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까지 5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하던 류현진은 7회 갑작스럽게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4볼넷 2안타 그리고 폭투 2개가 겹치면서 5점을 더 내주고 말았다. 7회의 모든 실점이 2아웃 이후에 허용한 것이라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경기 후 김인식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을 보고 “류현진은 아직 멀었다. 바보같다. 어떻게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에서 볼넷을 내주나. 그래서 대투수가 되겠냐”고 질책했다. 특히 “바보같다는 말을 꼭 써달라”고 까지 말을 했다고 하니 김인식 감독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지만 꼭 류현진만의 잘못이었을까? 그가 왜 탈이 났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했던 것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김인식 감독에게도 큰 잘못이 있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위의 표는 3일 경기의 7회 상황을 간단히 요약한 것이다. 류현진은 6회까지 84개의 공을 던진 상황이었고, 스코어는 9-1이었다. 그리고 4월 28일 LG전에서 110구를 던진 이후 5일만의 등판이었다.
김상현을 공 하나로 처리하고 장성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것까지는 좋았다. 최용규를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2아웃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차일목의 2루타가 터져 나왔다. 이미 총 투구수는 100개에 육박한 상황. 교체를 생각해볼 수 도 있는 타이밍이다.
물론 아직 100개를 넘지는 않았고, 2아웃이기에 한 타자를 더 상대하게 하는 것이 상식적인 운용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김선빈에게 허용한 스트레이트 볼넷. 혹시나 싶어 신종길까지 상대하게 했지만,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국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상황이 되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이날 경기의 가장 적절한 교체 타이밍은 바로 이 시점(②)이다. 좀 더 이른 교체를 생각했다면 김선빈과의 승부 이후(①)에도 가능했을 테지만, 누가 감독이건 ‘기왕이면 류현진으로 7회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일 테니 역시 ②의 시점이 적당해 보인다.(김성근 감독이었다면 차일목에게 2루타를 맞은 후 곧바로 교체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더욱 길게 끌고 갔다. 박기남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이후에도 계속 던지게 했고, 나지완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에도 류현진은 마운드를 지켰다. 결국 폭투로 인해 낫아웃이 된 상황에서 2점을 더 허용한 후에야 김인식 감독은 투수를 양훈으로 바꾼다.
이러한 교체 타이밍은 과연 ‘상식적’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류현진도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2아웃 이후라면 어떻게든지 하위 타선에서 불을 껐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고, 계속된 볼넷은 대량 실점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에는 더욱 큰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그가 ‘국민 감독’이라고 해도 무조건 옹호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3일 경기에서 보였던 류현진에 대한 저런 식의 운용은 그의 미래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류현진은 지난해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100개가 넘는 3명 중에 한 명이었으며, 올해는 6경기에 등판해 평균 111.7구를 던지고 있다. 이 부문 1위다. 그리고 이것은 그가 고졸 4년차를 맞이하는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매우 좋지 못한 수치다.
국내 감독들은 “한국은 휴식일이 있어 6일만에 등판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20구까지는 던져도 괜찮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그토록 일찍 사라지는 선수가 많으냐”고 반문하고 싶지만, 일단은 수긍한다 치자. 그럼 110구를 던진 후 5일만에 등판한 투수에게 120구 이상을 던지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부 언론은 아끼고 싶은 양훈과 토마스까지 등판시켜야 했기 때문에 김인식 감독이 화가 난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둘 다 2일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으며 4일은 휴식일이다. 3일 경기에서 굳이 아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대체 왜 류현진은 10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하고 볼넷을 남발하는 와중에서도 마운드 위에 있어야만 했을까? 이것이 이후의 경기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일까?
신종길의 타석 이후 양훈으로 교체했다면 더 이상의 실점 없이 류현진은 6.2이닝 2실점의 ‘보기 좋은’ 승리를 거두며 2점대 방어율을 유지했을 지도 모른다. 게다가 점수차가 7점이었으니 그 상황에서는 굳이 ‘아끼고 싶은’ 양훈을 투입하지 않았어도 될 상황이 아니었던가.
결과적으로 늦은 투수교체가 류현진을 ‘부끄러운’ 승리투수로 만들었고, ‘바보같다’는 소리까지 듣게 만들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껏 10~15구 더 던진 것이 뭐가 그리 대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야구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 10개의 공이 선수의 어깨를 심각하게 마모시킬 수도 있다. 2006년부터 작년까지 3년 동안의 혹사지수에서 류현진은 단연 1위다.
올 시즌 류현진은 20승 페이스로 달려가고 있다. 그것도 그냥 20승이 아니라 ‘선발 20승’이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발 20승 투수’는 6번 밖에 탄생하지 않았으며, 2007년의 리오스를 제외하면 국내 선수의 선발 20승은 95년 이상훈 이후 전무한 상태다.(99년 정민태의 20승에는 구원승이 하나 포함되어 있다)
선동렬의 ‘국보급 투수’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계승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2006년 데뷔 이후 류현진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그런 그를 보호하고 좀 더 소중하게 기용하는 것은 앞으로 10년 간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류현진이 내구성이 뛰어난 투수라고 해도 지금 같은 투구수라면 언젠가는 탈이 나게 되어 있다.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류현진 같이 젊고 재능 있는 투수의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다.
‘선발 200승’을 달성할 국내 유일의 선수가 될 지도 모르는 류현진. 15년 후 38살의 류현진을 기대하며, 23살의 류현진을 조금 더 소중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사진제공=한화 이글스]