 확정’으로 결론이 날 경우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이 준 선물을 그라운드의 ‘파인 플레이’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포츠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책임을 안고 가야 한다.

하지만 병역면제가 ‘없었던 일’이 되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이 받은 성원을 WBC를 통하여 야구팬들에게 되돌려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그들은 ‘프로야구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