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매 오프시즌마다 홍역을 치르는 팀 중 하나다. 이는 팀의 주축 선수들이 오프시즌에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정수근을 필두로 게리 레스, 다니엘 리오스, 이혜천, 안경현, 홍성흔 등이 두산을 빠져 나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이로 인하여 두산은 늘 오프시즌에서 ‘약팀’에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매 시즌 ‘곰’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이탈해도 두산은 늘 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는 ‘깜짝 스타’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정수근이 롯데로 이적하자 이종욱이 두산의 ‘포스트 톱타자’로 등극했고,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평가받던 다니엘 리오스가 일본으로 진출하자 김선우를 포함한 국내파 선발 투수들이 분전했다.
이번 오프시즌에도 두산은 주축타자 홍성흔을 필두로 이혜천, 안경현, 매트 랜들이 팀을 이탈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 역시 최근까지 일본 진출을 타진하다 팀 잔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김동주 잔류 여부와 상관없이 중심타자/선발투수가 빠진 공백은 자못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은 여전히 SK와 더불어서 ‘2009 프로야구 2강’으로 손꼽을 수 있다.
▶ 만년 2인자의 설움, 이제 그만!
두산의 선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이제껏 그래왔듯 매년 선수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훌륭하게 매워주었다는 데에 있다. 특히 김선우, 이승학 등 해외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들에게 큰 기대를 걸 만하며, 이재우, 금민철, 임태훈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노경은, 진야곱, 성영훈 등 어린 선수들이 각성할 경우 이혜천이 빠져나간 자리를 충분히 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한 매트 랜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또 다른 외국인 투수로 보완할 경우 작년 버금가는 마운드를 구성할 수 있다.
타선 또한 홍성흔이 빠져나갔다고는 하지만, 그 자리를 외국인 선수 매트 왓슨으로 충분히 매웠다는 평가다. 또한 상무에서 전역한 손시헌의 존재는 오히려 두산 내야진을 더욱 든든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씻을 수 있다.
두산은 작년에 10승 ‘선발’투수를 단 한 명도 보유하지 못했다. 그 중 가장 뛰어난 모습을 보였던 매트 랜들마저 부상으로 웨이버 공시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선발 마운드 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경문 감독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해외파’ 투수들의 존재다. 올해로 국내무대 2년째를 맞이하는 김선우, 이승학 등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들이 봉중근(LG 트윈스)처럼 1년 유예기간을 두고 적응기간을 두었을 경우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냐는 것이 김 감독의 계산이다. 또한 시범경기 내내 호투를 선보인 노경은을 비롯하여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으는 성영훈, 진야곱 등 어린 선수들의 존재 역시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선발 마운드에서 각성할 경우 두산 마운드는 또 다른 ‘스타’를 배출하게 되는 셈이다.
선발 붙박이 : 김선우, 김명제, 정재훈, 이승학
불펜 : 임태훈, 이재우, 김상현, 금민철, 노경은, 진야곱, 성영훈
클로저 : 이용찬
다만 선발 붙박이로 예상되는 네 명 가운데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는 것이 두산 마운드의 큰 걱정거리다. 물론 이들은 제 실력만 발휘한다면 언제든지 두 자릿수 승수 쌓기가 가능한 투수들이다. 그러나 ‘10승 투수’와 ‘에이스’의 차이는 크다. 따라서 두산 마운드/프런트의 큰 숙제는 매트 랜들을 대체할 외국인 투수의 수급에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 타선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홍성흔이 빠져나간 공백을 찾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로 매트 왓슨이 등장했다고는 하나 그 없이도 ‘꽤 괜찮은’ 라인업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이대수, 오재원, 이성열 등 전천후로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이 풍부한 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두산 베어스 예상 라인업
1. 이종욱(CF)
2. 고영민(2B)
3. 김현수(LF)
4. 김동주(3B)
5. 왓슨(DH)
6. 이성열(1B)
7. 손시헌(SS)
8. 민병헌(RF)
9. 채상병(C)
왓슨을 영입하지 않았다 가정해도 김현수-김동주가 이끄는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다른 7개 구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또한 이종욱-고영민으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 역시 8개 구단 중에서 최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의 큰 장점은 타격보다는 수비에 있다. 박진만 못지 않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는 손시헌을 필두로 ‘2익수’ 고영민, 노련한 김동주 등 내야수비의 탄탄함은 두산의 큰 경쟁우위를 자랑한다. 또한 발이 빠른 선수가 9명 중 다섯이나 포진되어 있어 매 경기마다 ‘발야구’가 가능하다. 수비와 스피드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두산이 2009 시즌 우승을 자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아킬레스건
두산의 약점은 단 하나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투수 유망주들이 많다고는 하나 이들이 모두 침묵할 수도 있고, 매트 왓슨을 포함하여 30도루가 가능하다는 민병헌 역시 2009 시즌에 고배를 마실 수도 있다. 이제까지 두산이 두산으로서 제 자리를 지켜왔던 것은 기존 전력을 대체할 수 있는 뉴 스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2009 시즌에도 또 다른 스타가 등장하리라는 기대가 무너질 경우 두산은 중위권도 벅찰 수 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